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동정탑 - 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구단 리에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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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역대 최단시간 심사 | 심사위원 대호평

•AI 활용해 집필한 소설로 문학상 수상
“최근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

눈길을 끄는 문구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서 보았던 문장 역시 임팩트가 강했다. "당신이 범죄자가 되지 않은 것은 태초에 당신이 부여받은 행복한 가정, 지지해주는 어른 등 여러가지 특권으로 인한 것 아니냐?" 그런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 보면 많은 범죄자들은 어쩌면 남들은 누리는 당연하고 평범한 행복을 손에 쥐어본 적 없는, 특권받지 못함으로써 범죄에 가담되었을 수 있는, 불행하고 '동정'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관념.

이런 논쟁이 소설 내내 펼쳐질 줄 알았다. 일본의 행복학자 마사키 세토는 '범죄자'를 '호모 미세라빌리스'라는 단어로 바꾸기를 제창하며 동정 어린 시선으로 범죄자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을 한 번도 누린 적 없을 범죄자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도쿄의 71쯩짜리 '심퍼시 타워 도쿄'탑을 건설하기를 주장한다. 이 타워가 바로 책의 제목 [도쿄도 동정탑]인 것.

심퍼시 타워 도쿄 공모전에 참가한 잘나가는 건축가 여인 "마키나 사라"의 시선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타워의 초기 드로잉부터 그녀가 상상하며 만들어가는 동정탑의 모습. 그녀와 함께 하는 어린 연인 도조 다쿠토의 시선도 주요하게 자리잡는다. 행복학자 마사키 세토의 책에 나오는 범죄자 A씨와 다쿠토의 관계성이 발견됐을 때 난해하고 딱딱했던 글이 이제부터 재미있어지겠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그저 그런 하류 독자였나. 내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고 그저 각자의 눈으로 각자의 말만 하고 있는 모습에 뜨악하기도 했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고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각각의 캐릭터들도 매력 있고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는 빛나는 문장도 종종 있었지만 어째 책에서 던져주는 여러 고민거리들의 개연성 없게 느껴졌다. 범죄자에 대한 인식의 논란, 말에 집착하는 건축가 여인, 모순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행복학자, 건축가 여인의 전기를 쓰려는 어린 연인 모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인물들이 향연이었다.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한 가지 주제만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모두 중요하고 심각한 현실 문제를 담고 있는 큰 주제들이지만 얇은 책 한 권에 나눠 담으려니 발만 살짝 담았다가 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호모 미세라빌리스와 호모 펠릭스의 논쟁. 범죄자가 되지않았던 건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닌, 훌륭한 인격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라는 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해준 어른이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불우했기 때문에 범죄자가 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도쿄 최고의 타워인 동정탑에 머무르게 하는 건 한 치도 공감할 수 없었다. 그들이 불우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 범죄자(호모 미세라빌리스)들이 동정탑에 거주하며 생애 처음 행복감을 느끼며 살게 한다는 건 그들로 인한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위 아닌가?

여러모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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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완전히 새롭고 세련된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금전적 인센티브 이상의 정신적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체험을 자존감이나 행복감이라는 편리한 단어로 손쉽게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마치 평등과 배려의 샤워를 온몸에 받아 영혼의 모공까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구단리에 #도쿄도동정탑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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