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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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에서 10회까지 연재되었던 <오늘의 세리머니>가 드디어 책으로 출간되었어요.

전 휴대폰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책이 잘 맞나 봐요.

이미 반 이상 읽었던 내용인데도 책으로 읽으니 더 집중력 있게 몰입 되더라고요.

결말까지 연재한 건 아니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했었어요.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는데, 세상에나~ 작가님 사인 본인 줄도 몰랐네요.

처음엔 글씨만 보이더니 글 앞에 뭔가 반짝이더라고요.

사진으로 잘 안 보이는데 무슨 폭죽이 터지는 모습 같은 반짝이 도장이 찍혀 있었어요.

책 제목 세리머니와 제법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딱 한 번을 제외하곤 계속 동사무소를 전전했던 도선미는 드디어 하주 시청 민원봉사과 가족관계 팀으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팀장 부재 시 대리하는 자리인 차석으로 오게 된 도선미는 그곳에서 신입 막내인 이가경을 만나게 되는데요.

어딘가 낯설지 않았던 둘은 얼마 전 우연히 스쳤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게 싫었던 선미는 모르는척했지만 가경은 '선미 언니'라 부르며 살갑게 대해요.

어느 날 가경은 선미에게 자신의 고모 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요.

50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는 고모 이순영.

그녀의 배우자는 학창 시절 친구였던 송미영으로 이순영과 같은 '여성'이었어요.

암으로 죽을 날이 머지않은 송미영에게 이순영은 법적 배우자로 남아 옆을 지키고 싶었던 거였죠.

가경은 진짜 혼인 신고서를 발급하기 위해 필요한 건 그 두 사람을 부부로 만들어주고 싶은 공무원 두 사람만 있으면 된다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합니다.



동성 간 혼인신고는 도선미와 이가경의 철저한 계획과 운이 따라주며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이는데요.

이 부분이 가장 긴장감 넘치고 심장 쫄깃한 장면이었어요.

동성 간의 결혼은 민감한 사안이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일이 있고도 세상은 혼란은커녕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요.

그들이 서로 좋아한다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데...

이성이 맞고 동성이 틀리다는 건 그저 다수의 의견이 아닐까요?

소수이기에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순 없는데 말이에요.

전 그들이 왜 굳이 이렇게 힘들게 혼인신고를 하길 원하는 걸까? 그냥 살아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순영과 송미영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 법적 보호자라는 게 그냥 동거인과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참 안타까웠어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가경이 법이 얼마나 완고한 고집불통인지 알게 되었다고 하는 부분에선 저도 격하게 공감을 했네요.

도선미는 이 일이 밝혀지면 징계사유가 되는데도 그들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데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그들을 대변하는지는 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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