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지혜의 보고인 고전은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 있게 전달해준다. 하지만, 역시 고전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펼쳐보기가 쉽지 않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수많은 지혜가 책속에 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읽어보지 않으면 한낱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짧은 고전이나마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보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함께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지성과 관심 분야의 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해서 논리학, 형이상학, 인식론, 심리학,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미학, 동물학, 식물학, 자연학, 철학사, 정치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수사학』, 『형이상학』, 『자연학』, 『정치학』, 『범주론』, 『명제론』 등이 있다.

『시학』은 시문학이론의 고전으로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다룬 글이다. 하지만 단지 시를 어떻게 써야하는 지를 다룬 실용적인 기술서가 아니라, 시에 대한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을 담은 본격적인 시론이자 시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그리스인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던 ‘비극’과 서사시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시의 본질과 원리를 설명한다. 『시학』은 전체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롯, 스토리텔링, 모방, 비극,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개념의 탄생

마음에 각인되는 완벽한 이야기 구성의 기술

처음 책을 받아보고 비교적 적은 분량에 대충 책장을 넘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쉽게 넘겨 읽을 책이 아니다. 본문만큼이나 빼곡한 주석이 이 책의 진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청록색의 표지에는 네덜란드 화가 얀 스테인 그린 술집 풍경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온갖 종류, 인생이야기가 집합해 있는 술집의 풍경이 『시학』의 표지에 잘 어울려 보였다.

책의 시작은 예술 활동 전반이 인간의 모방본능에 뿌리박고 있다는 그 유명한 모방설에서부터 전개된다. 모방으로서의 시와 모방수단 ·대상 ·방법에 의하여 예술의 장르가 나누어지는 것을 설명하고, 시와 기원과 발전, 희극과 서사시, 비극 그리고 플롯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시학』은 시의 구성요소 중에서 플롯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플롯은 비극에서 여러 행위와 사건을 깁고 엮어 통일된 전체로 구성한 것이며, 비극은 이 플롯을 바탕으로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거쳐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미덕의 삶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고전이 그렇듯 이 책도 잘 읽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책을 보고나서도 아는 듯 모르는 듯 애매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확실히 고전은 용어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전을 읽으면 생각의 틀이 커지는 것 같다. 이 책은 믿을 수 있는 고전 현대지성 클래식의 35번째 시리즈이다. 다른 고전들도 틈틈이 찾아 읽고 맛 들여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