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이 마음 같지 않아 고민입니다 - 내 마음 오해 없이 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대화 수업
라이페이샤 지음, 김경숙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똑똑했던 어제의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다.
지혜로워진 오늘의 나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
말이라는 것은 참 신비로운 구석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억양이나 길이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고, 같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해도 그 말이 전해지는 주변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별생각 없이 건넨 습관적인 말이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름 신중하게 건넨 한 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기도 한다.
요즘 비폭력대화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눈에 자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폭력적 대화에 불편을 느끼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언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서 직접적인 단어 없이도 충분히 폭력적인 말로 누군가를 제압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공손한 말투로도 누군가를 위협할 수 있고, 칭찬의 말로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사람의 혀끝은 칼날과도 같아서 꾸준히 벼리고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누군가를 베어버린다.
저자는 비폭력대화의 4단계로 관찰, 느낌, 필요, 요청(부탁)을 제시한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 느낀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되 편견이나 평가는 끼워 넣지 않아야 하고, 현재의 진정한 느낌을 표현하되 과거의 기억이나 자신의 경험과는 무관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성격은 달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깊이 친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같은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우리가 이만큼 달라서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는 생각에 다름조차 기쁨이 되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그것을 존중하지만 마음속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직도 멀고 먼 나의 인격 탓이겠지만, 때로는 다름이 그 사람과의 거리를 분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비폭력대화의 네 번째 단계는 요청이다. 자신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차라리 원하는 것을 속 시원히 말해주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본인조차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느낌의 화법을 들을 때면 발끝이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언가를 취합하는 일을 하다 보면 요청을 잘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차라리 날짜와 방식을 지정하고 요구하면 편하겠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서 최대한 공손하게 요청했는데 전혀 응답이 없거나 전달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고 질문부터 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아직도 그릇이 덜 되었음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저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공감이라고 말한다. 설득과 가르치려는 태도가 소통에 있어 좋은 태도는 아니며, 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고 내가 너보다 훨씬 비참하다고 비교하는 태도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동정에 호소하는 것일 뿐 공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공감의 자세는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있어서인지 자꾸만 나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일방적인 감정 호소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바람직한 걸까. 몇 번까지 참아야 그것을 더는 들어줄 수 없음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상대방이 나의 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대화라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 나의 말에 큰 부담 없이 반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비폭력 대화의 시작일 것이므로. 나의 말에 대해 그리고 누군가와의 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