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죽음과 삶은 분리될 수 없고, 죽음은 항상 내 옆을 맴돌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따금 나는 이렇게 살다가 저렇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기를 더 희망하며, 언제
어디에서 죽음을 맞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다짐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죽어야 하기에, 나 또한 순리에 따라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생물은 왜 죽는가?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몇 가지 의문과 더불어 책의 내용이
매우 궁금하게 느껴졌다.

『생물은 왜 죽는가?』의 저자는 일본의
생물학자 고바야시 다케히코이다. 일본 분자생물학회 부회장, 일본 유전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일본 생물과학학회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도쿄대학교 정량생명과학연구소(생명동태연구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세계적인 수명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노화를 막고 생명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놈 재생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 16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이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수명은 왜 정해져 있는가』, 『DNA의 98%는 수수께끼』 등이 있다.
‘우리는 왜 죽어야 하는가?’에 생물학이 답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물은 왜 죽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책을 펼쳐보니 초반부에는 138억 년 전 우주가
시작되는 대폭발 ‘빅뱅’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생물이 탄생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의 주제인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으로
‘만들고 분해되고 다시 만들어내는 리사이클’, 선순환, 턴 오버의 이해와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라는 관점을 중요 포인트로 제시한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 부분은 개념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철학보다 더 확실하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고
종교보다 더 따뜻하게 죽음의 공포를 없애주는 생물학
생물은 도대체 왜 탄생했는가? 그리고 왜 멸종하는가? 생물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그리고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가? 이 책에서 이 5가지의 질문에 대해 해답을 얻어가는 과정은 다양한
생물학적 지식과 함께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메커니즘, 과일을 좋아하는 쥐에서 진화한 인간, 회춘하는 홍해파리의 놀라운
생태,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장수하는 이유, 수명 연장 과학에
대한 이야기 등은 매우 흥미롭다.

생물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삶과 죽음,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생물학적 해법
저자는 생물이 죽어야 하는 이유로 크게 식량과 생활
공간의 부족과 생물 다양성 확보를 제시한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책의 결론은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막연히 우리는 죽음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사실은 다음 세대를 위한 나의 죽음은 인류에게 축복인 셈이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강하고, 특히 가족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 이것은 인간이 강한 감정을 가진 생물이기 때문이지요.
……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자신이 죽으면 주변 사람들이 슬퍼하겠구나, 고생하겠구나 하는
상상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동정심과 덕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과 행동은 무엇보다도 변화와 선택이라는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것입니다. …… 그러한 진화 과정을 통해 얻은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두려움은 가장
인간다운 감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P211~212)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 하나로서 죽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죽음은 ‘나쁜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내가 나의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이다. 죽음에 대한 감정은 진화
과정을 통해 얻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기에, 인간이라면 반드시 타인의 죽음을 존중하고, 애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과 재미를 선사해 줄 것 같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