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버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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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그중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책은 장은진 장편소설 <디어 마이 버디> 였다. '물이, 계단 한 칸을 삼켰다'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정말 밑 줄 안 치고 싶은 구절이 하나도 없었다. 서사 자체가 거대하거나 뚜렷하지는 않지만 배경이 정말 거대하고 뚜렷한 데다가 캐릭터가 생생해서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났을 때까지도 청소년소설인 줄 몰랐는데, 분류 상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으로 들어가 있었다. 주인공이 청소년인 소설을 청소년문학으로 분류하는 거라면 그럴 법 하지만, 기존 문학 독자가 읽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장은진 소설가는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도 남자 화자를 등장시켜 서사를 이끌어간 바가 있는데, 대개의 작가들이 실제 본인의 성별과 다른 성별의 화자를 등장시킬 때 드러나는 이질감이 전혀 없어 신기하다. <디어 마이 버디> 의 주인공 또한 남자 청소년인데, 어쩜 이렇게 진짜 남자 청소년 같을 수 있는지... 작가의 정보를 모르고 읽었다면 실제 그 나이대 남자작가가 썼다고 믿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진정한 문장 맛집이라는 것. 워낙에 글을 잘 쓰는 작가인 데다가 오랜 내공이 곁들여져 탄탄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장이 재난 상황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문장을 잘 쓸 수 있을지 참 부럽게 느껴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황폐한 세계를 촉촉한 감성의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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