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정치사상사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58
리처드 왓모어 지음, 황소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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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케임브리지학파의 주장을 전제로, 정치사상사라는 학문 분야의 역사를 훑으면서 정치사상을 몰역사적, 목적론적으로 공부하는 주류의 방식을 비판하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저 또한 정치사상을 과거의 이론들을 주요 사상가와 그들의 저작(에 등장하는 정치사상들)을 현재에 대입하여 상상하는 방식으로 주로 학습해 왔습니다.

그래서 맥락을 중시하는 방법론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고, 존 롤스나 마르크스처럼 다소 반박하기 어려운 권위를 가진 사상들을 정치사상사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이 새롭고 재밌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정치사상사에 대한 첫단추를 끼우는 안내서인 만큼 방대한 정치사상이 요약되어 있어서,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하는 저작들과 역자가 안내하는 추천 독서 목록을 보면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한 독서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코젤렉의 개념사가 사상적으로 발전을 이룩했던 독일의 붕괴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론인 만큼, 이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짧게 언급하고 지나간 부분이지만 한나 아렌트가 시오니스트로서 활동했다는 부분 또한 다소 충격을 주었어서, 추후 한나 아렌트의 평전 또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찾아보니 나중에는 생각을 바꾸어 시오니즘에 반대했다고 하네요.)

제국에 대한 모순적인 통념을 길게 묘사하면서 과거 인류의 잘못된 행적들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덮어버리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정치사상사의 필요와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에서 비판하는 유럽 남성 중심적 서술을 저자 스스로 답습하고 있다는 부분에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읽을 거리에서 동양의 학자들과 여성 정치사상사가들이 쓴 저작이 안내되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으나, 이 입문서나 안내서가 한정된 지면 안에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범박해질 수밖에 없기에 낳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첫단추 시리즈에는 입문자를 책임지고 공부시키겠다, 이 분야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특유의 포부가 늘 엿보입니다. 우리 안에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있는 여러 개념들을 대신 정리해주는 책을 찾고 계신다면 자신 있게 이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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