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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 만화 클럽
허안나 지음 / 샘터사 / 2026년 6월
평점 :
반복되는 일상과 과한 업무량에 지쳐 자주 쭈글쭈글해던 요즘이라 제목만 보고도 읽고 싶었던 책. 결론은 대대만족. 정말 좋았다. 작가는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고 일상의 의욕을 몸땅 상실한 채 파김치처럼 누워만 지내다가 '좋아하는 어떤 것'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힘을 찾는다.
좋아하는 게 있는 삶이란 충만하다. 힘들고 지친 날에라도,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나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거나, 그로 인해 행복과 만족감을 얻는다는 건 날 일으킬 힘이 된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삶은 내 일상 속 더 단단해지는 나를 만드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뭘 좋아하더라? 일단 책을 읽는다. 속도도 느리고 다양하게 읽진 못하지만 늘 챙겨 다니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아하는 행위. 바빠서 요샌 시간이 잘 안나지만 등산도 좋아하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날 평온하게 만든다. 술도 사실 좋아하고, 어릴 적 배우고 오랜 시간이 지나 더듬거리는 수준이지만 피아노를 치고, 악보를 사고, 잘치려고 종종 연습한다. 거제에 살면서 자연에 가까워져 계절마다 화사함을 뽐내는 꽃을 좋아하게 돼서 어지간히도 돌아다니기도 했다. 쿄쿄. 나는 참 좋아하는 게 많은 인간이구나! 지금 매우 힘든 시기에 있으면서도 기특하게 잘 버텨내고 있구나,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떠올렸다.
작가는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라는 세상을 넌지시 보여준다. 챕터마다 주제에 걸맞는 만화를 추천하면서! 사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사기도 하지만 '만화'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진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추천한 만화책들 중 나름 선별해서 3권을 바로 구매했다. 어쩌면 내 일상의 충만을 이끌어주는, 이유 없이 좋은 것 중에 만화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설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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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일하게 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만화였다. 현실이 아무리 똥밭이어도 만화를 읽는 순간만큼은 꽃밭으로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21. 파만클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감정들,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들을 만났다. 만화와 이야기의 힘은 때로 서로의 주름을 조금씩 펴주기도 했다.
🔖36. 잘하고 싶은 마음, 이기고 싶은 마음, 나보다 잘하는 애가 있다는 패배감,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만으로 표현한 장면을 보고 있자면 숙연한 기분마저 든다.
🔖76. 당연한 얘기지만 책이나 앨범이 나왔다 한들 세상에 개 큰 변화는 없다. 근데, 나는 달라진다. 나는 이미 변화했다. 무엇을 세상에 내놓기 전과 후의 나는 다르다. 그렇게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마 이랑도 그랬을 것이다. 비단 우리 두 사람분 아니라 수많은 청춘들이 그럴 것이다.
🔖79. 대단한 성공을 하지 않았어도, 세상에 개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어도 그냥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거 아닐까. '아이고- 모르겠다. 방 정리나 해야겠다' 어떤 과거는 현재의 나를 계속 살게 한다
🔖80.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이책으로 만화를 보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근데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도 만화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
🔖90. 10년을 해도 유명해지지 않으면 관둘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관두긴 왜 관둬? 유명해지거나 말거나.
#허안나 #파김치만화클럽 #샘터사 @isam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