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이시은 지음 / 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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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물거품에 빠질 때가 있다.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변변찮을 때, 남들은 저만치 앞서나가는 것 같을 때, 이 방향이 맞는지 계속 의심스러울 때 등등 하고 있는 많은 일이 물거품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때가 '종종' 있다. 표면적으로 보여져야만 성과로 보이고 그로써만 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태도는 모두를 참 피곤하게 하는데 어쩔 수 있나. 도태되지 않으려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지만 열심히 살자 다짐하면서도 힘들 때가 매우 많단 말이야.

여기 광고계에 24년간 몸담은 저자 이시은 님의 다정한 에세이가 있다. 빡시기로 유명한 광고계에서 24년을 버틴 사람이라면 엄청난 카리스마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막연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저자도 자주 물거품이 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니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힘듦을 안고 사는구나 싶었다.

그녀의 일과 가정, 추구하는 가치관과 인생의 방향 같은 것들을 설핏 보았다. 아주 다정하고 따뜻했다. 진부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거창한 데서 찾지 않았기에 더 좋았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그냥' 성실히 살아낸 것. 단지 그 이유라고만 하기엔 취향이 꼭 닮은 남편이 곁에 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힘들어 죽겠는 날에도 가족의 존재로 그녀는 고단함을 이겨내고, 또 무심히 하루를 보낸다.

목표를 향해 달리고 남을 짓밟고 나아가는 게 아니라 무던한 마음과 시선으로 금세 잊고 이겨낸다. 물거품에 발악하다 잠식되는 게 아니라 스치듯 지나가는 것. 스스로를 '둔해서'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그런 마음과 태도가 단단한 일상을 지탱해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책을 두 발 단단히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을 놓는 곳을 떠올려 보았다. 어떤 물거품이 와도 거품 물지 않고 무던히 보내줄 수 있도록. 물거품아 와라, 다 이겨주마. (자주는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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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런 노력이 얼마나 필요가 있겠으며,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이 일로 돈을 받고 있는 이상 프로답게, 진지하게.

🔖52. 지금까지 해온 것을 계속하는 것이, 바쁜 나에겐 최선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1년은 금방이었다. 버티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둔하고 바빠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세상 일에도 인간관계에도 둔해질 정도로 하루하루 꽉 채워서, 의도치 않게 꾸준히.

🔖70. 언젠가 육아 선배가 얘기했었다. 일하고 집에 와서도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을 때, 거실에서 들리는 아이 웃음소리에 모든 것을 잊게 된다고. 저 웃음소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214. 꽃은 반드시 시든다. 사람의 체력도 마찬가지다. 내가 시들었을 때 누가 나에게 햇빛과 물과 영양을 주면서 다시 우뚝 서기를 바랄까. 회사가 그럴까. 나의 업무가 그럴까. 답은 아무도 그래주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내가 나를 덜 시들게 해야 한다. 햇빛에 나를 데려다놓고 물로 촉촉하게 만들고, 때에 따라 영양분을 흡수시켜야 한다.

🔖263. 천재인 것만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이 재능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할 수 없는 성실함. 그것은 내가 어디서든 잘해 나갈 수 있는 미천이라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하게, 나의 성장을 혼자 즐기면서.

#이시은 #물거품에거품물지않기 #달출판사 @dal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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