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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신이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산문을 쓰는 작업은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나를 들이미는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 꾸며본들 그 꾸밈조차 우스워지기 딱 좋은 기제 앞에서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물러날 곳이 없다. (p.11)
신이인 시인은 또 다시 유난히 못생기게 나오는 카메라 앞에 섰다. 꾸미려해봤자 오롯이 자신이 드러나는 글 앞에서 더 물러날 곳도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왠지... 즐기는 것 같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고된 일이지만 이렇게 또 자신을 드러내고 나면 이유 모를 홀가분함도 느끼게 될 것도 같고, 쓰기 전과 쓰고 난 후의 달라진 자신을 느껴보는 과정도 겪을 수 있을 것 같고. 글 쓰는 사람의 자기 고백은 일종의 특권일 수 있지 않을까. 덕분에 글 읽는 사람인 나는 이 사람의 일상에 녹아 있는 다정한 마음들에 위안도 받고, 공감도 얻고, 온기를 느끼고🖤
처음 읽을 땐 이 글들이 사랑 이야기가 맞나 싶었다. 두 번 접해 보면 또 다르게 와닿는다. 다양한 것들과 다양한 상황을 사랑으로 품고 사는 사람의 마음이 연하게 느껴진다. 지나고 보면 분명 못생기게 나왔던 그 사진들도 그 때의 추억으로 미화된다. 자신 있게 나를 그 카메라 앞으로 들이밀 수 있는 용기가 좋다. 그렇게 나는 또 신이인 작가의 세 번째 산문집도 손꼽아 기다리겠지. 요새 집중도 잘 안되고, 약간은 소란스럽던 내 일상에 잔잔한 시간을 전달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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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어쩌면 생각에 힘이 있는 건 아닐까. 엄마의 그 생각이 주문처럼 내게 걸려 있다고도 상상해 본다. 어느덧 주문은 내 목소리로 들린다. 설령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나를 싫어한다 해도 나까지 나를 싫어할 수는 없지. 어쩔 수 없지. 이 또한 무리해서 벗어난 존재의 생존본능이다. 나를 보호하는 건 내 마음이다.
🔖78. 누구에게나 이해받을 여지가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니까. 그 여지를 잘 발견하기만 한다면 불필요한 앙심을 품고 사는 일은 줄어든다. 그건 생활의 지혜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음식에 영양 성분표를 보고 건강한 것과 불건강한 것을 가려먹는 행위처럼.
🔖83. 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보면 세상이 귀여워진다.
🔖124. 욕심이 없으면 사기 당할 일도 없다는 말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었다. 귀하게 여기는 가치를 행간에 두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가해자, 피해자의 관계도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이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믿기에, 인간이라면 설마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선한 감정과 신념을 밀어붙이려는 자세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세상 한 구석은 여전히 씁쓸해 보인다.
🔖177. 언젠가부터 사랑은 사치재 같다. 그런 건 여유있는 이들에게나 반응하다는 듯 우러러보고, 실속 없는 우아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 얕잡아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그들을 글과 삶으로 설득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크고 다양한 사랑 자본이 필요하겠다.
#신이인 #유난히못생기게나오는카메라 #에세이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