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 시공을 넘어 공명하는 영혼의 행방
에노모토 마사키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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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 완독책부터 너무너무 좋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감히 필독서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

우리 가족은 특히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10번 정도는 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너의 이름은.>이고 (제목 뒤 마침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ost에 뿅 반했던 건 <초속 5센티미터>였지. 그냥 신카이 감독 작품은 그 이름만으로 무조건 보게 되는 마력이 있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기에 꾸준히 찾게 된다. 그 이유가 뭘까? 왜 우리는 신카이 감독 작품에 이렇게나 열광하는 걸까?

문예평론가 에노모토 마사키가 신카이 마코토의 최초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모든 작품을 철저히 분석하고 평론한다. 중간중간 신카이 감독의 인터뷰까지 수록해 감독의 직접적인 언어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이런 유명인은 타고난 천재성으로 포장되기 쉽지만 신카이의 초기 작품을 만들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인상깊었다.

각본도 쓴 적 없다', '대단한 3D CG 기술도 없다', '스튜디오에 있어 본 적도 없다', '동영상도 못 그린다' 라는, 못하는 것투성이인 상황에서 신카이의 선택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주자' 라는 방법이었다.(p.61)

그는 완벽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투성이고 못하는 것밖에 없던 그가 최대한 하고 싶은 것, 그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차근차근히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게 시작이었다니. 현실이 무겁게 나를 짓누를 때, 일어나긴 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을 때 눈 앞에 있는 거, 할 수 있는 것부터 차차 해 보자라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다. 어쩌면 무수히 변화하는 일상에서의 진리는 꾸준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대감독도 결국 첫 시작은 보잘 것 없었을지라도 자신에 대한 믿음, 가치관,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이 자리까지 왔던 것이었다.

스케일이 커져 가면서 변화에 대한 유연한 자세와 비판을 긍정으로 수긍하는 그의 마인드 역시 놀라웠다. 주변의 좋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며 작품에 대한 끈임없는 회의나 성찰은 보는 나에게까지 울림을 주었다.

'단절'로써 계속된 '소통'을 이야기 하는 사람.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비슷한 분위기는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점점 더 선명해졌다. 자연을 사랑하고 관객의 시선을 항상 염두에 두는 사람. 원래도 믿고 좋아하는 감독이었지만 신카이 감독의 깊이에 한 번 빠졌다 나온 느낌이라 더 단단히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좋아했던 작품들을 지금 다시 한 번 더 본다면 종전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게 눈 부릅뜨고 봐야지 ^^ 오늘은 왠지 <언어의 정원>이 당기는 하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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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 인간이 어떤 땅에서 태어나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고 어떤 환경에 영향을 받는지는 우연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땅의 역사와 지형, 자연과 풍습, 집안의 문화는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의 개성과 인격 형성에 반드시 영향을 준다. 신카이에게 고향의 아름다운 산과 하늘, 강은 언제나 곁에 있는 너무나 자명한 풍경이었다.

🔖146. 풍경은 괴로울 때 가장 친근한 '구원'이 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도무지 마음을 전하지 못할 때도 부감으로 빠져서 보면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에 둘러싸여 있고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315. 상경 초기에는 도쿄의 모습은 별 볼일 없게 느껴졌습니다. 시야 안에 산이 없고 강은 더럽고 길가에는 쓰레기가 막 떨어져 있었죠.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을 좋아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도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도쿄의 풍경을 아주 좋아합니다. 사람이란 장소에 추억이 쌓여야 그곳을 좋아하게 됩니다. 좋아하지 않던 곳도 친구와 수다 떨며 돌아오거나 좋아사는 여자와 나란히 걸었다면 특별한 장소가 되잖아요. 그런 경험을 거쳦서서히 도쿄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추억과 기억이 엮이면 장소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에노모토마사키 #신카이마코토의세계 #니들북 @i_am_needl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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