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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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가해자가 된다면,

당신은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요?

야쿠마루 가쿠

사회파 추리소설의 강자 야쿠마루 가쿠의 새로운 승부작 <어느 도망자의 고백>입니다.

야쿠마루 가쿠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진정한 속죄'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가로 유명한데요.

이번 <어느 도망자의 고백>에서는 뺑소니 사망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내면을 들여다 봅니다.



괜찮은 집안에 명문대를 다니는 스무살 마가키 쇼타는 여자친구와 싸운 후 기분을 풀기위해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집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집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라는 여자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고는 자신의 차를 운전해 갑니다.

세찬 빗방울이 내리던 그날 눈을 돌렸던 한순간 엄청난 충격과 기괴한 소리가 귀를 울렸고, 공포에 질린 쇼타는 액셀을 밟고 그대로 도망칩니다.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자신이 81세 여성을 치었고, 그대로 달아나는 과정에서 그 여성을 200m나 끌고가 사망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건 사흘 후 경찰에 붙잡히게 된 쇼타는 "무언가 부딪친것은 인지했지만 사람인줄 몰랐다."라고 일관했지만, 결국 4년 10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게됩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출소 한 쇼타는 한순간에 모든것이 변한

자신의 인생을 직면하게 됩니다.

한편,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한 쇼타의 출소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는 '해야할 일'을 하기위해 쇼타가 머무르는 연립주택으로 이사하기에 이릅니다.



요즘 뉴스를 틀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저도 볼때마다 안타까운데요.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두둔하게 되는게 사람 마음인지라, '가해자=나쁜 사람' 이라는 생각도 은연중에 생기는거 같더라구요.

이 소설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가해자의 심리에 대해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어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가끔 보면 정말 뻔뻔한 가해자도 있지만,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쇼타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쇼타가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던 것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였는지, 무엇이 두려웠던 것인지 자책하며 후회하는 장면이예요.

그의 잘못된 행동을 어떤 말로도 정당화 할 순 없지만,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어요.


쇼타는 자신의 잘못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지만, 두려움에 사건의 진상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어요.

단지 운이 나빴다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사람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부분인거 같아요.


많은 매체 속에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점도 살짝 내비치고 있어요.

인터넷상 누리꾼들의 필터없는 댓글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 사람이 죄를 뉘우치지 않는 파렴치한인듯, 무조건 죽어야 마땅한 천하에 나쁜놈으로 몰아가고, 그 가족들의 신상까지 탈탈털어 내는 것을 보며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어요.

누군가는 실형을 살고 나왔으니 충분한 거라 하고, 누구는 사람을 죽여놓고 4년 10개월은 너무 가볍다고 합니다.

어느 누가 그 형벌의 크고 작음을 판가름 할 수 있을까요?

살인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출소 후 번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내용, 평생을 본인뿐아니라 가족들도 다같이 피해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내용 또한 가슴 씁쓸하게 합니다.


쇼타는 일자리를 구하기위해 자신의 전과를 숨기는것보다 솔직하게 고백해 채용해주는 곳을 찾아요.

간병인을 지원하면 3D업종이니 아무나 채용해줄거라 생각했냐는 시설 원장의 말에 자신에게 가장 괴롭고 힘든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해요.

자신이 죽게한 노인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쇼타는 누가 보아도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다루며, 누구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줘요.

지금 가장 불행한건 가해자도 그의 가족들도 아닌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이라는 쇼타 누나의 말이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받아 체험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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