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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으니 빨리 말할게 - <길모어 걸스> 로런 그레이엄의 인생 스케치
로런 그레이엄 지음, 장현희 옮김 / 싱긋 / 2024년 12월
평점 :
서서히 책의 종반부를 향해 가면서도, 또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읽기 잘했다." 특정한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삶의 특정한 시기에 거짓말 같이 그런 이야기가 나를 찾아올 때가 있는데, 새해에 이 책을 만나면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책을 보내주신 마케터 님께서 함께 동봉해주신 레터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싶은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시기에 문득 떠오르는 영화와 드라마 몇 편이 있는데요. 그중 <길모어 걸스>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유머러스한 응원이 담긴 시리즈로 소개할 수 있어요. <길모어 걸스>의 주인공, '로렐라이'와 '로리' 두 모녀의 유쾌한 수다와 성장기를 보고 있으면 뭐든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은 가라앉고, 뭐든 시작해도 좋다는 안도감이 올라옵니다.
로런 그레이엄은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에 빨리 감기 같은 건 없다'라고, 인생은 어찌 됐든 흘러가기 마련'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런 말들 덕분인지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길모어 걸스>를 볼 때와 비슷한 응원을 받았어요."
적어주신 편지에 적힌 말씀처럼 저도 책을 읽으며 비슷한 응원을 받았습니다. 2025년은 저에게 대학을 졸업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거대한 전환점으로 다가오는데요. 로런과는 다르게 남들보다 일 년을 더 늦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던 터라 알게 모르게 초조했던 차에 책을 읽으며 조금 더 차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1월을 맞이하고 또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시리즈에 오랫동안 출연하면서 그 시리즈의 성격과 동화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저자 자체가 쾌활한 성격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어쩌면 둘 다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와 포개어진 배우의 삶을 따라가면서 유쾌하고 통통 튀는 문장들 속에 독자 역시도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길모어 걸스>를 보지 않아도 고스란히 다가오는 것들이 많기에,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에게 특히나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누군가의 인생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일은 어차피 불가능하기에, 이 책을 읽는 데 중요한 것은 배우에 대한,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가 자기 책을 쓰는 사람만이 가지는 권력의 맛에 취해서 엉뚱한 소리를 남발할 때 같이 상상의 나래를 피워올리고, 사랑스러움을 느끼면서 책을 그저 즐긴다면 그만입니다. 이윽고 책을 덮은 다음에는 휴대폰 화면보다는 하늘 위를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의 설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본 게시글은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