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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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소감은 "앗! 벌써 끝이라고?"였다. 아쉽다, 아쉬워. 책이 끝나가는 게 아쉬운데 빠져 읽다 보니 마지막 장이었지 뭐냐.

'귀여운 건 무적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집 막둥이의 토실토실한 귀여움을 보면 가끔 복장이 터지다가도 마음이 사르르 녹고 만다. 언제까지 귀여우려나? 귀여움은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우리집 막둥이 같은 책, [오늘도 단단한 하루]에는 귀여움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반복되는 일상, 지친 하루 끝에 손에 쥔 이 책은 사실 귀여움만으로도 날 웃음 짓게 했으니 제 몫을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귀여움만 있다면 기억에서 쉽게 휘발될 수 있지만 작고 단단한 이 책은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일상 속 누구나 느끼는 감정들을 다룬 책이라 흔하면서도 특별했던.

이 책만의 특별함은 작가의 마음가짐이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과 매우 단단하고 튼실한 관계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지친 타인에게 건네는 진부한 말들이 위로가 되지 않는 건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음성으로만 헛도는 메아리일 때가 많아서 그렇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겪은 경험을 곱씹어 긍정적으로 체화한 후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전한다. 글에서 온기가 느껴지고, 온기로 인해 내 마음의 묵은 고민들도 잠깐은 위로받았다고 여겨졌다. 거기에 귀여운 김토끼 캐릭터까지 덧입혀졌으니 일석삼조.

어떻게 매일매일을 완벽하게 보내겠느냐 이 말이다. 가끔은 쉬어가기도, 드러눕기도 하면서 높은 곳에 있는 성취만을 바라보지 말고 눈 앞의 루틴,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의 건강한 습관들로 나를 잘 다독여보자 싶었다. '혼자 있는 시간도 관계(p.192)'라는 말이 주는 울림이 컸다. 혼자인 시간을 외롭지 않게, 나와의 관계를 잘 정립해보는 시간이라 여기면 그 어떤 시간도 충만할 것 같은데. 나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설렌단 말야? ☺️ 지치고 힘들 땐 정말 이런 책이 크나큰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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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이제는 그 전조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머리가 무겁고, 눈이 건조하고, 말이 짧아지고, 속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가 맴돌기 시작하면 눕는다. 망설이지 않고, 눕는다. 잘 쉬는 사람이 오래 간다. 회복은 행동이 아니라 멈춤에서 시작된다.

🔖98.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고 했던가. 몇 년 뒤, 또 무언가를 잃고 나면 지금 이 순간도 아주 찬란하고 예뻤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잃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소중한 걸 가졌었는지 알게 된다.

🔖176. 예민함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예민함을 적으로 두지 않는다. 나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감각'이라고 여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조용히 설계하고 있다는 것. 그게 예민한 나의 자랑이다.

🔖192.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배운다. 혼자 있는 시간도 분명한 관계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 함께할 사람은 결국 나니까.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길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덜 흔들리고, 덜 아파진다. 이건 외로움이 아니라 친밀함이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239. 삶의 시기마다 내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고, 나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무엇 하나가 전부인 것처럼 살지는 말자. 삶은 언제든 다른 모양으로 흐를 수 있어.

#지수 #오늘도단단한하루 #샘터 #샘터사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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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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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악 재미있다!!! 휴. 주인공과 함께 800년이 넘는 시간을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가 있네. 약간 조급하고 긴장되면서 불안이 덕지덕지 묻어 났던 시간이었다.

우리의 주인공은 태어나고, 살고, 죽고, 또 다시 태어나고를 반복하는 인생을 산다. 대신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항상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시간여행자나 환생하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늘 같은 시간대를 살아야 하는 한계의 고통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죽은 뒤 모든 기억을 안은 채 다시 두번 째 같은 삶으로 태어났을 땐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걸 모두가 상상할 수 있듯이 일곱 살 때 정신병(남들이 보기에)으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또 다시 태어나게 되면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새 삶의 모색을 꾀한다. 나라면? 이전 삶에서 아슬아슬하게 놓쳤던 선택의 순간에서 미처 뽑히지 않고 버려두었던 삶을 다시 살아보려나. 글쎄, 그것도 한두 번이지 무한 반복되는 같은 시대의 삶이라면... 그건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와 동일한 불멸의 삶은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모여 '크로노스 클럽'을 결성, 자신들의 안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규칙을 만들며 나름 협응하는 생활을 한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는 법, 불멸의 삶을 이용해 인류의 미래 자체를 바꾸려는 자, 빈센트 랜키스가 어디에서나 등장하고 해리는 천하는 숙적으로 빈센트를 막으려 한다. 여러 번의 생애 동안!

그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더디고, 더디면서도 눈 깜짝할 새라서 도통 앞일을 종잡을 수가 없어 중후반부부터는 쉴 새 없이 그들과 함께 여정을 달렸다. '망각', 혹은 '필멸의 삶'으로 존재 자체를 없애는 싸움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이냐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숨막히는 전쟁이다, 증말. 해리나 빈센트나 보통 아니야... 그도 그럴 것이 800년 이상을 살면 척!하면 착!하고 뻔히 보일 테니 그들의 피 튀기는 두뇌 싸움은 독자들을 도파민 파티로 이끌어 준다 이 말이야.

결말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무척 뿌듯해했던 것도 찰나, 이러면 우리 주인공 해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또 다시 열여섯 번째의 삶을 살아야 되는 건가? 나는 좋았던 것도 잠시, 한편으론 안쓰럽고 착잡한 마음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일엔, 어쩌면 끝이 있기에 아름답고 소중해지는 것 같다는 진부한 말을 끄집어 올 수밖에 없다. 재미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할 말이 궁시렁궁시렁 많아지는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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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세 번째 생애에서 그 죽음은 선로에 묶인 사람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기차처럼 찾아왔지. 불가피하고 막을 수 없는 사태를, 멀리서부터 예감하며 밤마다 상상했어. 내게는 실제 죽음보다더 끔찍한 일이었는지도 몰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에, 막상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자 차라리 안도감이 들었어. 기대가 종결된 셈이니까.

🔖140. 우리에게 죽음은 전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는 재탄생에 있다. 재탄생, 그리고 몸이 아무리 갱생해도 정신은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

🔖287. 정말로 성공적인 위협의 요체는 언성을 높이거나 욕설을 하는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대사 고함을 쳐줄 배후의 무리가 있다는 걸 듣는 상대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고요한 자신감을 기르는 데 있다.

#클레어노스 #해리오거스트의열다섯번째삶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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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의 도시
연여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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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고 작가의 이름이 마음에 새겨지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부적격자의 차트]의 연여름 작가 역시 그랬다. 가상의 세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어쩐지 낯설지 않은,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주는 문체에 쏙 빠졌었던 것 같다. 기대감으로 이번 책을 들었다. 지난번 보다 훨씬 더 광활하면서도 체계적인 배경과 탄탄한 구성에 초반부터 몰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먼 훗 날, 극심한 토양 오염이 휘몰아친 후 뿔이 자라는 인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뿔은 타인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고, 전염성도 없음이 확인된 후 그렇게 각인(角人)과 비각인이 함께 사는 세상이 도래한다.

각인은 뿔이 자랄 때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되고 야생 사망에서 자라는 흑각을 섭취하면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각인에게 흑각은 필수품이 되지만 공중도시 라뎀에서는 흑각의 불법 채취를 금지하며 공중도시의 흑각만을 유통하려 한다. 태어날 때부터 지상 그늘에서 자라온 '시진'은 비각인으로 면역인이지만, 각인인 누나 '유진'의 고통을 보며 자라왔기에 누나를 위해 그늘에서 야생 흑각을 불법으로 채취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각인과 비각인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누나 유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지도 7년. 절친했던 친구 '베르트' 마저 각인 혐오자에게 살해당한 소식을 들은 시진은 베르트의 행적을 뒤쫓게 된다.

차별과 혐오,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도 끝끝내 지켜야만 하는 가치에 대해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 현실, 혹은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 이야기지만 연여름의 글이 낯설지 않은 건 언제나 '인간' 자체를 들여다 보기 때문 아닐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그 어떤 세계든 멸절되고 말 것이다. 연여름 작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어쨌든 지켜낼 세상에 대한 의지가 있고 변화에 앞서 타인을 먼저 떠올릴 줄 아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메마른 내 상상력과, 상실을 거듭하는 내 인류애에 다정한 온기 한 방울 머금게 되는 글이랄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새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시진의 마음을 나는 알 것도 같았다. 어쩌면 누군가는 바보 같은 짓이고, 후회할 짓이며, 생산성이나 실용성이 전혀 없는 선택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 멈칫하는 마음에 깃든 이타심을 본다. 세상이 실용만으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 바깥의 온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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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샐은 늘 누군가의 사정이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그저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청이라는 외피를 두른 능동적 침묵이었다는 것을 시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알 수 있었다.

🔖74. 너는 나를 이해하는 게 아니야. 연민하는 거지.

🔖115. 데인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뿔을 연구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각인의 정체성을 더욱 깨끗이 부정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모순적이긴 했다. 두 번 다시 지상에 발 들이지 않고, 이 뿔을 그 어떤 타인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며, 그야말로 투명하게 천국의 천사로 지내려는 계획을 위해서였으니까.

🔖148. 하지만 그렇게 하나둘 자기를 숨기는 일이 결국, 다른 각인들의 삶을 지우는 출발점이 되기도 해.

🔖196. 원래 한번 비어버린 자리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허물어지고 마는 거야.

#연여름 #각의도시 #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연여름장편소설 #각의도시_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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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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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글은 생동감이 넘치는구나. 출간 전 이미 영상화까지 확정이라고 하니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생계형으로 마트에서 와인 판매원을 하면서 부업으로 법정 통역사 일을 하고 있는 도화. 도화에게 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가로 법정 허위 통역 일을 맡기는 변호사 재만. 네팔에 현존하는 여신 '쿠마리'. 한때 쿠마리였던 여성 '차미바트'가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한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다. 정황이나 증거 및 모든 게 차미바트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는데 막판에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며, 정신병적인 이유를 근거로 정의 실현을 피해 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차미바트의 유죄 확정을 위한 허위 통역을 해달라고 도화를 설득하는 재만. 큰돈이 필요했던 도화는 일을 맡게 되고 피고인 차미바트가 법정 최고형을 받도록 허위 통역을 한다.

마주한 차미바트의 입에서 나온 증언에 도화는 묘한 찝찝함과 호기심이 일게 되고 연관되어 있는 일들을 캐기 시작한다. 결과를 떠나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정의를 찾아 무모한 발걸음을 떼는 도화의 행동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서서히 드러나는 도화의 과거 역시 마지막까지 독자를 궁금증에 허우적거리게 한다. 생생한 현장감을 결말까지 빈틈없이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아니었을까!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방사능 폐기물 등 알면서도 모른 채 넘기기 쉬웠던 문제들을 꼬집어 들춰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제 3의 눈으로 읽히는 네팔 여신 '쿠마리'의 존재와 정의를 찾으려 불 같이 뛰어드는 도화, 영화화가 된다면 이 몽환적이고도 무거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매우 궁금해진다. 도화는 김태리나 김유정이 왠지 잘 어울릴 것 같고 차미바트는 아무도 모르는 완전히 뉴페이스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 재만은 오정세 님? 나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크크.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벌써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소영 #통역사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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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일기장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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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쥔 순간 쉽사리 놓을 수가 없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일기장, 어쩌면 흔할 수 있는 소재로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 주인공이 청소년인 것, 청소년들의 고민과 불안을 녹여낸 것, 거기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일기장의 존재와 미래를 바꾸려 고군분투 하는 중에 깨닫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에 빠르게 몰입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유품 중 유독 새 것처럼 돋보이던 빈 일기장. 일기장에 날짜를 쓰면 당일 이후, 즉 미래의 일들이 저절로 써진다. 날짜를 쓴 사람이 직접 보고 들을 미래의 일이. 전학하게 된 첫날의 날짜를 써 본 예윤. 사사로운 사건들의 발생을 미리 알고 주변의 다치게 되는 친구나 불편한 사건들을 은근슬쩍 예방한다.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일기장 덕에 친구들에게 나름 필요의 존재가 되기도 하는 자신을 즐기던 어느 날, 덤덤한 성격으로 예윤의 옆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며 절친이 된 수연과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졸업식 날의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하게 된다. 졸업식 날짜를 아무리 써도 어떤 일기도 적어지지 않는 걸 의아해하던 예윤은 일기장인 걸 몰래 숨겨 엄마에게 날짜를 적어보게 한다.

"자살하려는 친구를 막으려다가 학교 옥상에서 예윤이가 떨어졌다. 내 딸이 죽었단다."라고 짧게 적히는 일기. 졸업식은 14일이 남았다. 그 사이에 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이렇게 간단하게 줄거리를 설명해줬더니 곧 중학생이 되는 내 딸의 눈이 땡그래진다! 같이 읽자^^ 자살이 의심되는 친구들을 찾아가며 하루하루 작은 미래를 바꿔보려는 예윤과 수연. 도대체 어떤 결말이 다가오려는지 짐작도 못한 채 책 속에 폭 빠져 읽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청소년들이 겪을 법한 관계 속에서의 혼돈, 불안, 인정 욕구와 학업 스트레스 등 선택의 문제에서 숱한 고민을 해왔을 모든 청소년에게 꼭 읽어보라고 격려하고 싶은 책이었다. 결국 겪고 지나 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 걸 아는 40대에 들어섰지만 항상 지금 겪는 문제들은 인생의 전부로 보인다. 여기저기 흔들리고 그 속에서 수없이 다칠 청춘들이 아련하면서도, 또 그 청춘이기에 반드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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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나는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였다. 내가 또 속아 넘어갔구나. 다들 내가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허지도 않는데. 그저 내가 자신들을 지켜 주기 때문에, 사고를 피하게 해 주기 때문에 필요했던 거였는데...

🔖117. 그냥 서로 맞지 않는 사이엲음을 진작에 인정했다면, 억지로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되지 않길 포기했다면, 애들이 바라보는 내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228. 다치지 않는 삶은 없다는 뜻이지. 사람은 늘 다치기 마련이야. 아픈 게 당연해. 아프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거야. 잘 크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아프면 병원도 가고. 붕대도 감고, 피도 닦아 내고, 그렇게 나를 도닥이며 사는 거란다. 이렇게 모래밭을 덮어 아예 다치지 않게 할 게 아니라, 다치게 두는 것도 방법이야. 다쳐도 괜찮다는 걸 알려 줘야지. 지나고 사면 상처도 아문다고 말이다.

#고혜원 #미래가보이는일기장 #다이브 #빅피시 @bigfish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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