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밑줄 치지 말 것 - 정답만 찾는 시대, 농담처럼 읽는 삐딱한 예술 이야기
오후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세상 모두가 여러분을 속이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려줄까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읽더라도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라. 사실 대부분 예술에서 주제는 중요하지 않다. (p.217)

좋은 의미로 놀랐던 문장. 나는, 우리는 예술 작품을 접하면서도 정작 예술적 시선이 아닌 인문학적 지식 도구로만 접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작품의 주제는 뭔지, 도대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우린 왜 '무제'라는 작품 앞에서면 한없이 작아지는지. 이 책은 그 질문 뒤에 선 예술의 면면을 낱낱이 해부한다.

깊은 통찰 끝에 얻은 진리는 유익하고도 꽤 통쾌했다. 예술 작품은 무조건 완벽해야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깨트리기도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특별히 없어도 되고, 정확한 주제 역시 필요하지 않다면...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정답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답을 기대하지 말고 온 감각으로 예술을 접하자. 작품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작가의 의도를 모르고 접하더라도 분명 내게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아, 물론 그런 디테일들에 감동을 느낄 수 있으려면 일단 최대한 많이 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유명해진 고전만을 찾아 감상하는 태도를 반대하진 않지만(고전은 위대하다. 그 사실은 불변이다) 고전만이 예술의 전부인양 취급하는 태도는 조심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의 산물이며, 지금의 예술을 소비하고 감상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혜택(p.89)이다. 이 순간에도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온전한 이 시대의 예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나 스스로에게 주어야 할 것 같다.

고전은 역시나 좋지만 이 시대를 유영하는, 이 순간만 존재할지도 모를 빛나는 예술을 나만의 시선으로 움켜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해보게 한 책. 그게 문학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어떤 것이든 내 마음을 흔들 지금의 예술에 그 어떤 사전 지식 없이 퐁당 빠져 보고 싶다.

⋱⋰ ⋱⋰ ⋱⋰ ⋱⋰ ⋱⋰ ⋱⋰ ⋱⋰ ⋱⋰ ⋱⋰ ⋱⋰ ⋱⋰⋱⋰ ⋱⋰

🔖82. 그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한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들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충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84. 젊은 예술가들은 양쪽 모두에게 환멸을 느꼈다. 총칼로 위협하는 권력도 역겹지만 순수성을 무기로 다양성을 통제하려는 엄숙주의도 끔찍하긴 매한가지였다.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예술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쳐버리는 것. 양쪽 모두가 미쳤는데 우리 역시 미쳐야지.

🔖89. 나는 당대의 예술을 사랑한다. 평론가들에게 꼭 보아야 할 작품을 물으면 고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은 위대하다. 그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당대의 예술을 먼저 즐길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예술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 즐기기 어려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앞 세대도, 이후 세대도 알 수 없는, 온전히 우리만 알 수 있는 예술이 있다.

🔖210. 사회는 언제나 답을 요구하기에 인터뷰에 익숙한 작가라면 없는 답을 억지로 만들어 그럴듯하게 내놓겠지만, 실제 작업을 할 때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상당수는 '오, 이렇게 하면 재밌겠는데'라고 별 생각 없이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 별 생각 없음에서 작가의 무의식과 시대를 읽어내는 것이 평론가의 일이지만, 그 해석이 전부인 양 떠들 필요는 없다. 평론가나 관객이 아득바득 주제를 찾아낸다면 작가로서는 고맙다기보다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297. 우리가 사랑한 건 어쩌면 예술 그 자체가 아닌 그 경험의 감각일 것이다.

#오후 #아름다움에밑줄치지말것 #서스테인 @sustai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