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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1월
평점 :
지금
현재 우리 나라의 사회 갈등과 분열이 매우 심각하게 느껴진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심화되었던 젠더 갈등은
전 연령층,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인권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는 이야기하지만, 정도에는 분명 다른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남성
역차별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협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젠더 갈등은 성별의 차이에서 오는 가장 근본적이고
오래된 문제이기에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지 쉽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차이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게 되었다.

인간의
성차는 문화에서 기인하는가, 본성에서 기인하는가?
젠더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에 이정표를 세우는 진화론적 접근
이
책의 저자는 동물 연구의 최전선에서 40년 동안 활동해온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대중 저술가인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이다. 저자는 1948년 네덜란드 출신으로 동물행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위트레흐트대학교 석학교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의 ‘살아 있는 고리 연구센터’ 책임자이다. 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속의 정치적
움직임을 관찰해 완성한 그의 첫 저작 『침팬지 폴리틱스』(1892)는 대중적 관심과 함께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인간과 영장류 사이의 진화적 연속성에 대한 『영장류 평화 만들기』, 『보노보』, 『내 안의 유인원』 등과 동물의 지능과 감정을 다룬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등이 있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을 성에 관한 것들에 대한 생물학적 해답
이 책은 남자와 여자의 성차와 젠더의 기원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탐구한다. 동물과 사람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성차는 사람의 젠더에 관한 거의
모든 논쟁에서 그 중심에 있는 질문들을 제기한다. 남성과 여성의 행동 차이는 선천적인 것일까? 인위적인 것일까? 그 행동들은 실제로는 얼마나 다를까? 젠더는 단 두가지만 있을까, 아니면 더 많이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자신의 전문 분야인 유인원의 사회적 행동과 그것을 우리 종의 사회적 행동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장류 들의 성격과 행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진행 중인 젠더 논쟁에서 영장류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는 한편 동료 영장류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개념을 바로 잡아주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양성사이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종의 유인원(침팬지와 보노보)은
서로 다른 우리 자신의 양면을 드러낸다. 공격적이고 세력권을 중시하는 수컷지배사회의 침팬지 사회와 평화적이고
섹스를 좋아하며 암컷이 지배하는 보노보 사회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관한 믿음들과 권위와 지도력, 협력, 경쟁,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
성 행동 등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이 관련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은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자동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젠더가 지금은 물론이고 우리가 기억하는 한 먼 옛날부터 평등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여성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사회에서도 불리한 처지에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여기며,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간주한다.”
현대
과학은 한쪽 젠더가 다른 쪽보다 정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개념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평생 동안동물의
지능을 연구해온 저자는 다윈이 언급한 ‘유전의 법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양성사이의 차이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수학적 능력처럼
전통적으로 한쪽 젠더가 더 뛰어나다고 간주돼 온 인지 영역에서조차 충분히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검사할 경우 젠더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중심의 문화는 모든 사람이 관례를 따르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는 것 같다.
“더 공정하고 평등한 인간
사회를 만들기 위한 프란스 드 발의 제안!” – 사이 몽고메리,
<문어의 영혼)
현대
사회는 권력과 특권의 젠더 차이를 바로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여성 혼자만으로 이 일을 해낼 수는 없다. 젠더 역할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가 동시에 변할 필요가 있다. 성이나
젠더의 존재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편견과 불평등,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일부 사람들을 배제하는 전통적인 이분법의 한계에 있다. 사회는 모든 젠더 표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성적 지향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모든 젠더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들은 매우 심각하고 부인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오래된 성 부분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더 깊은 문제인 사회적 편견과 불공정을 해결하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 쉽고 빠르게 읽히진 않았다. 쉽지 않은 내용에
생각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녀 성차별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마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졌을 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성차별은 매일 행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젠더 갈등이 증오와 혐오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며, 더 늦기 전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소통을 통한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젠더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찾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