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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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붙잡고 있던 책이었다. 속도가 안난다기보다 장면, 장면이 소중해서 잠시 여운을 느끼려 책장을 덮게 되었던 것 같다. 픽하면 눈물이 났고 작가 온몸에 장착이 된 걸로 느껴지는 위트가 곳곳에 어우러져 눈부신 이야기가 완성이 되었다.

절친한 친구를 잃고 친구와 함께 보러 가기로 약속했던 그림 <바다의 초상>이 있는 전시관을 혼자 찾게 된 루이사. 그림에 강렬히 이끌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루이사는 우연히 건물 밖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 C.야트와 대면하게 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건강 악화로 죽게 된 화가는 죽기 전 대화를 나누었던 루이사에게 전재산을 주고 다시 산 자신의 그림 <바다의 초상>을 남긴다. 화가의 친구 테드는 유언에 따라 루이사와 원치 않는 동행을 하게 되는데...

불우했던 열네 살 청춘에 찬란한 우정을 나눈 화가, 테드, 요아르, 알리의 이야기에 루이사는 점점 빠져들고 나 역시 어느 순간 반짝이는 여름 날 잔교 아래 그들과 함께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림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보지도 않았던 <바다의 초상>이란 작품이 내 마음에도 훤히 보이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우리의 10대는 가장 밝은 빛인 동시에 가장 짙은 어둠일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지평선을 파악하게 되는 거라고. (p.60)


밝은 빛이면서 가장 짙은 어둠을 걷는 열넷, 부서지기 쉬운 그 길목에 서서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자 축복이다. 내가 지나온 열넷의 시절과 올해 열넷이 된 내 딸을 떠올리며 감정 이입을 했다. 빛났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해 나는 잠시 아련해졌던 것도 같다.

예술과 우정이 범벅된 눈부신 이야기에 꽤 오랜 시간 마음을 쏟으며 동화 같은 시간을 보낸 기분이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마음을 다지던 그들의 어린 날, 바다로 뛰어들며 서로를 웃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시간, 그 자체가 그들에겐 이미 예술이고, 축복이며, 살아갈 힘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준 빛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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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말해봐, 테드. 너의 한 번뿐인 무모하고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살 생각인지?

🔖249. 그냥,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온전히 제 것이라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아직은 고칠 기회가 있잖아요.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리고 느리기까지 해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그냥...... 항상 잘 그리잖아요. 제일 못 그렸다는 그림도 훌륭하고요. 제가 제일 못 그린 그림을 누가라도 와, 쟤 사기꾼이구나 할걸요. 하지만......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직 기회가 있죠. 그때까지는 제가...... 저를 좋아할 수 있어요.

🔖250. 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253. 나 혼자 거기서 살 방법이 없었을 거야. 나를 바라보는 그 친구의 눈빛이 없으면 그 아파트에서 나는 얼어 죽었을 거야.

🔖264. 예술은 목적이 없고 불가항력적이라야 된다고 했어. 새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375. 인간은 뭔가를 계속 살아있게 해야 해. 알겠지? 그러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야.

🔖378.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 희망이 없으면 어찌 살겠어? 응? 자, 내가 태워다 줄게!

🔖415. 테드는 아이들은 평생을 부모와 함께 살아도 그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건 엄마와 아빠로서일 뿐, 그전의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이 어렸을 때, 벌어지지 않은 온갖 일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온갖 일에 대해 계속 상상하고 있었을 시절의 그들을 본 적이 없다.

#프레드릭배크만 #나의친구들 #다산북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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