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흔다섯 살 수녀가 들려주는 닭과 자연, 인생과 영성 이야기 닭장 일기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이때 외출을 금하고 주로 집에만 있다 보니, 왠지 닭장에 갇혀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다. 그래서 집에서 마음을 위로해주는 에세이, 읽기 쉬운 읽을거리를 찾던 중에 닭장 일기를 발견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왠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답답함을 덜어내고 위로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흩날리는 꽃잎과 암탉을 따르는 병아리 두 마리에서 일상의 평화로움과 함께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예수 성심 시녀회 소속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님이다. 수녀님은 1972년 수녀원에 입회하고, 서원 후 해외 선교사로 미국, 필리핀 등의 공동체에서 활동하였다. 16년 동안 수도회 행정 일을 마친 후 2020212일 바닷가 시골 마을인 진동으로 소임을 오게 되었는데, 무거운 일을 하다가 책임을 놓게 되니 정신적으로 매우 홀가분하여 하루하루가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수녀님은 이곳에서 닭들을 돌보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닭장 일기를 쓰게 되었고, 이 글을 카페에 올리게 되었는데, 생태 공동체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글을 쓰면서 삶의 순간순간이 더 뜻깊게 다가왔는데, 독자들도 이 글을 읽으면서 팍팍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몸과 마음이 힐링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경남 마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앞에 두고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밭 일구고 닭 키우며 길어 올린 작지만 커다란 매일의 깨달음

 



이 책에는 2020319()부터 2021324()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는 수녀님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일흔다섯 살 수녀님이 닭들과 친해지고 그 생명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관찰하며 귀중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첫 일기에는 닭장 소임을 맡게 된 수녀님이 닭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예수님께 의지하며 기도를 드리고, 또한 닭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시는 모습에 담겨 있는데 매우 경건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닭장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 고통, 영성의 문제를 깊이 돌아볼 수 있는 많은 생각거리가 있다. 닭은 키우는 과정 중에 많이 죽는다고 한다. 일기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처음에는 수탉 두 마리, 암탉 스물두 마리였던 것이 최대 백삼십 마리까지 수가 늘었다가, 가을에는 칠십 마리 정도만 남게 된다. 닭이 알을 낳고 부화하여 병아리가 탄생하고, 병들거나 족제비의 공격에 죽기도 하고 닭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희로애락, 생로병사는 우리 인간사회와 매우 닮아있다.

 


수녀님이 있는 진동 요셉의 집은 예수성심 시녀회가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와 화해하고 다 함께 사는 길을 열기 위해 시범 운영하게 된 생태 공동체로서, 이곳 수녀들은 몸소 밭을 일구고 닭을 키우며 자연을 되살리려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위험한 전염병과 심각한 기후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정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세속을 살아가며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결핍에서 오는 기쁨, 불편에서 느끼는 충만감, 힘듦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추구하며 살아야겠다.


 

2020. 5. 25 사람을 보살피는 것도 아닌데 작은 일에서도 큰일처럼 기쁨이 크다. 하느님은 우리가 하는 일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으실 것이다. 그저 감사하게 기쁘게 성실하게 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2020. 06. 24. 우리는 많은 시간을 닭들과 농작물들을 위해 소비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를 무한히 참아주시고 나에게 공들인 시간을 생각한다.

 

2020. 08. 13. 인간도 저 닭처럼 우매할 때가 많다. 무엇이 우리를 옭아매었는지 두려워서 진행을 못 한다.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에 평생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늘 두려움이라는 가느다란 줄에 매여 날지 못한다. 그러나 저 닭대가리들도 우리의 기다림에 힘입어 점차로 많은 닭이 더 나은 삶의 질에 도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20. 09. 12. 우리 수도회 모토가 주님 손안의 연장이다. 우리는 주님께서 사용하기 쉬운 연장이어야 한다. 수도 공동체가 쉽고 편하게 나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나도 그리 편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솥을 보면 쉽게 편하게 언제나 쓰기 좋은 연장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죽기까지 나를 버리는 노력이 있어야 비스름하게 되지 않을까?

 

2020. 09. 27 총장님과 닭들을 돌보기 위해 닭장으로 갔다. 오늘 닭장에서 닭똥도 치우고 청소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셨다. 어려운 직무를 수행하시지만 겸손하면서도 늘 남을 배려하고 힘든 일을 인내로이 참으신다. 마치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2021. 01. 18 수도 생활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기도 생활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희생정신과 인내와 친절, 근면과 항상심, 배려와 적당한 긴장을 늘 필요로 하는 훈련된 생활이되, 마음을 열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면 이보다 더 멋진 삶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현존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