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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ㅣ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1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0년 10월
평점 :
어느새 푸르던 잎새가 붉은 듯하더니 길가에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제법 옷깃을 여미게 하는 11월의 바람이 예년보다 더 쓸쓸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자유를 박탈당한 듯,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에 나태주 시인이 엮은 시집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를 읽어 보았다.

나태주 시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시가 아닌 시인이 좋아했던 시들을 엮은 책이다. 시인은 많이 힘들고 고달픈 날들, 나를 살리고 나를 위로해 준 시들이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살려주고, 일으켜 주고, 용기 또한 빌려줄 것을 믿는다고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모든 면에서 읽기 딱 좋은 시집인 것 같다.

책 표지를 넘기니 시인의 자필 문구가 눈에 띈다. 익숙한 시인의 시 ’멀리서 빈다‘의 한 구절이다.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시집을 읽기도 전에 뭔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책머리를 읽으니 시인이 좋아하는 시,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어떤 시가 실려 있을까 매우 기대되고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시집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 2.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3. 인생의 한낮이 지나갈 때 4. 눈물겹지만 세상은 아름답다 5. 오늘이 너의 강물이다. 각 장에는 스무두세 편의 시가 담겨있는데, 전체 114편이 실려 있다. 차례를 흩어보니 ‘사평역에서’를 시작으로 ‘너에게 묻는다’, ‘귀천’, ‘세월이 가면’, ‘국화 옆에서’, ‘별 헤는 밤’, ‘청포도’, ‘행복’ 등 익숙한 시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이형기>. 좋은 시는 우리들 삶에 지침을 준다. 맑지 않은 인생, 고달프기만 하고 평온하지 않은 인생. 그런 인생의 한가운데에서라도 맑은 인생을 꿈꾸게 하고 평온을 가슴에 안게 한다. 시를 읽고 시인의 글을 읽고 또 시를 읽으면서 위로와 살아갈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쓸쓸함이 더해져 가는 늦은 가을, 시를 통해 삶의 위로를 느끼고 힘을 얻는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시집을 하나 옆에 두고 커피 마실 때마다 한두 편씩 읽어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마음이 지치고 울적한 분들에게 이 시집을 권하고 싶다. 시인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배려가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