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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평점 :
십여 년을 넘게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 되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단독주택과 가파른 골목길, 낡은
가로등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와 커다란 도서관, 유치원이
들어섰다. 더 넓어진 도로에는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다. 누군가는
재개발로 더 살기 좋아진다고 하지만, 정작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떠나고 없어지자 왠지 쓸쓸하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번에 읽어본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는 서울의 재개발,
도시 재생에 관한 책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생각하며,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향신문에서
사건사고, 대중문화, 정당정치, 도시행정, 보건복지 등을 취재하고 있는 허남설 기자이다. 저자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일을 했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건축가의 꿈을 접고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2023년부터
시사 뉴스레터 <점선면>을 발행 중이며, 틈틈이 브런치 스토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 건축과 도시관련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하며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던 때에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흐름이 아래로 내려와 동네에서는 어떤 미시적 흐름을 만들어내는지를 궁금해하던 저자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재개발이냐 도시재생이냐’는 프레임에서 가장 논쟁적인 현장을 주요 행선지로 정하고 직접 발걸음을 옮겨 찾아다니며, 약 10년동안 기자로 일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 놓고
있다.

책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일컬어지는 백사마을 이야기로 시작한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후반 용산, 청계천, 안암동 철거민들이 허허벌판이던 곳에
모여들어 형성된 마을이다. 이곳은 2008년 1월 그린벨트가 해제되며 재개발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2021년
2월에 노원구청이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여 현재 입주민의 90%이상이
이주한 상태라고 한다. 저자는 발길이 끊긴 텅 빈 마을을 돌아보며, 백사마을의
지난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상황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삽입된 사진을 보며 정겨웠을
옛 마을의 아련한 옛 정취와 함께 현재의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진다.

백사마을에 이어 천막촌, 판자촌, 빌라촌이 난립했던 동대문 옆 창신동 이야기로 이어진다. 서울 구도심의 중심을 관통하는 종로 동쪽 끝에 자리한 창신동은 위치상으로는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낙산공원 성벽과 연결되는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고 노후 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하는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주거 지역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오랜 세월 재개발이 논의된 서울의 낙후 지역 중 하나다. 행당동,
신림동, 다산동 등과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예지동
시계골목에 얽힌 이야기들 또한 흥미롭게 읽혀진다.
마을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핏 시간은 마을을 쇠퇴시키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작지
않은 잠재력이 영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을 기준으로 삼는 제도는 마을에 그리 많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마을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뿌리를 들어냅니다. 심지어 이미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은 마을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재개발은 마을기업이 태동할 가능성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지역 경제를 허물어 버리기도 합니다. P139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고
했는데, 살던 동네에 익숙한 사람이 떠나고 지형마저 바뀌니 동네에서 좋았던 기억마저 이제는 흐릿해 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재개발과 도시재생에 대해 그리고 도시개발에 있어서 이익과 효율성보다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 제목인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를 보며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저자는 ‘어떤
때는 못생긴 도시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집이 되어준다’는 말로 이 책을 끝맺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서울의 모든 동네가 빈부귀천에 구분되지
않는 조금 더 인간 친화적이고 정감 있는, 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