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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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정전과 단수를 겪을 줄이야. 몇 시간의 짧은 정전과 단수도 불편한데 전기가 끊겼던 건 4~5일? 그리고 단수는 심지어 현재진행형이다!!!!!!!!(이 글을 쓰는 지금 단수 15일차)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런 짧은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 내게 그 누구보다 마음의 평안이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일단 그저 웃지요.

철학이라는 건 결국 마음의 근육을 튼튼히 하여 대혼란의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학문 아닐까. 이 책은 에피쿠로스의 평정심, 즉 아타락시아에 이르는 길을 소주제로 나눠 다양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어쩌면 누구나 다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현재 내게 닥친 상황에 접목해 읽다 보면 의외로 뼈 맞는 내용도 많고, 알면서도 고개를 끄덕하게 되고 격하게 밑줄을 좍좍 긋게 되는 것이다.

무던한 성격으로 일생 살아왔기에 에피쿠로스가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다양한 챕터로 이야기를 전한 작가 덕분에 지루함도 없었다. 첫 챕터 '소비'에서는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에 답해 보면서 민음사빵 대란에 괴로워하던(가지지 못해)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평정을 찾기도 했다. 지금 닥친 나의 위기, 단수에 대해서는 평생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나를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진짜다.

고통스러운 일상이 다가와도 우린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21세기에 단수 15일차를 겪고 있는 나 역시, 물론 굉장히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나름으로 적응하며 살아진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기 보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가끔 떠올리며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게 어쩌면 제일 시급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 잠시나마 위안을 준다면, 쉴 틈을 만들어준다면 좋은책이다.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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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때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면서 그걸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자기 자신을 못살게 굴기도 하니까요. 정말 이걸 다 이루어야만 행복한 것일까, 이걸 다 이루는 것은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76. 무던함은 열등함이 아닙니다. 어쩌면 세상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부른 열정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것일 수도 있 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던함이 사실은 평정과 가까운 것입니다.

🔖82. 경제적 어려움과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해도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일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경제적인 걱정으로 어떤 일을 포기한다고 해서 스스로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할 때 꼭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만큼 좋아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96.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아서 힘들다고 느낄 때 혹은 꿈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낄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거나 꿈이 아니라는 말로 자신의 불성실을 정당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사실은 일을 잘할 만큼 열심히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말로 쉽게 도망가지는 말아야 합니다.

#박은미 #철학은어떻게불안을이기는가 #철학 #에피쿠로스
#서사원 @seosa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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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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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진짜 멋집니다. 빨리 읽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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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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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재가 많이 들어있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클로이는 오로지 가해자 윌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다. 클로이는 사실 사이코패스를 진단 받고, 사이코패스의 사회화를 믿는 와이먼 박사가 비밀리에 진행하는 연구의 참여자로 대학 등록금까지 면제받고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참여자(모두 사이코패스)는 클로이를 포함한 7명. 60일 뒤 완벽하게 윌을 죽이려는 계획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때 연구자 중 한 명이 살해된다. 며칠 사이 또 다른 기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 역시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연구 참여자 2명이 연이어 살해당하자 다음 타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클로이는 찰스, 앤드리와 협동하며 용의자를 찾는다.

참여자 중 유일하게 사이코패스가 아닌 앤드리와 매력적이지만 언제나 의심스러운 남자 찰스. 그리고 그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는 클로이의 시선의 교차되며 섬뜩한 몰입감을 준다. 중간까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다채롭게 펼져져서 아이러니하게 하게도 오히려 진행이 늘어진다고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 있고 결말이 궁금해져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처음 언급했듯이 정말 흥미로운 소재가 많아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다양한 이야깃거리의 등장으로 처음 기대했던 클로이의 윌에 대한 복수 장면은 뭔가 흐지부지한 느낌이 들었고, 산으로 가는 느낌을 계속 받다가 어찌어찌 결말이 오긴 온(?) 느낌이었다.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1. 성폭행을 당한 클로이의 복수 : 복수를 한 것 같긴 하나 중간의 많은 일들이 얽혀 짜릿한 통쾌함을 느낄 수 없었다.

2. 다기법 사이코패스 연구 참여자 7명 : 흥미로운 주제! 도끼를 들고 날뛸 것 같은 이미지로 여겨지는 사이코패스의 사회화, 즉 변화 가능성을 주장한 와이먼 박사의 연구는 물론 공감을 이끌어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책임감 없는 태도에 나 약간 화났잖아. "난 그냥,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p.506)."라고 하면 다야? 그로써 발생하는 피해자는 어쩌고????

3. 정신질환자의 유전성에 관한 이야기 : 사이코패스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은 유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럼 쌍둥이라면? 에서 출발한 이야기. 이 주제 역시 너무 좋았다..만, 새로운 쌍둥이의 등장으로 이야기를 클라이맥스로 끌어올리는 듯하다가 황급히 마무리 지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4. 해킹 범죄 :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아리송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장치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풍부하게 들어가려니 모든 이야기가 절정을 향하다가 식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길어졌다.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사이코패스라는 인물이 주는 캐릭터들의 긴장감과 막가파(?)식 태도가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된다면 일단 챙겨서 읽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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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음만 먹으면 본격적으로 그 역할에 전념할 수도 있고, 몸매를 가리는 헐렁한 옷을 입고 눈을 멍청하 게 초롱초롱 빛내며 어리게 굴 수 있었다ㅡ그야말로 천진난만함을 표현한 외관으로 화장을 하고 신중하게 옷을 골라 입되, 필요하면 맨살을 드러내어 나이 들어 보일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이 쉬운 까닭은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383. 오랫동안 원했던 뭔가를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보통은 그렇게 되지 않더라.

🔖509. 앤드리는 변명을 전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일종의 오락거리로 소비해왔던 연쇄살인범에 대한 팟캐스트와 TV 프로그램, 영화의 전당을 떠올렸다. 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 쉽게 잊혔다. "뭔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기괴한 호기심 사이 어딘가에 선이 있나봐."

#베라쿠리안 #나를우습게봤겠지만 #문학동네 @munhakdon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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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가벼운 나날 + 어젯밤 - 전2권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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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세트에 파우치 구성까지 구매했는데 너무 예쁘네요! 실물이 더 예쁩니다. 얼른 읽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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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신이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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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을 쓰는 작업은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나를 들이미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 꾸며본들 그 꾸밈조차 우스워지기 딱 좋은 기제 앞에서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물러날 곳이 없다. (p.11)

신이인 시인은 또 다시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섰다. 꾸미려해봤자 오롯이 자신이 드러나는 글 앞에서 더 물러날 곳도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왠지... 즐기는 것 같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고된 일이지만 이렇게 또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이유 모를 홀가분함도 느끼게 될 것도 같고, 쓰기 전과 쓰고 난 후의 달라진 자신을 느껴보는 과정도 겪을 수 있을 것 같고. 글 쓰는 사람의 자기 고백은 일종의 특권일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글 읽는 사람인 나는 이 사람의 일상에 녹아 있는 다정한 마음들에 위안도 받고, 공감도 얻고, 온기를 느끼고🖤

처음 읽을 땐 이 글들이 사랑 이야기가 맞나 싶었다. 두 번 접해 보면 또 다르게 와닿는다. 다양한 것들과 다양한 상황을 사랑으로 품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 연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보면 분명 못생기게 나왔던 그 사진들도 그 때의 추억으로 미화된다. 자신 있게 나를 그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 수 있는 용기가 좋다. 그렇게 나는 또 신이인 작가의 세 번째 산문집도 손꼽아 기다리겠지. 요새 집중도 잘 안되고, 약간은 소란스럽던 내 일상에 잔잔한 시간을 전달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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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어쩌면 생각에 힘이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그 생각이 주문처럼 내게 걸려 있다고도 상상해 본다. 어느덧 주문은 내 목소리로 들린다. 설령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를 싫어한다 해도 나까지 나를 싫어할 수는 없지. 어쩔 수 없지. 이 또한 무리해서 벗어난 존재의 생존본능이다. 나를 보호하는 건 내 마음이다.

🔖78. 누구에게나 이해받을 여지가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니까. 그 여지를 잘 발견하기만 한다면 불필요한 앙심을 품고 사는 일은 줄어든다. 그건 생활의 지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음식에 영양 성분표를 보고 건강한 것과 불건강한 것을 가려먹는 행위처럼.

🔖83. 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보면 세상이 귀여워진다.

🔖124. 욕심이 없으면 사기 당할 일도 없다는 말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었다.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행간에 두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가해자, 피해자의 관계도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이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믿기에, 인간이라면 설마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선한 감정과 신념을 밀어붙이려는 자세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세상 한 구석은 여전히 씁쓸해 보인다.

🔖177. 언젠가부터 사랑은 사치재 같다. 그런 건 여유있는 이들에게나 반응하다는 듯 우러러보고, 실속 없는 우아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 얕잡아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그들을 글과 삶으로 설득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크고 다양한 사랑 자본이 필요하겠다.

#신이인 #유난히못생기게나오는카메라 #에세이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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