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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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시다 슈이치가 워낙에 오랜만이라 요시다만의 무던함 속의 벼려진 칼날같은 문체를 기대했었는데 기대와는 달랐지만 참신하고 색다른 소설을 읽은 것 같다. 뒤통수 후려 맞을(?) 준비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괜한 준비였고.

유명 백화점 창업자 우메다 소고, 그의 미수를 축하하기 위해 그의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와 손녀가 모인 곳. 오리무중의 보석 '만 년을 사랑하다'를 찾아달라는 우메다 손자의 의뢰를 받아 탐정 도갓타도 축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도갓타와 우메다 가족 외 또다른 3자는 전직 경위였던 사카마키. 사카마키는 45년 전 주부 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로 그 당시 용의자가 우메다 소고였지만 미해결로 종결 나고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던 둘도 그 후로 쭉 오랜 우정을 유지하게 된다.

마침 탐정도, 전직 경위도 모여 있던 그날 밤의 만찬이 지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홀연히 사라진 우메다 소고! 그의 침실에 있던 편지에 남겨진 글은 "내 유언장은 어젯밤의 내가 가지고 있다"라는 한문장. 폭풍우 휘몰아치는 외딴 섬에서 우메다 소고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타살의 정황은 있는지, 타살이라면 도대체 누가 저지른 범행인지!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의심스럽다.

추리 소설의 탈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이건 잊지 못할 진한 사랑 이야기였다. 읽는 내내 생각한 범인? 혹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상상은 모두 헛발을 짚은 거였다. 아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전개로 독자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예상이 다 빗나가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비극적 생애와 그 안에서 소중했던 우정과 사랑,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아무런 죄도 없이 고통받아야 했던 수많은 전쟁 고아들... 많은 이야기들이 응축되어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후반부에서는 살짝 으잉?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걸 sf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소설적 허용으로 볼 건지 나 혼자 괜한 고민을 오래했다. 살짝 난감했었던 것도 같다.

여전히 난 요시다 슈이치 작품 중에는 [퍼레이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요시다가 신작을 내면 계속 사서 읽고 있겠지. 어쨌든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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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내 유언장은 어젯밤의 내가 가지고 있다.

🔖283. 전쟁을 시작한 건 어른들이야.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게로였어. 게로를 죽인 건 누구지?

#요시다슈이치 #죄만년을사랑하다 #국보 #미스터리 #은행나무 @eh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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