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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22년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벌써 3년 전이라니! 무라세 다케시의 신작, 이번에는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이다.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스쳐지나가는 듯한 짧은 광고를 찰나에 포착한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죽은 사람에게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천국에 보내는 편지의 우표를 사려면 연간 소득이나 저축액을 기입해야 하고, 천국에 편지를 보낸다는 사실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고인이 죽고 49일까지라는 점 등의 조건이 있다.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자신을 새롭게 살게 해준 최애의 아이돌에게 마지막으로 꼭 할 말이 있었던 마키무라. 알바 자리에서 자신에게 끝없는 신뢰를 줬던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에키를 향한 사죄와 고마움의 편지를 올리는 오키. 용기가 없어 사라지고만 싶었던 자신에게 진정한 용기의 마음을 심어준 할머니에게 꼭 전할 말이 있었던 야요이. 자신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반려견 페로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며 요원하던 딸과의 사이도 회복하게 된 후루타 지요코. 승승장구 하던 사업체를 이끌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도망만 다니던 사와무라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고인이 된 누군가와 생전의 추억들을 동반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기차역에서는 주체하지 못할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면, 마지막 우체국은 좀 더 평온한 온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기분이 든다. 기차역 보다는 잔잔했지만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건 전작이나, 신작이나 매한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천국에 보낼 편지를 쓰려면 상상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액을 우표값으로 써야 한다. 게다가 답장까지 받고 싶다면 x2배 금액... 너무나 매혹적인 우체국이지만,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해가 쌓이지 않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아끼지 말고 표현하자. (우표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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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과거와 미래의 경계선에서 서성일 때면 네가 지나온 과거를 믿으면 돼. 현재는 과거를 이겨냈다는 증표잖아 괴롭다는 건 과거의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196.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결정할 수는 없단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하고 싶으냐?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무엇을 믿느냐에 달렸단다.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199.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 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356. 맨 마지막에 당신이 물었잖아.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뭐냐고. 가르쳐 줄게... 아사리는 마지막 줄에 이렇게 쓰고 편지를 맺었다. 살아 있는거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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