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개정증보판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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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귀여움 덕지덕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책. 조구만 스튜디오의 첫 책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가 5년 만에 6개의 에피소드를 추가 수록하여 재출간 됐다. 꺅!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작은 에피소드들 틈에서 같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위안을 느낄 수 있다. 남들을 보며 나만이 가진 장기나 특기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어느 것도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무너지는 것 대신 뭐든 '중간은' 할 수 있다는 마음! 내세울 만큼 잘하는 건 없더라도 아주 못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는 마음!! 그런 마음가짐들이 하루를 버틸 힘이 되기도 한다.

세상을 향해 맞서 싸우는(warrior) 나도, 걱정이 무지하게 많은(worrier) 나도 모두 다 나다! 보잘 것 없는 나조차도 충분히 괜찮다고 여기게 해주는 책. 에피소드 하나가 마무리 될 때마다 나에게도 같은 주제의 생각할 이야기를 던져주는 똘똘한 책. 부담없이 뒹굴거리며 내 생각을 집중해서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저 흘려 보내기도 하고 무해한 시간을 보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깨닫는다. 조구맣고 귀여운 건 정말 무적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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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내 삶에 들이는 순간 그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 가지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서 "그건 거기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만 와."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누군가에는 장점이자 큰 매력 포인트일 수 있다. 내가 싫어하는 면을 다 고쳐놓은 그 사람은 이미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겠지.

🔖126. 너가 나쁘다는 게 아니야. 그렇다고 내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너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야. 너랑 나는 그냥... 아다리가 안 맞아. 그렇다고 굳이 맞추고 싶지 않아. 그게 다야 이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자.

🔖129. 나는 운명을 믿는 사람이라 연인이든 친구든 함께 일하는 사람이든 운명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래 유지되는 관계에는 꼭 '노력'도 한스푼 추가되어야 함을 이제는 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려는 의지의향이 있어야 관계도 오래갈 수 있다.

🔖254.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매일 길을 잃어요. 어쩜 그렇게 메일이냐고 따져 묻고 싶을 만큼요. 종종 넘어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울기도 하지만 웃을 때도 많죠. 안 가려면 안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다시 걸어보려고요. 이 걸음이 출구를 향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멈추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오늘도 갑니다.

#조구만스튜디오 #우리는조구만존재야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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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소로야 - 바다, 바닷가에서 -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바다의 삶과 풍경
호아킨 소로야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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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내가 바다 가까이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 힐링과 마음의 평안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펴보시라고요💙

성공을 위해 마드리드에 머물렀지만 태어났던 곳 발렌시아 해변을 잊지 않고 바쁜 틈에도 고향을 찾아 해변에 머물고, 머물면서 빠르게 그림을 그렸던 호아킨 소로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사람, 바다에서 힘을 얻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그림에 담으려 노력했던 사람의 내면까지 결국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차근차근 읽어도 좋고 손 가는 대로 무작위로 펼쳐 읽어도 언제나 좋을 그의 그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하는 힘이 있다. 부드러운 파도의 곡선과 일렁이는 햇살은 그림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눈이 부셨다. 환한 미소로 근심 걱정 없이 바다를 유영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잃었던 동심의 세계로 다시 날 돌려주기도 했고.

뭐가 그리 힘들고 고달팠을까. 마음이 힘들고 지치면 언제나 자연속에서 큰 힘을 얻기도 한다. 특히 광활하고 늘 변치 않으면서도 여러 계절과 낮과 밤으로 다른 매력으로 변하며 반짝이는 바다는 항상 '위안의 대명사'로 손꼽기에 충분하다. 마음 두는 바다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담아내기 위해 항상 바쁘게 그림을 그렸다던 소로야. 바다 가까이, 아이들의 초근접 거리에서 빠르게 붓질을 했을 소로야의 그림에 간혹 모래알이 박혀 있다고 한다. 그림에 머물러 백 년이 넘는 시간을 거슬러 왔을 모래알이라니 낭만이 가득하다. 직접 본다면 또 눈물을 뚝뚝 흘릴지도! 빛의 대명사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을 다양한 반짝임이 눈부시게 담겨 있다. 나는 올 봄의 시작을 이렇게나 화사하게 열었다.

#호아킨소로야 #바다바닷가에서 #봄아트북독서단 #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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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개정증보판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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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귀여움 잔뜩이네요!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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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초능력자의 섬 탐정 김재건 시리즈
박하루 지음 / 엘릭시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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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과 초능력자의 조합이라니. 솔깃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게 된 이 책은 사실 시리즈물이었다. 제 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를 필두로 한 '탐정 김재건' 시리즈. 처음 접한 탐정 김재건은 말 많고 허당기 가득하나 모든 상황에서 예리한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하며 진실을 찾아나가는 끼가 다분하다. 물론 그의 조수 '박마곤'의 활약 역시도 스승 못지 않았다.

CH 그룹 회장 임채호는 경영권을 내려 놓고 구루섬 별장에서 요상한 이벤트를 벌인다. 이번이 3번째 개최로 초능력을 시험하여 실제 초능력자로 판명난 사람에게 10억의 상금과 살아생전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던 자신의 보물을 수여한다고 한다.

자칭 탐정 김재건도 우연히 초대를 받았고 함께 초대받은 5인과 숨어 들어온 김재건의 조수 박마곤, 임채호의 든든한 오른팔인 집사, 임채호 회장의 숨겨둔 딸과 딸의 친구까지 같은 기간 내 별장에 머물게 된다. 상금과 보물에 홀려 초능력자로 속여 별장에 잠임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터! 초능력을 테스트한 첫날 저녁 갑작스런 정전이 일어나고 다시 빛이 들어온 별장 1층에 참가자 전찬호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로 내부에 고립된 모두와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과 사람들의 죽음. 폭풍우가 지나고 배가 뜨기 전까지 김재건은 무사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 폭풍우가 매섭게 치는 배경. 섬뜩한 매순간에 김재건의 시답지않은 농담으로 곳곳에 웃음 코드를 넣었고 중반부 밝혀지는 별장의 비밀 반전까지, 재미로 보면 충분했지만 어째 풍부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들이 뭔가 조화로운 느낌은 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정신이 없었는데 그게 작가의 의도였던 건지 책 초반 여러 시선이 교차하고 과거, 현재를 오가는 특수성을 언급하며 멀미와 방심을 조심하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산만함은 어쩌면 독자의 주의를 뺏으려는 의도된 설정이었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이미지가 왠지 탐정 김재건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유쾌하신 분일 듯. 시리즈로 계속 출간이 될 예정이라 하니 첫 작품을 먼저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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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그게 바로 초능력 사기의 본질이야. 사람은 말의 순서만 바꿔서 들려줘도 홀라당 속아넘어가고 신비로운 환상에 빠져버리지. 불가능한 사건도 마찬가지. 완전범죄, 밀실 살인, 내가 해결한 수많은 불가능 사건은 사실 그런 인식상의 오류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 탐정은 합리성과 지루한 일상의 변호인이야. 신비가 가득한 마술적 세계를 지루해빠진 플레인ㅡ얼쓰로 되돌리는 사람이라고.

🔖245. 악당 따위는 하나도 안 멋있다. 탐정이라고 해서 딱히 정의의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험한 일 하면서 악당까지 될 수는 없지. 말하자면 그것은 마곤 자신이 정한 멋이다. 그 정도 자기최면에 흠뻑 젖은 감성조차 추구할 수 없다면 이런 일 진작 때려치우고 적당한 보호시설에 기어들어가 학교나 다니고 직업교육이나 받았을 것이다.

#박하루 #순결한탐정김재건과초능력자의섬 #엘릭시르 @elixir_my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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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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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을 때 금지 사항이 있다. 밤에 읽지 말 것, 뭔가를 먹으면서 읽지 말 것! 커피든 빵이든 간식을 쟁여 두고 조용한 밤에 책 읽기 딱 좋아하는 나로서는 살짝 힘들었지만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무섭고, 비위가 상해서.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크든 작든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 뒷장의 누군가의 추천사에서 그랬듯 'AI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느끼든 간에 이 책을 읽으면 그 공포심이 2배가 된다.'는 말에 극히 공감한다. 아 무서워. 하지만 또 지나칠 수 없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로봇 공학자 부부, 헨리와 릴리. 최첨단 AI 시스템으로 집을 보강하고 집 안의 연구실에 박혀 로봇을 만드는 헨리, 아기를 가져 운영하던 회사를 넘기고 집에서 쉬고 있는 릴리. 둘 사이는 예전같지 않게 삐걱거린다. 신경증, 광장공포증 등으로 집밖으로는 한발도 나갈 수 없는 헨리는 광적인 몰입으로 로봇 '윌리엄'을 만드는 일에 더 몰두했을까? 어느 날, 릴리의 직장 동료 페이지와 데이비스가 방문해 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날, 헨리의 눈에 비친 릴리와 데이비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굉장한 질투로 분노를 느낀 헨리는 이제껏 공개하지 않은, 초인공지능 로봇 '윌리엄'을 그들 모두에게 보여주기로 마음 먹는다.

하. 윽. 꺅. 집은 의도치 않게 보안 모드로 작동 되어 누구도 나갈 수가 없고, 헨리와 대화하러 가겠다던 데이비스는 갑자기 실종 상태. 갇힌 실내에서 모든 상황이 전개되어 공포는 더 극대화 됐고, 짤막한 문장의 나열로 뚝뚝 끊어지는 듯한 설명으로 긴장감을 더 끌어올렸던 것 같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로봇과 인간의 무참한 전쟁. 이 책에서 내가 느꼈던 바로는 로봇 앞에서 인간은 극도로 무력했다. 지나고 보니 어쩌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지도 몰랐던 반전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턱 한 번 빠질 뻔 했고요. 무섭고 잔인했지만 계속 손이 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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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오로지 내가 부여한 지능과 몸과 정신만이 윌리엄이라는 존재를 규정하리라고 넘겨짚은 게 실수였어. 어쩌면 내가 도덕성에 관한 매개변수를 프로그래밍하는 데 소홀했었나 봐. 로봇한테 자율성을 너무 많이 준 탓에 놈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지도. 하지만 윌리엄한테는 뭔가 악한 구석이 있었어. 아니, 뭔가 악한 것이 놈의 내면에 '깃들었'지.

🔖187. 말하자면 릴리는 '신'이 하는 일을 하고자 했다. 어려운 윤리적 결정을 내리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거나 가드레일을 치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신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은 창조한다. 그 결과가 아름다움이건 발견이건 심지어 혼돈이건 개의치 않는다. 세상을 놀라게 할 무언가가 탄생했다는 게 중요하다.

🔖197. 그러나 그런 부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 그것을 품느냐 피하느냐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힐 거란 예상에.

#메이슨코일 #윌리엄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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