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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평점 :
엄청 독특하고 기발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기묘하고 몽환적이지만 분명 어딘가 애틋하고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는 단편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슬렁슬렁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초반의 시간이 지나 중반부 쯤 들어서니 단편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이미, 이 거대한 세계관 속에 오도가도 못한 채 깊숙이 빠져버렸다는 걸 깨닫고 기겁하게 된다. 즐거운 기겁! 와! 어떻게 이런 상상을...
인류라는 종이 결국 멸종의 길을 걷게 되는 수천 년의 시간 그 뒤의 이야기.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이들을 키운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의 껍데기가 벗겨지는 순간을 작가는 친절히 말미에 넣어 놓았고, 단편으로도 손색없고, 모든 이야기가 맞물리며 하나의 거대한 장편 이야기로도 충분한 색다른 이야기가 탄생한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이던 시대는 이미 끝났지만, 인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못한 존재들은 진화론에 기대어 다양한 인류들이 다시 번성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책에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오는 문장이 말해준다. "인간은 어째서 자신과 다른 존재를 용납하지 못하는 걸까?(p.124)"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혐오감과 이질감. 이대로라면 소설에서 말하듯이 결국 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멸과 끝. 모든 이야기가 그 어두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무겁거나 어둡지 않았다. 이 거대한 세계 속에 빠질 기회가 주어져서 좋았다. 기묘하지만 따뜻하고 매력적인데다 인간적인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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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유전자가 같아도 환경이나 수많은 우연에 따라 우리는 조금씩 다른 우리가 되니까.
🔖119. "인류는 이제 시라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야곱이 중얼거렸다.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던 남자, 야곱 오닐.
"그건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들이 이미 해온 말이야."
"아니, 사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리도 태평하게 큰 전쟁이며 테러며 오염 물질 확산 같은 걸 끝도 없이 해댈 수 있었겠어. 낙관적이기도 하지."
🔖124. 그나저나 인간은 어째서 자신과 다른 존재를 용납하지 못하는 걸까?
🔖133. 내 동기화 능력을 아는 몇 안 되는 주위 사람들이 어쨌거나 나를 두려워했다는 사실을,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름 아닌 내가 소년을 두려워한 것이다. 내 본능이 소년의 이질성을 용납하지 못했다.
🔖159. 나의 내일과 너의 내일이, 또 그다음 내일도, 그다음다음 내일도 이렇게 쭉 붙어 있으면 좋겠다.
#가와카미히로미 #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 #디플롯 @dplot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