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이름과 한 줄의 글이 강하게 마음을 이끈 책.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지 않으면 세상의 반응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한 칼 구스타프 융의 문장에 마음이 기울었다. 실은 미술을 곁들인 심리학 서적인가 해서 마음이 갔다. 요즘 융에 대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맞고, 틀렸다. 굉장히 매력적인 한 줄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작가는 이 책의 초안을 십 년 전에 썼다고 한다. 원래는 드로잉에 관한 책을 쓰고자 했는데, 정작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데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을 알아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 첫인상이 맞고도 틀렸다. 이 책은 스스로에 대한 철학적 자화상을 그려보는 책이 맞고 동시에 드로잉에 관한 책이다.

#백수에게 박수를
제목이 근사한 글이다. 자화상 수업 시간에 서로를 소개하는데, 작가는 자기소개에 대한 규칙을 정하면서 백수에게는 기립박수를 쳐주기로 한다. 백수는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경영하는, 주인이 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의 마음도 담백하면서 따뜻하다. 참고로 나도 백수인 동안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일으켜 세우고 박수를 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백수인 삶에 그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은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응원일 것이다.

#나는 원래 차가운 사람이다
재미있고 또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일화가 담겨 있다.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에 ‘나는 차가운 사람이고, 사람들과 노닥거리는 건 딱 질색이니 좀 빼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양이도 싫고 길고양이들이 귀찮게 군다면서 하루는 그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그다음엔 소파 위에서 쉬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던 사람. 결국 작가는 그의 본심을 알아채고 앞으로는 우리가 귀찮게 할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았고, 그 사람도 싫지 않은 내색이었다고.

누군가의 ‘말하지 못할 마음’을 알아차려 준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하고 따뜻한 일일까. 하지만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늘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말 안 해도 다 안다며 강요하는 사람만큼 불편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의 거절은 진심이 가득 담긴 거절인 경우도 있으니까.

이 책이 드로잉 서적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겠다. 드로잉 에세이라 하고 싶다. 꽤 근사한 글과, 드로잉에 대한 설명이 녹아 있다. 정말로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하는 책.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이 마음 같지 않아 고민입니다 - 내 마음 오해 없이 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대화 수업
라이페이샤 지음, 김경숙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똑똑했던 어제의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다.
지혜로워진 오늘의 나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다.

말이라는 것은 참 신비로운 구석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억양이나 길이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고, 같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해도 그 말이 전해지는 주변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별생각 없이 건넨 습관적인 말이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고, 나름 신중하게 건넨 한 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기도 한다.

요즘 비폭력대화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눈에 자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폭력적 대화에 불편을 느끼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언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서 직접적인 단어 없이도 충분히 폭력적인 말로 누군가를 제압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공손한 말투로도 누군가를 위협할 수 있고, 칭찬의 말로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사람의 혀끝은 칼날과도 같아서 꾸준히 벼리고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누군가를 베어버린다.

저자는 비폭력대화의 4단계로 관찰, 느낌, 필요, 요청(부탁)을 제시한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 느낀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되 편견이나 평가는 끼워 넣지 않아야 하고, 현재의 진정한 느낌을 표현하되 과거의 기억이나 자신의 경험과는 무관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성격은 달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깊이 친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치관이 같은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우리가 이만큼 달라서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는 생각에 다름조차 기쁨이 되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그것을 존중하지만 마음속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직도 멀고 먼 나의 인격 탓이겠지만, 때로는 다름이 그 사람과의 거리를 분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비폭력대화의 네 번째 단계는 요청이다. 자신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 차라리 원하는 것을 속 시원히 말해주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본인조차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느낌의 화법을 들을 때면 발끝이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언가를 취합하는 일을 하다 보면 요청을 잘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차라리 날짜와 방식을 지정하고 요구하면 편하겠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서 최대한 공손하게 요청했는데 전혀 응답이 없거나 전달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고 질문부터 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아직도 그릇이 덜 되었음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저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공감이라고 말한다. 설득과 가르치려는 태도가 소통에 있어 좋은 태도는 아니며, 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고 내가 너보다 훨씬 비참하다고 비교하는 태도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동정에 호소하는 것일 뿐 공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공감의 자세는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있어서인지 자꾸만 나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일방적인 감정 호소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바람직한 걸까. 몇 번까지 참아야 그것을 더는 들어줄 수 없음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상대방이 나의 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대화라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 나의 말에 큰 부담 없이 반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비폭력 대화의 시작일 것이므로. 나의 말에 대해 그리고 누군가와의 대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체르노빌 참사 당시 플로히는 파괴된 원자로에서 500km도 떨어지지 않은 드네프르강 하류 지역 철의 장막 뒤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 세르히 플로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참사의 생존자이자 역사학자로서 사고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으로 이 책을 썼고, 푸쉬킨하우스 러시아 도서상을 받는다. 그리고 현재 하버드대학 미하일로 흐루솁스키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크라이나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두 가지다. 가깝지만 가까이하기 힘든 이웃나라 일본과 비슷한 이야기를 다뤘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참사 생존자이자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아진 사람이 용기를 내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소설 순이삼촌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입에 귀 기울여주지 않으니까.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누출된 방사능의 양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몇 백 개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체감이 어렵지만,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하고 바람에 실려 스웨덴까지 날아간 플루토늄-239의 반감기는 2만 4000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프리퍄트는 현대판 폼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 썩어 들어가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고쳐온 것은 불편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용기를 냈던 사람들의 노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 책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역사 연구물. 쉽게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일치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훗날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많은 이들에게 끝나지 않는 고통을 남긴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 문제를 발견하지만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당국은 침묵을 지킨다는 것. 사고 후 당시를 떠올려보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서둘러야 할 누군가는 서두르지 않았고, 큰 피해를 입고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것.

살다 보면 아는 것이 힘이고, 모르는 것이 죄가 될 때가 있다. 체르노빌 사고 지역 주민들은 죄가 없지만, 방사능에 대해 몰랐기에 어린아이들이 노란 알갱이들을 모래와 함께 가지고 놀았으며 원자로 부근에서 헬리콥터를 조종했던 조종사들은 피부가 검게 변하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간과했을 방사능 피폭 증상이다. 4월 27일에 원자로 위에 모래주머니를 투하했던 조종사들은 5월 초에 모두 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증상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우리는 흔히 방사능 피폭 피해로 암에 걸린 환자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물고기를 생각하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다. 골수가 모두 파괴되어 백혈구를 만들어내지 못해 여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은 한 피해자는 4일 만에 임신 중인 아내를 남겨두고 숨을 거둔다. 이들의 시신은 관에 들어가기 전에 플라스틱 백에 싸여 아연으로 만든 관에 담겨 매장되었다. 그리고 관 위에는 시멘트 타일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유가족은 시신을 인계받을 수 없었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투입된 헬리콥터 조종사와 소방관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국민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사실이었다. 민족적 비극이 발생하면 어쩜 이렇게 대응 방식들이 비슷할까.

우크라이나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소아암 비율이 90퍼센트 상승했다. 사고 발생 이후 20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사고 당시 18세 이하였던 주민들 중 5천 건의 갑상샘암 발병이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암으로 인한 사망이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산했고,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어디서든 사고 피해자의 수치는 축소당하기 마련이다. 어느 죽음이든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은 늘 앞장서서 세상을 떠난다. 숭고한 희생을 함부로 안타깝게 봐도 될지 조심스럽지만 나에게는 상상조차 버거운 일이다.

저자는 인간의 오만과 책임 회피가 더 이상 재난의 확산을 부채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조금도 피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얼마나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본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흐린 눈으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의 언어 - 선을 넘지 않는 선한 대화법
손민호 지음 / 채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선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쓰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놓고 선을 긋는 일은 상대방에게 서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 사이에는 선이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기본적인 선을 자꾸만 넘나들며 본인 감정 배설물만 쏟아내는 사람의 연락이 반갑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게도 어쩔 도리가 없다.

친구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소제목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얼마 전 A가 B에게 자신의 고민이자 감정 배설물들을 한껏 쏟아내었고, 이번에는 B가 A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쏟아낼 생각으로 전화를 걸지만, 네 고민은 고민도 아니라며 단칼에 거절하고 자신은 비슷한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처했다며 무용담을 펼친다. B는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멀어질 준비를 한다.

저자는 B가 생각하는 대화를 일종의 빚이라 표현한다. B는 부정적인 가치가 담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일종의 빚이라 생각한 것이고, 자신도 언젠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질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친구의 감정 토로를 잘 들어준 것이다. 친구 사이에는 서로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그러나 A는 그것을 들어주지 않았으니 B는 이를 서운하게 느낀 것이다.

나의 대화는 주로 어떤 입장일까.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들어주는 것은 정말 지긋지긋한 일이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감정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사람은 반대로 남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 않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냥 하고 싶은 말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가 싶을 정도.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도 친구들에게 가끔 무례할 정도로 내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 같아 반성한다. 친구는 서로의 감정의 쓰레기통도 아니고, 누군가의 고민을 별것도 아닌 일로 치부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저자는 이광수의 <무정>을 예로 들며 훈계하고 지적하는 사상과 말투에 대한 청자의 거부감을 언급한다. 대신 언어유희를 통해 칼을 품지 않은 말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어른의 대화라고. ‘내 말이 옳을 테니 너는 따르라’는 의미가 가득 담겼지만 말투만 정중한 명령이나 선 칭찬 후 떠넘기기식의 말투를 듣고 결국 나도 선을 넘는 수준으로 정색했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누군가 내게 보였다면 불쾌했을 태도로 똑같이 상대방의 무례함을 대했던 기억은 유쾌하지 않다. 자괴감이 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지혜롭고 교양 있게 상대방의 무례함을 대처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비언어를 소리 없이 강한 몸의 메시지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다. 가끔 누군가의 눈빛이나 제스처 혹은 내게 연락하는 시간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다. 굉장히 공손한 말투로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묻거나 이미 여러 번 설명한 것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물어보는 사람을 대할 때 나는 가끔 혼란스럽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데도 진심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불편을 느끼는 행동을 나부터 조심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항상 나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는 일이고, 상대방은 지금 업무에 치여 농담을 들을 여유가 없을 수도 있으며 조용히 쉬고 싶은 시간에 혼자 신나서 연락한 내가 달갑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아까 늦은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놓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는 늦은 시간 혹은 아침부터 미안하다고 인사하며 연락할 게 아니라 남이 쉬고 있을 시간에는 연락을 참아야겠다. 나도 선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에는 다양한 종류와 그것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비 오는 날은 레몬차를 마시고. 추운 날은 메밀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좋아하듯 책도 다양한 종류와 그것을 즐기는 방법이 존재한다. 아마도 이것이 독서의 무궁무진한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명작 영화 속 명언들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된 힐링 인문학 여행서라고 한다. 리텍콘텐츠에서 출간된 다른 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같은 작가의 시리즈 형식으로 이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200편의 영화에서 작가가 본인이 좋았던 1000개의 문장을 모아둔 책이라는 것. 사람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목표가 명확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 선택에 있어 큰 장점이다.

책은 8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1000개의 영화 속 명대사는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명대사,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명대사,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러주는 명대사,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명대사, 지친 마음을 힐링해 주는 명대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명대사,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대사,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대사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파트에서 25개의 영화와 그 영화 속 대사로 나뉜다.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매일을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p. 91)

영화관에서 웃다가 오열한 기억이 떠오르는 영화. 유쾌한 내용인데, 주인공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과 인생과 소중한 것에 대하여.


너의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아. 바로 너의 머리야. 그 추억은 강가의 물고기처럼 머리 깊숙이 살고 있단다.

기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기억들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던져보자. (p. 207 )

올해 알게 된 한 소중한 친구 덕분에 알게 된 영화. 마들렌 효과( 또는 프루스트 효과)라 불리는 현상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후각의 경험을 매개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현상을 마들렌효과라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한 실험에 의하면 사진과 냄새를 동시에 보고 맡게 한 후, 그 뒤 둘 중 하나만 경험하게 했을 때 참여자들은 냄새를 맡았을 때 과거의 일을 더 잘 기억했다고 한다. 뇌가 쉴 때 가끔 우리의 감각은 여전히 성실하게 나의 삶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널 두렵게 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공포심이란다. (p. 309)

영화 속 주인공은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벵골 호랑이와 둘이. 그런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마음속 공포심이다.
살다 보면 다양한 두려움에 위축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극복도 예측도 불가능하게 오직 외부요인에 의한 일들도 있지만, 때로는 내 안에서 피어난 두려움과 불안이 그 원인인 경우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인간의 불안은 아마도 줄어들지 않을까.


영화 속 대사들을 영어로도 정리해놨기 때문에 괜히 영어로도 읽어보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속담을 외우던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걸 보니 그 시절의 냄새까지는 없어도 영화 속 대사들을 우리말과 영어로 정리해 놓은 이 책이 나에게는 마들렌 같은 것인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