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기술 - 새로운 것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
타나카 타츠야 지음, 김윤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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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아마 그의 작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접했을 것 같다. 세계적인 미니어처 아티스트이자 '미타테'를 전수하는 타나카 타츠야! 무려 15년간 작업한 미니어처 작품을 자신의 SNS에 매일!! 업로드 한다. 정말 매일일까? 단연코 믿을 수 없는 기록이자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를까? 책을 읽기 전엔 이렇게 궁금한 게 너무 너무 많았다.

당연하게도 나는 아이디어라는 건 갑작스레 떠오르는 것이라고 여겼다. 나처럼 상상력이 없는 사람에겐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놀랍기만 한 작품의 세계였는데, 타츠야의 작품 인생 중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담겨 있다. 아이디어라는 게 노력으로도, 체계적인 마인드맵으로도 충분히 만들어지고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게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진다. 독자로서 그 경이로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궁극의 즐거움.

지금 이미 존재하는 세상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작가의 즐거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너무 좋다. 15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작품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점점 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하니 그의 팬으로써 무척 행복하다. 책의 제목처럼 [관점의 기술]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 것도 같지만, 일단 그의 작품 속에 빠져드는 재미만으로도 백 프로 충분한 책. 수많은 작품의 기발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눈이 뻐근해질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읽기를 바란다😉

+ 종이 질도 좋고 컬러풀하고 선명히 수록된 작품 사진에도 얼굴이 점점 책 속으로 파묻히게 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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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아이디어가 고갈될 것을 염려해 작품으로 내기를 아까워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디어를 그저 간직하고만 있으면 머릿속에 머문 채 정체되고 말거든요. 아이디어를 전부 끌어낸 후에도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마련이지요.

🔖65. 생활 속에서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야말로 '미타테' 발상을 활용할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미타테란 '지금 주변에 있는 물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아이디어를 짜내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힘'입니다.

#타나카타츠야 #관점의기술 #알에이치코리아 @rhkore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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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씨, 왜 카톡 안 읽으세요? - 삶의 소음을 덜어내는 스토아철학의 31가지 조언 ㅣ 세네카 씨
정강민 지음 / 들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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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겐 참 다양한 피로와 불안이 있다. 나이가 들어 간다고 해서 저절로 현명해지거나, 저절로 유연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 어렸을 땐 마냥 사십 대가 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딱히 분노할 일도 없을 줄 알았건만, 난 오늘도 여러 번 분노하고 불안했다. 여전히 불안과 분노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강추할 만한 책을 만났다.

스토아 철학이 알려주는 삶의 태도를 담은 책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 세네카 등의 사상이 꾹 눌러 담겨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목표에 휘둘리고, 인간관계에서도 진이 빠지는데 예전만큼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하는 것 같지 않는데도 도대체 이런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궁금하던 차에!!! 정말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스토아 철학은 지금 내 상황에서 딱 필요한 이야기만을 전했다.

밑줄을 수없이 그어댔고 여러 번 읽으며 마음에 되새겼다. 후반부부터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초중반부의 재미는 말로 다 못 해. 철학책이 이렇게 재미있답니다.

완독 후 기억에 남는 단어는 방향과 통제 가능성! 현대인의 모습은 언제나 바쁘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공허한 기분, 약간의 불안과 우울을 가진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왜? 중요한 건 방향이다. 과연 우리의 방향은 올바른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 없이 무조건적인 최선과 노력은 결국 자기학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또 크게 다가온 내용 중 하나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확실히 구분하자'는 것. 일상에서 나를 괴롭게하는 여러 고통과 불안 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명확히 되짚어 보는 것이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 생각됐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쓰는 사람은 결국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법. 물론 알면서도 마음이 쉽게 다독여지는 건 아니라지만 지금 안고 있는 고민들의 무게가 살짝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모든 내용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맹목적인 믿음 대신 지금 내 삶에 꼭 필요한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좀 더 평온에 가까워지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여전히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이 두렵겠지만, 어른이니까 무조건 참고,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자신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스스로가 되어야겠다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언제나 열심히 살면서도 공허한 현대인 모두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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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는 덜 편안해져도 잠들 수 있고, 덜 보호받아도 하루를 살아낼 수 있으며, 덜 위로받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편안해야만 괜찮아질 것이라는 착각이다.

🔖31. 긍정은 분명 엄청난 가치다. 그러나 그 가치를 절대화하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되고 만다.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지 못하게 하고, 의심을 의심이라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경계하는 스스로를 냉소적이라 자책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긍정만큼이나 부정이 필요하다. 아니 때로는 부정이 생존을 보장한다.

🔖44. 단순히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힘든데도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있고, 편안하지만 나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통의 크기가 아니라 그 고통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나의 능력과 덕을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두려움과 무기력을 키우고 있는가. 떠남을 결정해야 할 때는 바로 이 차이를 살펴야 한다.

🔖174. 인연을 놓는다는 것은 냉정한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이성적인 자비다. 친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미 끝난 인연을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된다. 인연이 끝난 자리에 남겨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교훈뿐이다.

#정강민 #세네카씨왜카톡안읽으세요 #들녘 @dulnyouk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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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유영 ㅣ 창비청소년문학 149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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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로 모든 걸 잃은 태국 소년 '한'은 도심의 큰 호텔에서 잡부로 일한다. 어느 날, 호텔 스위트룸에서 장기투숙 하면서도 얼굴 한 번 보기 쉽지 않아 소문만 무성한, 자신과 또래로 추측되는 아역 출신 한국인 배우 'Y'의 방을 청소하다가 쪽지 하나를 발견한다.

'죽고 말 것이다...반드시...'

결국 모든 이야기의 원인이 되는 그 쪽지를 주운 한은, 엄마와 함께 호텔을 찾은 한국인 소녀 '윈터'에게 그 뜻을 전해 듣고 이유도 모르게 'Y'를 구하고 싶어한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학창시절을 보내다 목표를 잃고 자기 자신을 찾으려던 '윈터'는 '한'의 계획을 듣고 무작정 Y의 죽음을 막는 일에 함께하게 된다. Y에게는 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시간이 흐르며 세 사람의 과거와 잊지 못할 상실과 고독, 아픔들이 서서히 드러났고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결국 자신을 구원하는 힘이 되어 돌아온다. Y를 구하겠다는 마음이 갑작스런 이끌림에 나서게 된 일이었다고만 얘기하기엔 세 사람의 관계성에 탄탄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고, 언뜻 세 사람 모두가 주인공인 것 같으면서도 '한'의 이야기만 너무 들은 느낌이라 윈터와 Y의 이야기도 좀 더 표현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고 동화같은 이야기라 마구 빠져든다는 몰입감보다는 결말까지 은은하게 전개됐던 것 같다. 마무리에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이유와 작가의 생각이 짧게 담겨 있었는데 그 마무리 글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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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윈터는 문제란 언제나 남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의욕이 없고, 귀찮고, 잠이 많은 것 따위는 윈터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문제 삼는 것은 전부 타인이었다.

🔖126. 누군가에게는 뗄 수 없이 중요한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그에 대해 먼저 말을 걸어볼 수 있다면.

🔖135. 사랑은 가라앉은 사람을 길어 올리는 부력을 가졌다. 세상이 싫어서 허구한 날 원망하면서도 퐁 아저씨가 매일을 부지런하게 사는 것은 어쩌면 사랑 때문이 아닐까.

🔖155.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태국의 대홍수가 났었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Y는 어디로 갔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윈터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윈터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이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역사는 뭐지? 윈터는 해가 강 위로 완전히 떠오르는 장면을 마주보고 생각했다. 거기서 부서진 빛들이 강물에 조각처럼 떠올랐다. 작은 배가 수만 개의 빛을 가르며 나아가는 중이었다. 엄마가 가꾸는 딸이 아니라 온전한 내가 돼보고 싶어... 그런 바람이 윈터의 가슴속으로 펼쳐졌다

🔖241. 그들은 변하지 않아, 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야.

#최현진 #심장유영 #창비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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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줘 아니면 나를 죽여줘
에릭 포토리노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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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내 인생을 강타한 적 있던가? 책이나 음악, 미술, 퍼포먼스 같은 예술을 향유하면서 이전과는 조금씩 달라진 나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예술이 개인의 인생관과 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이라고 유념하고 읽지 않으면 깜빡 속기 쉽다. 실존하는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를 우연히 보게 된 주인공은 소아 정형외과 의사로 예술에 무관심했던 평범한 중년 남자다. 어느 정도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있겠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생생해서 길고 긴 한 편의 일기처럼 느껴졌다.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늘 도전하며 관객과 공연자의 위치를 허물고,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와 고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관계에 대한 의미를 재정립하게 해주는 마리나의 행위 예술은 말그대로 주인공의 온 신경을 강타한다. 시기상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겹치면서 주인공 내부의 휘몰아치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오롯이 느껴지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며 마침내 평온에 이르는 과정에 나도 홀랑 빠져들었다.

그저 주어진 대로만 살기 쉽다. 감정이 끼어들 틈 없이 무신경하게. 우리는 정말 그렇게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정답 없는 이 세상에 예술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생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가려 하는 탐구적인 소설이었다.

\ 진실에 도달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위험과 시행착오, 실패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니 우리 앞에 고통스러운 시련이 기다리더라도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대담함과 호기심으로 꿋꿋이 걸어나가야 한다는 것. 타성과 편안, 확신이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p.211)

내가 알던 작은 세상에 틈이 생기고 균열이 일어나 끝끝내 부서지고 마는 상황은 어쩌면 고통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틈만큼 분명 나는 조금 넓어지고 새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는 건 지금 이 현실을 버티고 이겨낼 힘이 되는 것도 같다. 주고, 주의를 기울이고, 손을 내미는 일을(p.132) 포기하지 말아야지. 도망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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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우리는 이 '먼저 가세요'라는 한마디로 문명을 세울 수도 있을 겁니다.

🔖132. 줄곧 방관했다. 내 책임 밖의 일이었다. 몇 달째 내 집 근처에 놀러 앉은 이름도 모르는 노숙자를 걱정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세금을 냈다. 얼굴 없는 관료제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챙겨주는 국가의 보살핌이 내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의무를 대신해 버렸다. 공적 연대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었기에 타인을 돌본다는 것은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지만 나뿐만이 아닌 많은 시민들이 나쁜 버릇을 들였다) 서서히, 바로 그 시스템이 나를 무신경하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인간답게 반응하는 법도, 동정심도, 배려도 잊어버렸다. 타인의 불행과 내 행복의 양립이 가능했다.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게 권장되기도 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불행을 책임질 수는 없었다. 나는 언제부터 형제애를,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그 의무를 포기했을까? 주고, 주의를 기울이고, 손을 내미는 일 말이다.

🔖145. 병이 시작된 이후로, 내 세계는 산산이 부서졌다. 이제는 그 무엇도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흔들리는 것은 땅뿐만이 아니라 내 삶 전체였다. 나의 확신들도 모두 무너져 내렸다. 이젠 의심이 나를 엄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마주했다. 내가 사라진다 해도 그 누구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모든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면 행복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행복하지 않았다.

🔖211. 자신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얼굴의 반을 가리면서 스스로를 숨긴 나머지, 나는 나로부터 도망치고 말았다. 존재에 대한 불확신으로, 삶의 본질은 모험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살았다.

#에릭포토리노 #나를지켜줘아니면나를죽여줘 #레모 @ed_lesm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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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축제 ㅣ 머묾 세계문학 시절 3부작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권진아 옮김 / 머묾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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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마지막 책. 1921년부터 1926년까지 파리에서 보낸 젊은 날의 5년간을 에세이로 기록한 책이다. 1956년에 리츠 호텔에서 1928년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가라는 연락을 받은 헤밍웨이는 하얗게 잊고 있던 트렁크에서 습작 노트와 자잘한 기록들을 발견한다. 인생의 마지막 무렵을 달리고 있던 그에게 오래되었지만 선명히 남아 있는 파리에서의 시간을 되살린다.

여러모로 가슴 설레는 이야기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내가 과거를 회상하면 좋지 않았던 추억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은 어째 점점 더 미화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문장일 것이다.

아직 대작을 써내지 못했지만 주변의 뛰어난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가진 게 하나도 없었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늘 곁에 있었으며,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과 진실한 문장만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그 당시의 헤밍웨이는 100여년이 지나 그 글을 읽는 내게도 충분히 가슴 떨리는 설렘을 안겨준다. 유명세도, 돈도 없지만 꿈과 열정, 사랑만으로도 반짝이던 시절. 말년에 모든 걸 다 누린 헤밍웨이였지만 진정으로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던 시절은 모순적이게도 가진 것 없던 젊은 날, 파리에서 보내던 그 낭만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생한 파리의 배경 묘사와 헤밍웨이의 눈으로 바라본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파스킨과의 일화들은 실감나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헤밍웨이의 위트도 곳곳에서 느껴져 참 좋았다. "파리는 언제나 축제"라는 제목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좋았던 시절을 되새겨보면 매일이 축제나 다름없으니.

그 시절 생생한 파리의 풍경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과 꿈과 열정을 부여잡기에 지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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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가진 것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 시절에도,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카페의 같은 자리에 앉아 문장 하나만은 진실하게 쓰려 했다. 노년에 이르러 명성과 부를 모두 손에 넣은 뒤에도, 그가 마지막으로 다시 붙잡고 싶었던 건 그 시절의 화려함이 아니라 바로 그 태도, 궁핍 속에서도 자신이 아는 가장 정직한 문장 하나를 찾아내려던 젊은 날의 자세였다.

🔖91. 우린 지금 이 시간을 살아야 해. 매 순간을 온전히 누리면서.

🔖175. 아무리 가난해도 품위 있게 살며 일할 수 있는 파리 같은 도시에서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이 모든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굉장한 보물을 선물 받는 것과 같았다. 이 보물은 여행 갈 때도 챙겨갈 수 있었다. 우리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낮에는 새로 발견한 세계, 즉 눈과 숲과 빙하와 겨울철의 문제들과 고지대 마을의 안식처인 타우베 호텔에서 살다가, 밤이면 러니아 작가들이 선사하는 또 다른 경이로운 세계 속에서 살 수 있었다.

🔖192. 그의 재능은 나비의 날개 위에 가루가 만들어놓은 무늬만큼이나 타고난 것이었다. 한때 그는 나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게 언제 긁혀나가거나 훼손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는 다친 날개와 날개의 구조를 의식하게 되었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지만, 비행의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날 수가 없었다. 힘들이지 않고도 날 수 있었던 시절은 그렇게 추억으로만 남았다.

#협찬 #헤밍웨이 #파리는언제나축제 #머묾클래식 #머묾
@meomum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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