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바람, 어둠처럼 우리를 둘러싼 자연적인 현상들만 아니라 고양이, 새, 생쥐.. 주변 모든 환경이 어린 토미에게는 공포다. 천둥치는 밤, 숨을 곳을 찾아 피한 토미는 '담요'를 덮어쓰고서는 안전함을 느끼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담요를 뒤집어 쓰고 지낸다. 할머니 택에 방문한 토미는 담요 틈으로 새와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새가 날자 즉시 쫓는 고양이를 따라 토미도 집 밖으로 나가고 달리는 사이 담요의 실이 조금씩 풀려 눈송이가 조용히 날리는 들판에 잠옷 차림으로 서게 된 토미. 그러나 이제 토미에겐 두려움 대신 새와 고양이와 눈송이로 아름다운 세상이 느껴진다. 집을 나서는 길에 폴리던 빨간 담요의 끝. 나도 아직까지 끝을 잡고 놓지 않는 담요가 있을 것 같다.
김치사랑협회에서 개최하는 새콤달콤 김치대회 날이에요. 블루베리, 바나나, 배, 딸기마을이 1등 자리를 놓고 김장을 해요. 새콤달콤 매콤한 딸기 김치, 시원하고 아삭한 배 김치, 통통하고 부드러운 바나나 김치, 알알이 톡툭터지는 달콤톡톡 블루베리 김치. 마을마다 서로 1등이라고 다투지만 우리 김장하는 날의 마무리가 그렇듯 수육을 곁들인 축제로 마칩니다. 책에 나온 김치들의 맛을 상상하며 즐거웠고 만화처럼 칸칸 나눈 페이지가 재밌었어요.
읽는 동안 진심, 고요, 바라보기 같은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 질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작아지는 순간들', '깃드는 순간', '소원 목록', '나는 누구일까???' 이같은 시 가운데 <비눗방울>이란 시는 '가끔 난 꿈꿔/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반짝이는 세상 속에 머물길/하지만 소중한 순간은 금세 사라져/잠시 멈춰 이 순간을 느껴봐.' 이렇게 다섯 컷으로 순간이미지를 풀어놓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그림을 이렇게 밝고 재밌게 그릴 수 있구나'라는 것과 '내용을 이렇게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구나'였습니다. 어린이책의 상상력과 재미를 듬뿍 담은 [으으으으, 엉망이어도 괜찮아!]를 곁에 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