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가 된다

우리는 도시가 된다 ㅣ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영화 판타스틱 4를 기억하시나요? 빌런들에게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4명의 용사가 맞서 싸우는 히어로물 영화인데요.

비슷한 듯 다른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조금 더 작은 단위인 '도시'를 지키기 위해 선택된 화신들의 이야기예요.

화신이라길래 어떤 영적인 것이나 신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각자가 가진 능력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들도 인간이라는 것!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자신이 화신인지도 모른다는 설정이 독특했네요.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손꼽히는 '뉴욕'!

뉴욕을 이루는 맨해튼, 브롱크스, 퀸스,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의 다섯 자치구의 개성 넘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각 자치구가 띠고 있는 개성을 온전히 갖고 있는 화신들의 성격 또한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더라고요.

판타지 소설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장소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었네요.

전 뉴욕에 가보진 않았지만 뉴욕 현지인들이나 여행자들에게는 그 느낌이 더 배가 되겠죠?

재미만이 아닌 인종차별이나 남녀 차별, 혐오와 편견 등에 관한 작가의 생각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각 자치구들의 화신들 또한 유색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더라고요.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저에겐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이해도 안 가고 좀 어려웠어요.

새로운 도시(여기선 뉴욕)가 태어나면 화신들도 같이 태어나는데 자신들이 화신인 줄 모른다는 것, 그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일 때 다른 차원(여기선 다중 우주)의 적들이 자신들의 도시를 세우려고 차원의 문을 넘어 각 자치구로 들어오지만 보통의 인간들은 그들을 볼 수도 없어요.(보이진 않지만 피해 간다?는 신기한 설정)

가끔 그 도시에 애정이 깊었던 사람들에겐 이들이 보이기도 하나 보더라고요.

대부분의 인간은 적의 촉수에 닿아 감염되어 그들의 수하가 돼요.

각 자치구마다 한 명의 화신들이 있고 그들을 대표하는 중심 화신이 있어 6명이 뉴욕을 이루는데요.

중심 화신 혼자 뉴욕을 지키려다 큰 부상을 당하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그때부터 각 자치구의 화신들은 뭔가를 감지하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며 서로를 찾게 되죠.

같은 공간 다른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는 다중 우주 양자역학의 이야기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로 그냥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화신들.. 누구 하나 시원하게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오히려 적이 설명해 줌), 선대 도시(여기선 상파울루)의 화신이 상황 설명과 도움을 주러 오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때야 뒤늦게 도착하는 답답함.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에서 4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는 어리둥절한 상황을 주인공들과 함께 경험했네요.

이 책은 상황 설명이나 묘사가 엄청 디테일해요.

그래서 영화였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게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죠.

하지만 너무 자세하다 보니 내용 전개가 느려 가끔 지루하기도 했어요.

뒤 200페이지 정도가 속도감 있고 재밌었는데 이제 막 뭔가 시작되려 하니 '다음 편에 계속.. '을 본 것 같은.. 너무너무 아쉬웠어요.

적에게 세뇌당한 자치구의 최후도 궁금하고 본격적인 적과의 전투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