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고 싶었다 - 내일 더 빛날 당신을 위한 위로, 나태주·다홍 만화시집
나태주 지음, 다홍 그림 / 더블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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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지만 소설보다 더 오래 걸려 보는 책이 있어요.

바로 시집인데요.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고 있는 숨은 의미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한 번에 뚝딱 읽는 걸로는 항상 부족하더라고요.

은유와 비유, 함축적 의미, 시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지기에 학창 시절 때도 제일 어려웠던 건 '시'였네요.

그런데 만화로 되어 있는 시집이 있다니, 그것도 나태주 시인의!!! 이건 무조건 읽어봐야겠더라고요.


각 시마다 그림(만화)으로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뒤에 시가 수록되어 있는 형태였는데요.

시각적인 효과가 즉각적이기에 글만 읽었을 때보다 확실히 그 의미가 빠르게 와닿더라고요.

받는 것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라는 '소망'이라는 시인데 할아버지에게 드리려고 하루 종일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는 손녀의 모습, 마침내 찾아 미소 짓는 모습, 그 마음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사실 시는 시인이 의도한 바도 있겠지만 보는 이의 시각이나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잖아요?

이 책에선 자연, 계절, 가족, 사랑, 인생에 관한 시들이 나오는데 할아버지와 손녀가 보여주는 모습들로 인해 가족애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특히 하나하나 따로인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듯 한 느낌이기도 했는데요.

손녀가 자라 입학, 졸업, 면접, 아르바이트, 결혼, 출산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행복은 특별한 다른 무언가가 아닌 평범한 삶에서 느끼는 것임을 일깨워주더라고요.

'아.. 나도 저 때 그랬었지...' 하며 어찌나 추억 돋던지요.

재밌는 건 평범한 삶 속에도 시대적 흐름은 놓치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어요.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배우셔서 매일 아침 키우시는 꽃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내며 안부를 물어주시는 아버지... 아.. 또 뭉클합니다.

과거에 손녀가 넘어졌을 때 아무렇지 않게 옆에 누워 같이 하늘을 봤던 할아버지.

그런 손녀가 훌쩍 커 자신의 아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모습이 뒤에 나오는데요.

그 장면을 본 할아버지의 미소는 잊히지가 않네요.

그야말로 오래 보고 싶었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속 무언가를 많이 내려놓게 되고, 차분해진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만화라고 해서 아이들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가 더 감동받고 위로받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들도 있지만, 역시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어른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127p

저에게 가장 힘이 되고 위로가 된 시여서 얼마나 들춰봤는지 모르겠어요.

학생, 직장인, 부모,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기에 꼭꼭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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