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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전사, 마법사, 연인 -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 수업
로버트 무어.더글러스 질레트 지음, 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과거 세대와는 다르고, 가정 내에서 남자의 역할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힘과 권력을 상징하던 마초적 스타일의 남자보다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다소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남자가 훨씬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버겁게 살아가는 많은 남성들을 볼 때면 문득 강한 남성이 그리워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남성상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던 차에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로 성숙한 남성이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학적, 철학적 통찰이 담긴 책 『왕, 전사, 마법사, 연인』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칼 융을 계승하는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로버트 무어(1942~2016)이다. 그는 시카고 신학대학의 종신교수를 지냈으며, 정신분석치료와 심리상담의 권위자로 남성 심리학에서 대중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이 책 『왕, 전사, 마법사, 연인』은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위치한 원형 심리의 역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 가정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으며, 많은 가정에서 아버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나약함 혹은 부재는 자녀의 성 정체성 확립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과 친밀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게 한다고 한다. 또한 남성 정체성의 붕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으로 성년의식의 실종과 가부장제에 대해서 언급한다. 가부장제는 소년 심리의 표출이며 부분적으로는 남성성의 어둡고 광적인 면일 뿐 성장을 멈춘 채 미숙한 단계에 고정돼 버린 남성성의 표현이라 말한다. 미성숙한 남성은 통제와 위협, 적대적 행동을 힘이라고 착각하는데, ‘그릇된 남성다움’은 실제로는 상처받은 소년의 연약함이라 한다.

소년 심리를 남성의 심리로 변환하기위해 저자는 인간이 개인이면서도 기저에 보편적인 공통의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융의 ‘집단 무의식’ 개념을 적용하여, 성인 남성 심리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왕, 전사, 마법사, 연인 등 네 가지 원형을 분류해 설명한다. 권력을 상징하는 왕, 진취성을 상징하는 전사, 지적 탐구심을 상징하는 마법사, 관계성을 상징하는 연인은 성숙한 남성성의 상징이다. 성숙한 남성의 에너지의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 이 원형들은 모두 겹치는 부분이 있으며, 이상적인 경우는 상호 보완이 되는 것이다. 훌륭한 왕은 동시에 훌륭한 전사이자 마법사이며 연인이다. 다른 세 원형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현대의 남성성의 위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남성성이며, 강한 남성성이란 성숙한 남성성을 뜻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 무력하게 만들지 않는 침착하고 안정된 남성성을 발달시켜야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사람들에게 ‘남성 심리 매뉴얼’의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략적 개요를 제공하여,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남성의 강한 면과 약한 면을 이해하고, 남성의 원형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우리는 각자의 힘으로 모두에게 깊이 내재한 남성 에너지의 잠재력에 도달해야하고 그 힘의 원천에 이르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에 이 책이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가 성숙한 남성 원형에 적절하게 접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년 심리에서 성숙한 남성 심리로 가는 길은 겸손해지는 것이라는 구절이었다. 진정한 겸손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도 그렇듯이 어떤 변화 과정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제시된 남성 심리의 접근 방식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성찰하며 성숙한 남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책을 어른이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남성들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