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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차에는 다양한 종류와 그것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비 오는 날은 레몬차를 마시고. 추운 날은 메밀차를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좋아하듯 책도 다양한 종류와 그것을 즐기는 방법이 존재한다. 아마도 이것이 독서의 무궁무진한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명작 영화 속 명언들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통찰할 수 있도록 구성된 힐링 인문학 여행서라고 한다. 리텍콘텐츠에서 출간된 다른 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같은 작가의 시리즈 형식으로 이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200편의 영화에서 작가가 본인이 좋았던 1000개의 문장을 모아둔 책이라는 것. 사람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목표가 명확한 책이라는 점은 분명 선택에 있어 큰 장점이다.
책은 8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1000개의 영화 속 명대사는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명대사, 사랑이 싹트는 로맨틱 명대사,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러주는 명대사,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명대사, 지친 마음을 힐링해 주는 명대사,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명대사,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명대사, 내 안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대사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파트에서 25개의 영화와 그 영화 속 대사로 나뉜다.
우리는 삶 속의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매일을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p. 91)
영화관에서 웃다가 오열한 기억이 떠오르는 영화. 유쾌한 내용인데, 주인공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과 인생과 소중한 것에 대하여.
너의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아. 바로 너의 머리야. 그 추억은 강가의 물고기처럼 머리 깊숙이 살고 있단다.
기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기억들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던져보자. (p. 207 )
올해 알게 된 한 소중한 친구 덕분에 알게 된 영화. 마들렌 효과( 또는 프루스트 효과)라 불리는 현상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후각의 경험을 매개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현상을 마들렌효과라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한 실험에 의하면 사진과 냄새를 동시에 보고 맡게 한 후, 그 뒤 둘 중 하나만 경험하게 했을 때 참여자들은 냄새를 맡았을 때 과거의 일을 더 잘 기억했다고 한다. 뇌가 쉴 때 가끔 우리의 감각은 여전히 성실하게 나의 삶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널 두렵게 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공포심이란다. (p. 309)
영화 속 주인공은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벵골 호랑이와 둘이. 그런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마음속 공포심이다.
살다 보면 다양한 두려움에 위축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극복도 예측도 불가능하게 오직 외부요인에 의한 일들도 있지만, 때로는 내 안에서 피어난 두려움과 불안이 그 원인인 경우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인간의 불안은 아마도 줄어들지 않을까.
영화 속 대사들을 영어로도 정리해놨기 때문에 괜히 영어로도 읽어보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속담을 외우던 시절이 떠오르게 하는 걸 보니 그 시절의 냄새까지는 없어도 영화 속 대사들을 우리말과 영어로 정리해 놓은 이 책이 나에게는 마들렌 같은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