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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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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최유안 소설가의 조합이라니 무조건 믿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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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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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이자 작가, 박찬일의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밥 먹다가, 울컥

 



글 잘 쓰는 박찬일 작가님 신작 산문집. ‘음식 산문집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랄까. 시간의 강물 속에서 사라져가는 인연과 그리고 음식.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고 기어이 기억해 눈에 보이는 문장으로 요리해내는 실력에 울컥해 끝내 음식은 먹지 못했다. 화려한 성찬보다는, 상온에 두어 미지근해진 막걸리에 무심하게 데친 두부 서너 점 떠오르는 책.

 

사람은 기왕이면 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도 막 쌓아서 나중에 죽어도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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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서 단편선 근현대 클래식 선집 1
라오서 지음, 박희선 옮김 / 인사이트브리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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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았더라면 노벨문학상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정통한 ‘소설 of 소설’을 써온 위대한 작가의 초기 단편선을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읽어가는 재미가 빼어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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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그림자
최유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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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최유안 장편소설 새벽의 그림자

 

이 융통성 없는 새끼그러니까 평양의대잖아너 그런 엘리트가 왜 이러고 있어?”

그래 봐야…… 여기서 나는 그저 탈북자일 뿐이에요.”

 

최유안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독일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탈북자 이야기를 쓴 소설을 발표한다고 해서 출간 전부터 기대가 많았던 책이다뵐러 박사에게 윤송이 사건의 진상을 듣는 전직 경찰 해주의 모습으로 시작해최유안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무해한 문장이 이어진다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사건의 주변부를 맴도는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하고도무지 실마리를 캘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일견 느슨하게 흐르는 듯한 사건은 3장에서 소녀 민진이 등장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민진의 등장으로 해주는 윤송이가 생전에 거주하던 집에 잠입하게 되고송이의 아이도 마주한다그리고 그 집에서 의문의 사진과 함께요양원에 머무는 집주인 장춘자도 맞닥뜨린다연결고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윤송이와 김용준그리고 홍성수까지도무지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뒤엉켜버린 실타래를 작가는 조급하지 않게자신만의 속도로 완급을 조절하며 풀어나간다그렇게 정체를 드러내는 퍼즐조각.

 

-탈북자라는 출신을 알게 되는 순간 쏟아지는 호기심과경계와 동정을 호의로 포장한 눈빛을 견디기 어렵다는 거였다.

 

-송이를 위해 할 일해주는 그 말이 스스로에게 무엇을 계속 각인시키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다해주는 윤송이 사건을 풀어내면 용준에게도 더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용준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윤송이 사건을 통해 보상받고 싶은 거였다.

 

-공평하지 않은 삶에 불만을 표해서 좋을 게 없다는 말을용준은 좌우명처럼 달고 다녔다.

 

-죄책감을 갖는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어른이 되는 나이는 없다어른인 채로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책임을 지면 아무리 어려도 어른이다해주는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다.

 

-“안 불행하면 그냥 행복이지고통스럽지 않고힘들지 않고그저 그 상태로 됐으면그게 행복이지.” (……용준의 말대로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이겠지만세상에는 불행을 야기하는 일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일보다 월등히 많다. (……)

 

-대양에 홀로 서 있는 선박이 항로를 전타하듯 그것을 기준 삼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

 

-아니그러면 누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운명은 어쩌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사람은 자신이 운명을 개척한다고 믿겠지만 사실 운명이 사람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 아닐까.

 

-그때부터 해주는 밤공기를 가득 채운 차 안의 소리를윗집에서 들려오는 의자를 빼내거나 질질 끄는 소리를낮은 풀벌레 소리를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안으로 수렴하는 소리를어둠이 살아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선한 방식으로 진화한다책임지지 않는 나를 비난하는 것조차 결국 선함이다.

 

-그런데 삶이 겨우 그런 것이고 죽음이 아무리 흔하다고 해도인간은 산다살아야 한다.

 

 

사건은 점차 물살을 타고 빠르게 내달리는데밑줄 긋고 머물고 싶은 문장이 많아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었다인간은 소속감을 가지기 위하여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나만의 영토 없이 떠도는 그림자와 같은 삶은 비단 탈북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터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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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버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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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그중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책은 장은진 장편소설 <디어 마이 버디> 였다. '물이, 계단 한 칸을 삼켰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정말 밑 줄 안 치고 싶은 구절이 하나도 없었다. 서사 자체가 거대하거나 뚜렷하지는 않지만 배경이 정말 거대하고 뚜렷한 데다가 캐릭터가 생생해서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났을 때까지도 청소년소설인 줄 몰랐는데, 분류 상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으로 들어가 있었다. 주인공이 청소년인 소설을 청소년문학으로 분류하는 거라면 그럴 법 하지만, 기존 문학 독자가 읽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장은진 소설가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도 남자 화자를 등장시켜 서사를 이끌어간 바가 있는데, 대개의 작가들이 실제 본인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화자를 등장시킬 때 드러나는 이질감이 전혀 없어 신기하다. <디어 마이 버디> 의 주인공 또한 남자 청소년인데, 어쩜 이렇게 진짜 남자 청소년 같을 수 있는지... 작가의 정보를 모르고 읽었다면 실제 그 나이대 남자작가가 썼다고 믿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진정한 문장 맛집이라는 것.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작가인 데다가 오랜 내공이 곁들여져 탄탄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장이 재난 상황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문장을 잘 쓸 수 있을지 참 부럽게 느껴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황폐한 세계를 촉촉한 감성의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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