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버드 독깨비 (책콩 어린이) 7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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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개념에 의하여 사고하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능력을 지성이라고 한다. 올바른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그 옛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유럽이나 아메리카에 가서 노동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지성의 요람이라는 하버드대의 한 교수가 일본군 성노예를 왜곡하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약탈과 살인,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왜곡하고 정당화하려는 일본과 그 자본에 길들여져 지성을 상실하고 망각하는 일부 지식인들을 보면 후안무치하다.

 

 

이번에 읽어본 『화이트 버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치하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유태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름다운 아이』의 작가인 R. J. 팔라시오이다. 이 작품은 영화 <원더>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뉴욕시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작품으로는 『우린 모두 기적이야』, 『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아이 줄리안 이야기』, 『아름다운 아이 크리스 이야기』, 『아름다운 아이 샬롯 이야기』, 『원더』, 『원더 365』, 『화이트 버드』가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조지 산타아나-

 

 

처음 책을 펼치고 읽은 프롤로그 첫 문장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바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그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진실은 반드시 올바로 규명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써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직도 과거의 잘못을 은폐하고 왜곡하며,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화가 난다.

 

이 책의 이야기는 현대의 줄리안이 할머니 사라 블룸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시작된다. 줄리안은 인문학 과제 때문에 할머니에게 예전에 해 주었던, 어릴 적 전쟁 때의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는 힘겨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어 괴로웠지만, 지금의 아이들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일이기에 힘겹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사라의 눈을 통해 본 나치 독일의 위협과 소아마비 소년 ‘줄리안’과의 우정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다.

 

 

 

‘어두운 시절이었지만, 지금껏 나에게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었다’라는 할머니 사라의 말을 다시 읽으며, 어둠 속에 빛이 되어준 줄리안의 용기와 친절 그리고 그의 결말에 눈물이 났다.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작가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책 속에 언급된 용어와 사건들에 대해 짧은 설명과 실제 사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뒷면에 함께 실었다.

 

 

 

 

행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안네 프랑크-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손으로 자신의 눈은 가릴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가 언젠가는 결국 넘어지게 될 것이다. 독일은 과거사를 성실히 사죄하고 배상했지만, 일본은 책임을 회피하며 아직도 그 시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라가 줄리안에게 사과하자, 줄리안은 도리어 사라를 위로하며 말한다. “사실, 과거에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네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해.” 피해자가 생존해 있음에도 그 고통을 방관하고 회피하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관련된 콘텐츠도 좋지만, 이 책과 같이 인류 보편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악행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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