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납치한 범죄 조직을 직접 추적하고 복수해야 했던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논픽션 일대기이자 범죄 르포르타주. 책을 읽는 내내, 다 읽고 난 직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대체 왜?"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까마득한 옛 이야기도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21세기에...공권력을 잃은 나라는 너무도 쉽게 두 카르텔에 장악된다. 두 카르텔의 전쟁으로 너무나 당연하고 참혹한 피해를 받는 건 선량한 국민들이었다. 2014년(!!!) 지역사회를 장악한 카르텔 '세타스' 일당에게 납치당한 미리암의 딸 카렌. 카렌의 가족은 카렌을 돌려받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몸값까지 지불했지만 범인들은 카렌의 생사도 알려주지 않고 당국은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피해자 가족을 기만했다. 카렌의 사망을 예감한 미리암은 카렌의 납치에 연루된 모든 용의자를 추적, 복수하기로 결심한다.카르텔이 장악한 지옥같은 현실 속에 실종되거나 사망한 사람의 수는 10만이 넘는다. 기대했던 납치된 딸을 찾아가는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의 무능하고 부패했던 현실 아래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한 일상의 순간이 무너지는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믿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줬다. 도대체 오늘날 왜 이런 일이 발생한단 말인가?!!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던 국가 안보의 구멍에 끔찍한 민간인 납치와 실종, 학살이 매일의 일상이던 멕시코 주민들의 공포와 무력함을 공감하게 된다.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용의자들을 추적한 미리암의 용기 역시 누구나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빛을 발했다. 잔혹한 복수극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양한 피해자 가족들과의 연대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그들의 진심이 결실을 이루었을까? 개인적인 사건이라 보기엔 무능한 정부 당국 역시 비극의 큰 원인이었던 게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에서 존재 유무를 쉽게 잊기 쉬운 지역사회 및 국가의 가치를 크게 깨달았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모이고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면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이 책은 미리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멕시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중요한 자료로써 읽히게 될 것이다. ⋱⋰ ⋱⋰ ⋱⋰ ⋱⋰ ⋱⋰ ⋱⋰ ⋱⋰ ⋱⋰ ⋱⋰⋱⋰ ⋱⋰⋱⋰⋱⋰🔖32. 모든 전쟁은 파열 혹은 분출과 함께 시작된다. 무력 충돌의 잠재력이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툭 끊어지는 순간, 잔뜩 응축된 긴장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말이다.🔖75. 불운과 행운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인생의 비극에서 유일한 해독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201. 피해자 대부분은 여러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갔고 결코 그 질문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도와줄 수 있으며 과연 그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는지. 미리암은 슬픔에 빠진 채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을 그만두고 답을 구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눈에 띄고 사회적 관심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해야 했다. 자신의 절망을 남들보다 더 내세워야 했다. 부도덕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이기심은 필요했다. 그녀는 자신의 투쟁을 정부에서 개입할 문제로 만듦으로써 무관심이라는 지옥에서 빠져나왔다.🔖216.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었다. 스스로 내세우던 특백 논리를 거스르는 일이었고 자신의 엄벌주의를 뒤흔드는 결정이었다. 미리암은 해병대를 동원해 끔찍한 폭력으로 마르가리타 렌타리아에게 신속하게 정의를 구현했다. 균형을 추구하지도 스스로를 의심하지도 않는 정의였다. 그런데 마르가리타 렌타리아를 피해자로 간주한다면 그녀를 사살한 건 역시 정의로운 행동으로 보기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마르가리타 렌타리아가 비뚤어진 것이 그녀 가족의 책임일까? 그런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나라가 망가졌다는 증거이며 미리암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이유가 아닐까? 마르가리타의 가족도 그녀가 저지른 악행에 피해자가 아닐까?🔖221. 피해자 가족 단체의 회원 수가 늘면 개인적 비극은 사회적 위기가 되고, 위기감을 키우는 것만이 정부의 행동을 촉구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변했다.#아잠아흐메드 #두려움이란말따위 #동아시아 @dongasia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