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 - 일본 광고 카피로 만나는 사랑, 청춘, 인생의 장면들
이시은 지음 / 빅피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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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7월이다. 약한 장마까지 껴 있으니 날씨가 덥고 습해서 딱 죽겠다. 그랬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청량한 여름을 느낄 수 있었달까. 24년차 카피라이터 이시은이 수집해 온 일본 광고 카피를 읽는 건 이 여름의 큰 기쁨이었다. 일본 광고 속 오래 사랑받아 온, 혹은 어떠한 이유로 이시은 작가의 마음에 오래 품어 온 카피들을 일상의 경험과 함께 풀어낸 글을 읽으며 묘하게 벅찬 감정까지 느꼈던 것 같다.

'여름을 사랑하게 되는 데는,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문장 역시 온전한 진실임을 깨달았다. 편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휘릭 넘기다가 멈칫 했던 순간들, 그 순간 속 미처 몰랐지만 내 맘 깊은 곳에 보관하고 있던 오랜 감정들이 선명해지는 그 느낌!!

완독을 하고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가장 선명히 기억 남는 문장은 일본의 청춘 로맨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명대사 '우리들의 청춘은, 걸작이다' (私たちの青春は、傑作だ)였다. 그 문장과 영화의 포스터를 함께 보는 순간 왜인지 눈물이 찔끔 났다. (사실 지금도!)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딸아이 생각이 나기도 해서였고, 그 당시엔 절대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그저 존재만으로도 찬란했던 내 청춘이 떠오르기도 해서였다.

청춘은 정말 여름과 잘 어울리는구나. 덥고 습하고 짜증만 가득했던 내 지금 여름에 왠지 미안해지기도 한다.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반드시 좋은 점을 찾아내야 하는 직업병을 가진 카피라이터들의 시선을 닮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카피들이 많아서 필사하기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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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고개를 들고 싶어도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되는 현실 속에서 불꽃의 힘을 빌려서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을 때가 인생에는 반드시 있다. 잠시나마 회피도 좋고 휴식도 좋다. 사람에게는 지금 자신을 누르고 있는 고뇌로부터 피난처가 필요하다. 그것이 영원한 피난이 아니고,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88. 나의 꿈을 빼앗는 나란, 어떤 '나'일까. 이 꿈을 이루기엔 너무나 게으른 나일 수도 있다. 자신감이 없어서 스스로 무리라고 단정 짓는 나일 수도 있다. 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소수일 뿐이라고 믿어버리는, 부정적인 나일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이룰 수 있는 꿈이라면 안 하고 말겠다며 쿨한 척하는 나일 수도 있다. 더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발을 빼는 나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빼앗긴 채로 끝나야 하는 꿈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정말 최후의 선택. 어쩌면 이 카피는 그런 선택에 앞어 수많은 문제와 마주해 보지도 않고, 나의 나약함으로 내가 먼저 꿈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고, 스스로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90. 내가 나를 우습게 보진 말아야지. 내가 나를 믿어줘야지. 이것은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 나의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111. 불꽃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올라간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도, 두 사람 사이에도. 올해도 이 도시에서는, 온갖 사이사이마다 감정의 불꽃이 터지는 소소한 여름밤의 축제가 열릴지도 모른다.

🔖317. 만약, 내 세계에 있는 것만 추구했다면 나의 세계는 겨우 그만큼이지 않았을까. 딱 내 집 평수만큼. 아니면 출퇴근길의 거리만큼. 내가 갈 수 있는 세계의 끝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아는 것도, 여행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많은 수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가본 곳을 계속 가는 것도 좋고, 안 가본 곳을 스리슬쩍 가는 것도 좋다. 좋아하는 곳을 꾸준히 좋아하는 것도 좋고, 좋아하지 않던 곳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는 것도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싶은 게 많은 걸 보면, 여행은 그냥 하는 것 자체가 나의 세계에 좋은 것인가 보다.

#이시은 #우리의여름은문장이된다 #빅피시 @bigfish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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