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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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가제본 책을 받았습니다.

제법 묵직한 이 책! 저자 명이 다소 생소했는데, 우리나라 뇌 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이 강력 추천하신다고 해 내용이 궁금했어요.

책에 관한 정보 없이 제목만 읽고는 전 당연히 소설책인 줄 알았어요.

그. 런. 데.

이 책은 피터 스콧-모건 박사의 실제 삶을 담은 자서전이더라고요.

2017년 오른발의 작은 증상으로부터 시작된 이상 증세는 몇 달에 걸쳐 여러 검사를 동원했지만 원인을 알기란 쉽지 않았어요.

장장 8개월에 걸친 검사에서 그는 MND-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라는 진단을 받아요.

영국의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걸린 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이에요.

루게릭병이라고 하니 저는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가 제일 먼저 생각났는데요.

극중 김명민이 걸린 병으로 2009년 당시 눈물바람을 일으켰던 영화였었죠.

영화에서 보았듯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사지의 마비보다 호흡근의 마비로 인한 질식사가 치명적이라고 해요.

이런 희귀병 진단을 받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어요.

로봇공학자인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빠르게 인정하고 판단해요.

첨단과학 시대에 병원에 누워 손 놓고 사형선고를 기다릴 순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죠.

<사진 출처:피터 스콧-모건 박사 페이스북>

영양섭취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고, 질식을 막기 위해 후두 절개술을 감행해요.

<사진 출처:피터 스콧-모건 박사 페이스북>

말을 못 하게 될 것을 대비해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3D 아바타로 만들고 미리 녹음해둔 목소리로 합성해 대답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세계 최초의 AI 사이보그로 변신합니다.

기계와 인간은 경쟁이 아닌 융합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실천에 옮긴 부분이었어요.

실제 본인의 몸을 시험 삼아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전 그저 놀라웠는데요.

자신의 병에 대한 극복의 의지도 물론 있었지만, 그는 무엇보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단했어요.

병원 관계자를 강하게 설득한 끝에 수술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겠죠?

이 책에는 발병 직후 이야기뿐 아니라 작가가 16세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를 오가듯 한 파트씩 나눠 보여주고 있어요.

부당한 일을 당한 것,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 일에서 승승장구한 것, 믿었던 사람의 배신, 가난과 부유해진 이야기 등 파란만장한 삶을 볼 수 있어요.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저자의 16살 학창 시절 때 이야기였는데요.

과학도 과학이지만 연극, 미술, 문학, 예체능(펜싱)까지 그냥 좀 했다 정도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진지하게 진학을 권했을 정도로 문과, 이과, 예체능까지 다 섭렵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천재라는 단어는 이런 분에게 쓰는 거 맞죠~

집안도 빵빵한 엄친아였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네요.

사실, 후에 본인의 일이 잘 되 돈을 많이 번 것도 있었지만 만약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이보그가 되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긴 했어요.

<사진 출처:피터 스콧-모건 박사 페이스북>

그는 자신의 철학 중 하나인 '사랑은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이긴다.'라는 말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데요.

동성애자였던 그는 2005년 시빌 파트너십이라는 제도를 통해 결혼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갖는 영국 최초의 동성 커플이 되어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어요.

언제나 당당했던 그의 모습에 결혼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고 하네요.

얼마 전 비슷한 소재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다수가 소수를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어요.

그는 자신의 인간이었던 때를 '피터 1.0'으로, 2019년 10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사이보그를 '피터 2.0'이라 명명해요.

이후 코로나19 때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지만 그 이야기는 없어 살짝 아쉬웠어요.

루게릭병 진단 후 2년의 여명 선고를 받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을 살다 올해 6월 64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를 전부 그리진 못했지만,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지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았네요.

맨 마지막에는 그로부터 21년 후의 이야기가 나와요.

2040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이건 작가의 소설이예요.

16세 때 썼던 중세 시대 살라니아를 배경으로 한 기사와 마법사가 나오는 판타지 소설이죠.

하지만 2040년엔 더 이상 소설이 아닙니다.

가상현실 세계로 비치는 이 미래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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