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대체로 누워 있고 우다다 달린다
전찬민 지음 / 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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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이방인, 한국에서는 해외동포로 여겨지는 사람. 어디를 가도 왠지 떠돌이의 느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작가의 이야기.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주는 안정감이 알게 모르게 굉장히 크다. 작가는 일본어도 제대로 모른 채 일본으로 건너 가 계획 없이 일본에서 결혼을 하게 되고 딸 둘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주부로 보인다.

담담하지만 확실하게 줏대 있는 문체가 마음에 들어 작가 이름을 여기저기 검색해 봤는데 사진 하나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자식 둘을 키우고 있는 나와 왠지 연배가 비슷한 것도 같고 글을 읽으며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기에 내적 친밀감이 잔뜩 쌓였다.

온전치 못한 가정에서 자란 외로움과 고독함이 마음에 쌓여 누구도 자신을 반기지 않을 거라는 닫혀 있는 마음부터 시작해서 일본 생활의 여러 모습들에 적응하며, 누리며, 가족과 이웃들과 나누는 소소한 정을 감사할 줄 아는 작가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아빠와의 에피소드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하염없이 훌쩍거리다 나도 멀리 있는 아빠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곁에 있어서 우선 순위를 미루고 표현해야 할 필요조차 크게 느끼지 않고 살았는데 이 작고 묵직한 에세이를 읽고 나니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하게 된다. 너무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에는 그냥 남들 시선 신경쓰지 말고 하루종일 누워 있자. 괜찮다. 기운이 나면 나서 보는 거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일단 나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찾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담대하게!!"

덧. 곳곳의 온기 넘치는 풍경의 사진들까지 참 좋았다. 이 책 덕분에 목욕탕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동네 목욕탕이 가고 싶어졌고 눈 덮인 후지산을 꼭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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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짜 내 마음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용기내서 물어야 한다. 내 물음에 들춰지는 이 마음이 인정하기 싫고 원하지 않았던 본 모습이라 해도 그 형태를 봐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더욱 단단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준다. 멋지고 대담하지 않으면 어떤가, 크고 깊지 않으면 어떤가, 옹졸하고 비겁하면 어떤가, 나약하고 불안정하면 어떤가. 그게 그대로의 모습인걸.

🔖35. 담대하자는 문장을 실제로 내뱉으면 붕 떠서 갈 길을 잃었던 마음들이 그 소리에 모여든다. 모여든 마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고, 그럼 조급함에 시야가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그 순간 시련을 넘길 용기도, 기운도 난다.

🔖178. 세상에 증명할 척도가 없는 나는 어리석게 살고 있는 걸까, 한창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기에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낸 걸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나는 나를 중요시할 것을 먼저 택했을 뿐이다. 아이들을 키워내듯 내 안에 작은 나를 키워냈고, 원인을 잘 찾은 덕에 불안을 다스릴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모순된 나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니 내 자신에게 당당해졌다.

🔖182. 이유란 결국 그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붙인 의미일 것이다. 누가 정의내린 의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내린 의미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스스로 찾아나서는 그는 역시 똑똑한 사람이다.

🔖266. 민 짱, 살아 있는 게 낭만인 거야. 젊을 땐 낭만이란 더 대단한 것이겠지 생각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그저 살아 있으면 돼. 그러면 낭만을 매 순간 마주하게 되지. 어제 그곳도 너무 낭만적이었잖아!

#전찬민 #고양이는대체로누워있고우다다달린다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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