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신문기사나 TV 뉴스를 통해서 복지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할 때가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더욱이 누구나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더욱 마음 아프게 느껴진다. 예전과 비교해서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생활고를 겪는 많는 위기가구가 있다. 이번에 읽어본 책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문미순 작가이다. 작가는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그리고 2023년 이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던 중년 여성 명주와 뇌졸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간병하는 청년 준성이 예상치 못한 부모의 죽음을 맞으며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늦가을의 한파 속에 자정이 되어서 집에 돌아온 중년 여성 명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취기를 느끼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집안의 익숙한 냄새와 온기 속에서 현기증이 인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무심코 거실로 들어선 그녀는 바닥에 코를 박고 엎드려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가 죽은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강렬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넘어간다.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


소설의 여주인공 명주의 삶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치매 걸린 엄마를 간병하며 100만원 남짓한 엄마의 연금에 의지해 엄마의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혼 후 백화점, 보험사 콜센터, 노래방 도우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다 생긴 발의 화상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으며 더 이상 일을 할 수도 없다. 이혼 후 아빠와 살던 철없는 딸은 그녀의 돈만 바라며,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유일한 수입원이던 엄마의 죽음은 곧 그녀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명주의 이웃집 청년 준상은 뇌졸증 후유증에 알코올성 치매기가 있는 아버지와 살고 있다. 그는 빚만 남긴 채 집을 나간 형을 대신해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그가 마주하는 현실은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물리치료사 시험을 준비하고, 혼자 김장을 할 정도로 의젓하다. 하지만, 집에 불을 내고 화상까지 입은 아버지로 인해 몸과 마음은 더욱 피폐해지고, 외제차를 대리운전 하던 중에 일어난 사고는 그를 더욱 절망에 몰아넣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과연 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명주는 어머니를 그리고 준상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동안 내가 엄마를 돌본 게 아니라 아픈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았다는 것을 알았지(P207)”라는 명주의 말과 착하다는 말, 대견하다는 말, 효자라는 말도 다 싫어요. 그냥 단지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P172)”라는 준성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이들은 서로 부모의 죽음으로 인하여 결합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절망의 죽음 끝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 이 순간 명주와 준상이 서로 가족같이 느껴진다.


품위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생존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가 못 해주니 우리라도 하는 거지. 살아서, 끝까지 살아서,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그때까진 법이고 나발이고 없는 거야” P218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사회의 간병과 돌봄 노동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사실, 이 소설은 작가가 코로나19 기간 중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며, 병원에서 체험한 내용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돌봄과 간병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가 아닌 가족 간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명주와 준성의 부모가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복지 혜택을 받았더라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해본다. 사회양극화의 폭을 줄이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기보다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기위해 힘쓰는 일은 정부의 몫일 것이다. 또한, 삶의 밑바닥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의 밑바닥 삶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은 리뷰어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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