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여름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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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 직후가 배경인 <무죄의 여름>은 소비에트, 미국, 영국의 공동 통치를 받던 독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긴 이름의 인물들이 많이 나와, 읽으면서 맥이 끊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은 한페이지에 딱 정리해줘서 내용을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독일 지리에 문외한이라 전쟁 전 후의 자세한 지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독일인 아우구스테는 전쟁 중 부모를 잃고 미군 식당에서 일하는 평범한 소녀다.

여느때와 다름없던 날, 갑작스러운 미군들이 들이닥쳐 아우구스테를 끌고 소비에트 연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 마을에서 승전국 유력 인사가 양치질 도중 사망했고, 그가 자신의 은신처를 제공 해 주었던 은인이었던것!

졸지에 용의자가 된 아우구스테는 결국 혐의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죽은 은인의 부인은 자신의 조카가 의심스럽다고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길을 나선다.


전쟁 후인 현재와 히틀러의 통치를 받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주인공 아우구스테의 가족은 독일인이지만 히틀러의 독선적인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치 체제에서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유대인을 증오하고 학살했던 일이 아닐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유대인에 대해 학습하자며 얼굴의 생김새와 피부색 등을 알려주는 이 장면에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 멸시하고 차별하고 증오할 수 있는지..

총통의 찬양과 독일 민족 동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열등 만족을 향한 모멸감으로만 가득찬 자기나라의 책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인물을 따라가는 일상적인 이야기에 빠졌던, 책이 유일한 친구였던 아우구스테가 충분히 이해된다.

감시하는 인간이 달라졌을 뿐

체제가 하는 짓은 똑같다.

본문 58p

이 소설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전쟁 후 연합국으로부터 자신들은 해방되고 자유로울 줄 알았으나 그들도 역시 모든 독일인은 나치를 따르는 맹신자며 같은 사상을 지녔다고 치부해버린다.

그저 자신들의 기본 권리를 누리고 싶었을 뿐일텐데...

소설의 중간중간에는 멋진 배경 묘사가 나오는데 이런 모습은 현실의 참혹한 전쟁터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더 가슴아프다.

특히 아우구스테가 가족과 함께 일광욕을 하는, 어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일상적인 모습을 꿈꾸는 장면은 주인공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반적으로 보여주어 너무 슬펐다.

이 소설은 독일인 주인공의 독일에 대한 내용인데, 사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독일은 침략전쟁을 시작한 나라이며 패전국으로 인과응보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일본이 독일과 마찬가지로 침략과 학살을 자행했던 나라임을 기억하라는 뜻을 담아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떠들썩한 지금 이 소설이 단지 과거의 역사 정도로만 느껴지진 않는다.

또 다시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기는 것이 안타깝고, 과거의 모습이 또 반복되는것에 마음 아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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