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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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BIFF 부산스토리마켓 IP 선정작"으로 이름을 올린 소설! 영상화로의 가능성을 이미 입증한 소설이다. 화제의 소설인 만큼 역시나 재미있다. 꽤 묵직한 책인데도 빨리 읽어낼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느끼는 페이지 터너 소설. 서사도 탄탄하고 인물묘사도 섬세해서 빨려 들어간다 그냥.

남편의 비밀스러운 순간을 우연히 보게 된 아내는 못 본 일로 덮어두기로 한다. 오로지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그 일 이후 갑작스레 사라진 남편, 10년 후 아들마저 사라지게 되는데...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일의 연결고리가 되는지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소설 마지막에는 내가 했던 그 선택들이 누군가의 교묘한 설계속에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던 것도 같다.

극중 화자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연정하"다. 평수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아파트에 살면서 겪게 되는 불편감, 이웃들과의 소통 부재, 자존감 따위는 한 방울도 없는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타인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서 속이 시원하기도 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연정하가 사는 현실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고 감옥 같았을까.

애정 없는 결혼 생활,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살아야만 했던 현실들이 이미 지옥같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고통만 안겨줬던 현실 속에서 나를 지켜줘야 할 마땅한 보호자가 없이 컸던 정하는, 자식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족에게 필요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배려라고 생각해서 표현하지 않았던,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쌓여서 그 작은 틈이 영원히 메워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긴 소통의 부재만으로 설명 되기에는 정하의 첫 번째 남편 오원우가 너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찌질한 새끼이긴 하다. 마지막까지도 인간말종이었던 정하의 전 남편 오원우.

사실 완독을 하고 나서도 마음이 복잡한 소설. 너무나 재미있고 빨리 읽히지만 끝무렵엔 읭? 하게 되는 여운이 자꾸 남는다. 정하는 자신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애정과 표현이 넘치는 새로운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이게 그렇게 해피엔딩 같지는 않아 보이는 게 내 찜찜함의 원인. 원우는 원우대로 파렴치하지만 우성은 우성대로...무섭다 나는. 한 놈은 무책임함의 극치고 한 놈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되었지만 집착과 광기의 수준으로밖에 안보인다. 어디까지가 사랑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왠지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정하와 우성의 뒷 이야기, 사라진 아들과 전남편의 행방, 나머지 자식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들, 카메오로 자영이 엄마의 이야기까지. 나혼자 너무 깊게 가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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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남편이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렀든 위험이 나와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고민은 불과 몇 초였다. 난 그 몇 초의 마지막 초침이 채 움직이기도 전에 결심했다. 모르는 척을 하기로. 내가 모르고 아이들이 모르면 아무도 모르는 거다.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그건 남편 혼자만의 일이었다.

95. 이런 모임을 만들어서 모이는 사람들은 뭘까. 영어 공부를 핑계로 연애를 하고 싶은 걸까. 단합을 핑계로 술을 마시고 싶은 걸까. 자기만족을 위해서 만드는 연극과 죽을 맞춰주러 온 사람들. 초등학교 학예회만도 못한 공연을 선보이고도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스타가 된 것처럼 착각하면서 들뜨는 사람들. 축하를 하면서 자기들도 무대 위의 '특별한' 사람들과 일행이라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우쭐함에 취하는 사람들.

103. 문학도라는 것은 낭만적이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우수에 젖은 남자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꿰찰 수 없다. 자격 미달이니까. 당장 먹고살 게 걱정인데 앵무새처럼 시를 읊어대는 남자를 두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여자는 없다.

206. 모르는 척하고 물었다. 잘난 척 떠드는 사람 앞에서 바보인 척 연기하기. 그러면 상대방은 적선하듯이 말을 풀어놓는다.

214. 완벽하게 맞아서 꽉 채워진 퍼즐의 판 같은 가정이 세상에 있기는 한 것일까. 그런 가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외부에서 볼 때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가정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

218. 몹시, 몹시도 슬펐다. 앞 동 남자의 호의를 받으면서 나는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남편은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간식 한 번을 사 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제 아빠에게 불평 한마디 없었다. 혹자는 아이들이 잘 교육되었다고 여기겠지만 그건 아니다. 아이들은 제 아빠의 무관심에 익숙했을 뿐이다.

267.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 남편과 백화점을 걷는 동안 긴 시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억하심정도, 억울함도, 언젠가 꼭 되갚아 주겠다고 곱씹고 곱씹던 악한 감정들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나의 마음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돈이 있으면 사람이 착해진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329.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아물지 않은 상처를 숨겨왔다. 상처를 좀 더 일찍 드러냈어야 했다. 실질적 보호자가 없는 나를 보호해 줄 존재는 오로지 나였는데 방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를 학대하는 쪽을 택했다. 어리석었다. 결국 비뚤어지고 모나게 된 것은 나였다.



#김도윤 #배니시드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소설책 #소설추천 #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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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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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사람 모두가 필독해야 할 책이다. 기후와 환경에는 항상 관심이 많아서 관련 서적을 종종 읽긴 했는데 가장 가독성이 좋아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내용도 알차다.

최근에 계속 대두되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웹툰으로 '구희'의 일상을 그린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주인공은 이제 더이상 이전의 상태로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또 환경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완벽한 삶을 살 수도 없다. 우리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문화, 친환경이라는 말로 눈가림만 할 뿐인 거대 기업들, 조경이나 미학을 위한 불필요한 거리 설치물들, 육식 문화.. 사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환경을 해치고 있다. 일회용품을 쓰게 될 때는 항상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은 들지만 어떤 식으로, 어떻게 환경에 도움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몰랐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알고 실행하는 것과 여전히 모른 채 사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재활용을 잘 하는 것, 그것만으로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활용을 해야 하는 물건들을 애초에 소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배달 음식 한 번에 무수히 사용되고 쉽게 버려지는(재활용되는) 물건들을 보면서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소비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육식을 줄이고 전기와 물도 아끼고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을 위해 개개인의 목소리가 쌓이고 쌓여 결국 정부와 거대 기업에서부터 서서히 바뀌어 나가야 한다.

친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십수 개 사는 것, 환경을 위한 에코백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쓰임 없이 버려지는 행태는 대체 어떤 환경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개개인 모두 제대로 알고 더 '잘' 살기 위해 더이상의 노력을 늦추지 않아야겠다. 개개인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전 세계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다.정말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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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만간 계절의 아름다움은 동화책에서나 존재하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알던 봄의 모습은 변했고 심지어 봄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봄바람의 따뜻함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다가올 날씨를 걱정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80. '기후위기', '환경보호'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단어다. 멀쩡하게 잘만 사는 내게 현실을 들이민다. 솔직히 모른 척하고 싶다. 살던 대로 사는 게 편하니까. 그러나 모르던 시절의 나로 살 수도 없다. 나는 어디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내가 살던 그대로 사느냐. 알게 된 만큼 변화하며 사느냐.

118. 대멸종 시기에는 언제나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구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럼 요새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탄소량이 늘었나요? 바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산업의 발전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데 인간이 그 재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산업혁명 시기부터 지구온난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겠지만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이 불과 30년 사이에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185. 고기와 생선을 먹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 생각하는 게 야생동물들도 동물을 사냥해 먹고 예전 조상들도 수렵해서 먹었으니까. 지금 다만 우리는..너무 많이 먹고 있지. 그러니까 싸고 쉽게 많-이 고기를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공장식 축산이 제일 문제라는 거지? 저렴해지니 온갖 음식, 가공식품에 들어가고...흔하고 간편한데 심지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어떻게 자제하지?

280. 욕망에 따라 사회는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했다. 욕망과 탄소 배출량은 비례했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욕망은 자연을 고갈시켰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풍요롭게! 더 '잘' 살아보려는 우리 인간들의 오랜 욕망은 어쩌면 '기후위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324.쓸데없는 자원 낭비보다 더 걱정인 건 계절마다 갈대숲을 밀어버리는 일이다. 다큐멘터리 속 뱁새는 분명 갈대숲에 둥지를 틀었다. 지저분하다며 밀어버리는 갈대숲은 뱁새의 서식지이다. 서식지가 사라지면 새들이 사라질 것이고, 오히려 모기와 날벌레가 늘어날 것이다. 벌레가 많아지니 이번엔 살충제를 뿌린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조경 관리일까?

354.고기뿐일까요. 사실 제 일상은 이런 타협과 후회의 연속입니다. 전 모순적입니다. 과성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가슴이 설레고 급할 땐 택시를 타기도 하고 보상심리로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아보카도, 아몬드, 커피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신념대로 '완벽하게' 살 수는 없다는 걸요.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후 문제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순덩어리입니다. 존재 자체로 탄소를 배출하고, 쓰레기를 만듭니다. 그 사실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러므로 더, 덜 부끄러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모순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는 자'가 가장 아름다울 테니까요. 허무주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요. 삶은 어쨌든 계속되니까요. 그러니 환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눈치보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모순적이고 서로를 헐뜯기엔 남은 시간이 아까우니까요.

#구희 #기후위기인간 #알에이치코리아
#도서협찬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에세이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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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이다지 지음 / 서삼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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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때는 온다. 아직 나의 계절이 오지 않은 것뿐이다' 라는 말은 얼마나 힘이 되는 이야기인가! 나의 계절은 어떤 모습일까 흐뭇하게 상상하게 된다. 수험생이나 취준생들을 위한 공부 비법이나 성공을 위한 계획들을 수립함에 있어 좋은 정보들을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 이다지 선생님의 책. 그녀의 학창 시절 이야기부터 진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들을 이야기해준다. 옆집 언니처럼 다정한 구어체로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나긋나긋 따뜻한 말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어느새 내 속마음을 다 터놓고 싶다. 막연하게 힘들었다고 생각만 했는데 나는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최선을 다 하긴 한 건지 되묻고 있다.

성적이나 진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일들의 사례를 들어가며(물론 이다지쌤 본인의 이야기도!) 마음을 다해 상담을 한다. 나는 사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두렵고, 앞으로 얼마나 새로운 혹은 무서운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움츠러들 때가 많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심장 떨림이랄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그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에 위로로 다가오는 글이 많았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공감할 수 있다.'
'매일 하는 일을 바꾸지 않는 한 당신의 인생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진로나 앞으로의 꿈을 결정하는 순간에서 숱하게 듣게 되는 주변의 걱정과 조언들. 물론 감사하고 많은 상황들을 따져보며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도 되지만 사실은! 그말들에 흔들리고 있었던 나를 보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가끔은 주변의 소리는 모두 무음처리하고 내 마음 속 확신의 말을 따라가보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파고든다. 확신의 소리를 아무나 듣는 것도 아닐 테고 실행에 옮기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니!! 시작을 하기로 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확신의 소리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이 숱한 도전의 순간들이 나에겐 경험이라는 큰 보물이 되어 내인생에 남을 것임을 안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오늘도 도전!!

그리고 짤막하더라도 일기를 매일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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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과거의 나는 실수했을 수도 있고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아직 만나보지 않은 미래의 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실패 한 번으로 점 찍히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나의 역사'라는 시간의 선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러한 선의 감각을 잊지 않고 달려간다면, 여러분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짜릿함을 반드시 경험하게 될 겁니다.

76. 사람들은 '시간 낭비'라고 말해요. 맞아요. 단순히 인생에서 '시간'만 생각한다면 저는 늘 낭비하고 지각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내 길이 아니라는 사실도 직접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소중한 지식이잖아요. 이 사실을 알기 위해 저는 시간을 투자한 것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귀한 인생의 길을 만들 때 꼭 '몸으로 뛰어보는 사색'을 해야 하는 거예요. 가능성의 씨앗은 책상에 앉아서 검색만 한다고 해서 열매가 나지 않으니까요.

124. "뭐 이렇게 정성을 쏟아. 중요한 부위만 열심히 하고 나머진 대충 그려. 누가 안다고 그렇게까지 해."
"내가 알아, 열심히 했는지 안 했는지는."

144. 그냥 보기에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쿨해 보일 거예
요. 심드렁하게 그들이 내뱉는 말들, '어차피 안 될 건데 뭐하러 끝까지 가?" 하는 말이 현실적이고 날카로워 보이죠.
그런데 이거 그냥 쿨한 척일 뿐이에요. 실패할지라도 끝까지 달려볼 자신이, 뜨거워질 용기가 없는 거잖아요. 끝까지 해보는 과정의 뜨거움, 이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삶이에요. 또 '완주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는 성공을
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167.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 즉 일상은 인시닝을 만드는 아주 귀중한 시간인데도 마치 공짜로 볼 수 있는 웹툰처럼 흘려보내고 있잖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오늘의 총합, 일상의 누적분이 인생인 건데 왜 '일상'은 대충 보내면서 '인생'이 달라지길 기대하는 걸까요. 일상은 사실 무료로 주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보내는 아주 무거운 시간인데 말이에요.

182. 지금은 '일만 하는 이다지'이지만 언젠가는 '일을 뺀 나머지 이다지로도 살아야 합니다. 그때 되어서 나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빈약하면 쓸쓸할 것 같아요. 커리어의 전성기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그 전과 후 상관없이 삶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여행이거나 운동일 수 있는데 저에게는 그게 '일기 쓰기'예요. 일기를 쓴 지 20년 차로서 말씀드리면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하잖아요. 그럼 '큰일을 잘해내는 나'만큼 '소소한 일예 집중하는 나'도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203. 절대 해명하지 마세요. 현재 내 힘든 처지를 반가워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의 귀에는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상대는 내가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본심을 숨기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세요.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되는 거예요.

321. 이유 없이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력해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형평성'을 맞춰가는 쪽을 선호해요. 이들이 사는 세계와 문화 수준이 선호하는 삶의 방식인 거죠. 굳이 수준 높은 당신이 그 사람 수준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을까요.


#이다지 #모든꽃이봄에피지는않는다 #동기부여 #성장 #책추천
#서삼독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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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주는 감정 유산 - 가족심리학자 엄마가 열어준 마음 성장의 힘
이레지나(이남옥)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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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할 말이 정말 많다! 저자는 가족상담치료의 대가이고 가족상담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가끔 아이들과의 불화로 가슴이 답답해진 땐 심리상담을 알아보기도 하는데, 불화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이 책 하나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되겠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신의 의지가 생기고, 하나의 존재로 부모와 같은 의견을 갖지 않을 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을 앞두고 있으니 나도 부모로서 여러 생각과 고민들이 많이 든다. 내가 아이들을 잘 이끌고 있는지 항상 불안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으며 휘둘리기도 하고 또 내 가치관을 믿고 아이와 잘 지내보려고 항상 노력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그 행동들이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부러워진다.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라 내적 양분이 이미 많은 상태에서 딸 아이를 키워 온 과정들을 세세하게 예를 들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런 해결법은 어떨까, 하며 다정하고 섬세하게 제안을 해준다. 역시 저자의 딸은 자긍심이 높은 아이로 잘 자랐고 정신과 의사라는 자신의 앞길 역시 스스로 선택하며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자식을 의사로 키워낸 부모의 비법은 뭐였을까?

이 책에서는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이야기 해준다. 단 하나!!! 다른 아이의 성장과 비교하지 말고 온전히 내 아이 하나의 성장에 집중하며 그저 공감해주고 옆에서 지지해주는 것. 정말 그것 뿐이냐고? 그렇다. 사실 말은 너무 쉽다. 아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여러가지 수많은 일 중에 그저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게 쉬울까? 아 어렵다ㅋㅋ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부모인 나의 욕심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내온 나의 결핍은 무엇인지. 나의 결핍이 무의식중에 자식에게 투사되어 엄한 기대와 압박으로 내 아이의 가슴을 누르고 있을 수도 있다.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너의 선택을 항상 존중하며 필요할 때 언제나 너의 옆에는 내가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나의 아이'가 '나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스스로의 선택도 그에 따른 결과도 책임질 수 있는 힘은 아이 본인에게 있는 걸 믿어줘야 한다. 부모는 정말로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식의 자긍심을 이끌어 내어 어디서나 빛나는 아이로 키우려면 나의 마음부터 돌보고 나의 마음부터 건강해야 그 큰마음이 아이에게도 전달되는 법!

아이의 감정이 단단해질 수 있는 힘은 믿어주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남들보다 조금은 뒤처지는 것 같아도 그저 믿고 기다려보자.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내가 좀더 나은 부모가 된 것 같다^^ 내 아이가 가지고 있을 무한한 잠재력과 긍정성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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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는 신뢰받고 사랑받는 아이야' 이런 자아상이 아이에게
심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아이가 힘들거나 위기의 순간에
큰 힘을 발휘해요. 부모가 아이 인생을 다 따라다니며 함께 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자랄 때 심어준 이 믿음이 아이 인생을 위기에서도 항상 비추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34. 심리학에서는 모든 사람을 자기 예언가라고 하는데,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거죠. 저는 상담할 때, 강의할 때, 사람들을 만날 때, 늘 말의 힘을 강조해요. 바라는 대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바를 담으라고요.

47. 우리는 아이 앞에서 "이렇게 와야 해" 하고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고 열심히 듣고 맞장구쳐주는 것이 필요해요. 앞장서서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 뒤에 있는 거예요. 그래야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후회도 합니다.

49. 고심중苦心中 상득열심지취常得悅心之趣
득의시得意時 편생실의지비便生失意之悲
'고심하는 중에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을 얻게 되고, 일이 뜻대로 되고 있을 때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항상 반대의 상황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문장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당장은 실망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오래가지 않아요. 나한테 더 큰 의미로 잘되려나, 지금이 아니어도 어느 순간에 풀리겠지, 하는 낙관적인 마음을 갖게 됩니다.

89. 행복은 극적이지 않아요. 익사이팅하고 드라마틱한 것이 행복이 아니에요. 행복은 생각보다 밋밋하거든요. 가족이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것. 함께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는 것. 예상치 못하게 가족이 나를 데리러 오거나 맛있는 밥을 차려준것, "수고했어" 말하며 내 어깨를 토닥이는 것, 그런 것들이 행복이에요.

94. 다른 아이, 다른 집과의 비교가 아닌 우리 아이의 성장에만 눈을 맞추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가지는 가치와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125. 사춘기가 되면 관계만이 남는데 이 연결성이 아이가 부모를 찾아오게 해요. '어떻게 해야 되지? 아이한테 뭘 주어야 하지?' 혼란스러운 마음에 고민하는데 그냥 기다리셔도 돼요. 이전에 아이와의 관계를 잘 다져놓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연결이 있다면 아이는 반드시 돌아와요.

129. 정말 아이들은 부모의 많은 면을 닮아요. '왜 저런 말을 하지?' 곰곰이 생각하면 그 말 안에 내가 있어요. 단어, 어조, 말투, 표정, 그 안에 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말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말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 정서가 담겨 있어요.

208. 한 생명을 이 세상에 내보내 성장시킨다는 것,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 거예요. 전 아이를 보면서 다시금 제가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기를 바랍니다. 충분히 괜찮은 부모라고 믿으면서요.


#이남옥 #아이에게주는감정유산 #감정유산 #라이프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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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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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 연말에 독서 정산을 하게 된다면
일 년 중 제일 좋았던 책 한 권을 역시 뽑지는 못하겠지만 작년처럼 여유롭게 열 권은 뽑겠지. 베스트 10에 반드시 들어갈 것만 같은 책이다. 지금이 1월임에도 느껴진다.

비비언 고닉은 처음 접하는 작가였는데 책에 푹 빠져 며칠을 보냈다. 에세이를 많이 좋아하고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글이 정말 깊고 예리하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감동했달까.

살면서 그놈의 인간관계가 참 인간 하나하나를 힘들게 한다. 그럴 땐 세상에 나만 고립된 것 같고 외롭고 쓸쓸하다. 비단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다. 비비언 고닉은 그런 고립과 외로움, 우울, 쓸쓸함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하기를 관두면 사실 얼마나 편한가. 다 내려두고 싶고 그저 거리를 두며 나와 맞지 않으니 서서히 멀어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편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불현듯 찾아와서 괴롭게 할 때가 있다. 감정의 정리가 안됐던 것. 정리된 척만 하고 살짝 덮어두기만 했기에 불시에 어둠이 찾아오더란 말이다.

비비언 고닉은 끊임없이 탐구하고 질문하고 개척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게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대로 그의 최선을 다하는 것. 글을 읽다보면 나만의 외로움이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이렇게 깊고 통찰력 있는 글을 읽음으로써 내 마음까지 정리되는 상태에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작가에게). 이렇게 쉽게, 그저 던져주는 대로 책만 읽었을 뿐인데 작가가 오랜 세월 통찰했을 그 많은 시간들을 덜렁 받아먹는 기분이라! ㅋㅋㅋ그게 또 독서의 매력이겠지 한다.

제목부터 매력덩어리다. 타인 때문에 많이 괴롭고 외롭고 관계에 서툴지만은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온기가 있다. 삶은 개개인의 공연이다. 모두가 각자의 공연을 한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더라도. 비비언 고닉의 책을 나는 또 찾아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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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니른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57.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들려줄 말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았다. 각자의 개성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대화는 지루해졌으며, 개념들은 똑같은 말의 반복이 되어갔다. 회의는 귀찮은 일이 되었고 모임 소식에도 예전만큼 마음이 설레지 않았다.

170. 나는 그들이 바라고 필요로 하는 만큼 그들 자신을 되찾게 해주지 못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우정에도 짜릿함 만큼이나 평안함이 필요하다. 그 두 가지가 모두 갖춰지지 않으면 마음의 접붙이기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결은 신뢰할 수 없는 순간의 문제로 남는다. 꾸준히연결되지 않으면 우정에는 미래가 없다.

171. 좋은 대화는 지성과 정신의 단순하지만 신비로운 어울림에 달려 있는데, 그 어울림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통의 관심사나 계급적 이해관계, 혹은 공동으로 세운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다. 기질이란 항의하는 투로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대신 본능적으로 이해한다는 듯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겠어" 하고 대답하게 하는 무언가다. 기질이 갵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고 솔직힐 대화의 흐름이 거의 끊기지 않는다. 반면 기질이 다르면 언제나 누군가는 눈치를 보게 된다.

176.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는 일상적 용도로 쓰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한다.

234. 나는 나 자신에게 대답했다. 아니,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달라. 비교할 수는 있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는 없어. 그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건 일과 사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느 쪽을 골라도 인생을 절반밖에 살 수 없는 거지.

235. 그 편지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혼돈을 꿰뚫어 보며, 쓰는 것으로부터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내고자 한 갈망의 기록이다. 다른 종류의 내적인 추구다. 다시 말해, 지도에 없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다.

#비비언고닉 #아무도지켜보지않지만모두가공연을한다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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