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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에 진심 -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 ㅣ 진심 시리즈 3
곽민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5월
평점 :
저녁 시간 잠깐의 짬에 티비 프로그램을 선택하려다 보면 요새 참, 몇 가지 틀로 나뉘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티비를 잘 보진 않지만 요새 유독 이혼 관련, 육아 관련, 연애 관련으로 몰려 있는 느낌? 그중에서 이혼과 육아 관련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손이 안 간다ㅋㅋㅋ 내 삶도 지치고 힘든데 남의 고충과 트라우마까지 안을 힘이 도저히 나질 않는 것이다. 열심히 볼 만한 걸 고르다가 결국 선택하는 건 하하호호 머리 아프지 않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웃으면 힘이 잠시나마 나니까.
"우리에게는 서로를 우습게 위로할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예능을 만들고 팟캐스트 <비혼세>를 운영하고 있는 방송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작가 소개에서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의 제목만 봐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정말 농담에 진심인 분이구나! 나이가 같아 친구 이야기 듣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키득거리며 읽었다.
어떻게 매일 웃을 수만 있겠나. 그리고 어찌 매일 즐거울 수만 있을까. 비슷비슷하게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결국 웃음을 택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이 없어서도 아니고 성정이 가벼워서도 아니라 굉장히 지적이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저앉기를 선택하기는 오히려 쉽다.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웃음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재능의 영역이라구. 강인한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강인한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건 나에게도 행운이다. 항상 농담을 찾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일상에서의 재미를 잃은 사람, 슬픔 속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꼭 건네고 싶은 작지만 깊이 있는 '농담'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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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괴감 가질 필요 없어요. '나는 왜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지?'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해낸 일도 많을 거예요. 충동으로 시작했지만 그래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잖아요. 대신 재미없는 일이지만 해내야만 할 때 해낼 방법을 찾으면서 지내면 돼요.
🔖16. 물론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는 또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또 그렇게 울면서 수습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늘 있어!
🔖49. 웃기지 않을 때 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당시 선배들에게는 그게 없었고 나에게도 없었다. 어떤 약자에게는 웃는 행위보다 웃지 않는 행위가 더 적극적인 액션이어서 거기까지 가기가 그렇게 어렵기도 한 것이다.
그래도 버티고 버텨서 안 웃을 권력은 손에 쥐었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고, 이 작은 대화 하나를 해 놓고 대단한 저항을 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비장해하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119. 하지만 드라마의 깊은 감동이 사람들의 삶에 갖는 의미와 별개로 어떤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느낄 심연에 들어갈 만큼 건강하지 못하기도 하다. 어떤 고통과 슬픔을 대리 경험할 정도의 컨디션을 갖추지 못한 채 또 돌아오는 월요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즉각적인 도파민, 원초적인 웃음,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저맥락의 짧은 서사만 간신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긴 것만이 콧줄이고 산소마스크다. 그걸 해내는 희극인과 희극 제작진들은 사실상 중증 외상센터의 응급 의료인이나 마찬가지다. 양질의 식사, 재활, 장기적인 심리 상담 단계로 넘어가는 것조차 꿈인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웃긴 게 가장 중요하다.
🔖141. 너의 거대한 슬픔 앞에서도 함께 농담 따먹기 해줄 사람들을 꼭 만나. 그리고 너도 그런 친구가 되렴. 친구의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반드시 웃게 할 농담을 찾아낼 수 있는, 그리고 그걸 뱉을 수 있을 만한 자신감과 사랑을 주고받는. 그런 확실한 사랑 속에서 웃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거든. 반드시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다른 거대한 슬픔을 웃어넘길 수 있게 하거든.
#곽민지 #농담에진심 #어크로스 @across_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