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우리가 서로를 적이라 믿게 만드는 마음의 함정
커트 그레이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께가 있고 전문적인 내용이라 읽는데 오랜 시간 걸리긴 했지만 막상 읽다보면 어렵진 않고 매우 재미있다. 특히 요즘은 흑 아니면 백, 내 생각과 다르다면 적으로 쉽게 치부해버리는 현상이 워낙 많지 않나. 우리 모두가 분노하는 이유를 도덕적 관점에서 가설을 세워 입증하는 방식의 책이다. 분노의 원인을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일이 있었던가. 정말 흥미로웠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고 작가는 분노의 원인을 '위협'에서 찾는다. (매 챕터마다 띠용!하는 주제가 나온다. 분명 그럴싸한데 읽기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랄까. 난 얼마나 편견에 휩싸여 있었던지!)

사람은 어떤 포인트에서 위험을 느끼는가?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인간의 본성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드러낸다고 한다. 실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처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일부 무식하게도 여긴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자꾸 엉뚱한 의견을 내놓고 헛소리를 한다고 느낀다는 것. (ㅋㅋㅋ)

이 책으로 깊이 있게 분노의 근원을 따라간 사람은 깨닫게 된다. 정치 성향이 다르거나, 가치관이 달라 나와 언쟁을 일으키는 사람 역시 사실은! 나와 비슷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위험'을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 각자의 의견이 나뉘지만 실은 모두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거라는 걸. 그리고 이 위험 모두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각자의 경험과 신념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위험을 다르게 판단하고, 의견이 갈리고, 분노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분열과 혐오가 기본이 된 세상에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능력은 꽤 까다로운 기술이라 고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같은 생각만을 가진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이 정말 아름다울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다채롭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거 아닐까.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이 보인다. 내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세상을 얼마나 다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 세상은 제법 기대가 되는데??!!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었지만 읽은 후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로 적어보니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했던 독서였다는 기분이 든다. 편 가르기가 취미인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 ⋱⋰ ⋱⋰ ⋱⋰ ⋱⋰ ⋱⋰ ⋱⋰ ⋱⋰ ⋱⋰ ⋱⋰ ⋱⋰⋱⋰ ⋱⋰

🔖35. 자신과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들은 선거에서 합리적인 숙고 끝에 최상의 후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상대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부화뇌동한다고 여긴다. 진보 성향 언론들은 보수주의자를 곧잘 속아서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후보에 투표하는 시골 촌뜨기로 묘사하고, 보수 성향 매체들은 진보주의자를 멍청하고 현실감이 떨어져서 실생활과 맞지 않는 정책에 표를 주는 도회지 인간들이라고 표현한다.

🔖283.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깊은 욕구는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다. 이를 토대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그 역시 위험하고 해로운 걸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이든 위험성이 도덕적 판단의 바탕이며, 이는 상반된 도덕적 입장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공통언어다. 자신이 보기에 부도덕한 일을 옳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저 사람은 무엇을 위험하고 해롭다고 느끼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492. 도덕적 겸손함은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고수하면서도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확신하는 도덕적 판단도 타당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즉 상대방의 도덕적 판단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그 판단 역시 진정성이 있음을 수긍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파괴적인 의도로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거라는 단순한 억측을 거부하는 것, 알고 보면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아는 것이 도덕적 겸손함이다. 내 생각과 '대립하는' 사람도 같은 인간으로서 동일한 도덕 정신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 위험을 피하고, 방지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를 벌충하려는 똑같은 마음으로 각자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커트그레이 #나와당신은왜분노하는가 #김영사 @gimmyou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