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
조나단 레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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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공간을 잇는 가상의 통로, 웜홀.

이곳을 통과하면 완전히 다른 우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하죠.

<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는 이 웜홀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 책에선 딱히 웜홀이란 단어를 사용하진 않아요.

버블, 구멍, 포털에 이어 결함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물리학자인 앨리스와 인류학자인 필립은 연인 관계로, 같은 대학의 교수입니다.

물리학부 소프트 박사의 '규모가 큰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는데요.

버블이 분리되어 그 크기가 점차 커져 우리가 사는 우주와는 별개의 우주를 생성한다는 연구였어요.

하지만 버블은 결국 분리되지 않았고 구멍처럼 남겨져 포털을 이루고 곧 '결함'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앨리스는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하며 '결함'의 연구에만 매진하는데요.

필립은 그런 앨리스에게 미묘한 심경의 변화가 있음을 감지하게 되죠.

결국 그녀는 연구를 넘어서 '결함'에 사랑을 느끼며 집착하게 되고 맙니다.

한편 연구팀은 '결함'앞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여러 물건을 집어넣어 보는데요.

'결함'을 그대로 통과해 바닥에 떨어진다면 거절의 의미로 이 물건들은 후에도 절대 삼키지 않았어요.

삼켜서 사라지는 물건들은 긍정의 의미였는데요.

이 물건들 중에는 후에 싫어질 때도 있어 그대로 통과시킬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좋고 싫음의 구체적인 구분은 없었죠.

그런 와중에 우연히 암컷 고양이를 삼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앨리스의 '결함'에 대한 집착은 진정한 사랑인 걸까요?

'결함'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아보려면 직접 몸을 던져보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결국 테이블 너머로 건너가기에 이릅니다.



앨리스의 집착으로 인해 주관적인 연구가 되면서 소프트 박사는 외부 연구진들을 불러들여요.


"인식이 현실을 만든다.

세상을 세상이라고 생각해야

세상이 존재한다."

-275p


그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본 결론은 바로 '누군가 그것을 봐주고 인정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

즉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관찰자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바라봐 주면 진짜가 된다는 거였죠.

내용을 쭉 읽고 나니 앞 부분에 필립이 앨리스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당신이 관찰하고 있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46p


나를 봐주던 사람이 떠나면 껍데기만 남은 채 버려진 거 같을 거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느껴지더라고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관심과 의미를 부여할 때 아름답게 살아나는 거 같아요.

물리학적 이야기에 어려운 용어들이 나와 살짝 어렵기도 했고, 상상도 못했던 결말까지 더해 어리둥절하기도 했는데요.

웜홀이라는 소재가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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