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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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로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눈을 뜬 조시. 눈앞에 엄마와 여동생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남자까지! 그 남자는 자꾸 자신이 조시의 남편이라고 우기는데. 조시는 미혼인데?! 심지어 엄마와 여동생까지 그를 조시의 남편으로 대하는 게 아닌가. 자전거 사고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증이라나? 그러기엔 너무도 완벽하게 사라진 기억. 그 남자는 절대 내 남편이 아니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정말로!!! 모두가 조시를 속이고 있다기엔 범위가 너무 넓고 이 세계를 무시해 버리기엔 눈앞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억만장자에 키도 크고 잘생긴데다가 오로지 조시만을 바라본다. (너무 현실불가능한 남편상이라 갑자기 싸이코로 등장하지 않을까 조바심까지 느꼈던 나란 인간) 게다가 거울 속 내 모습도 내가 확실하지만 15kg정도 더 가볍고 풍성한 금발에 섹시해진 모습. 이런 현실이라면....여기서 그냥 눌러 사는 게 더 낫지 않냐고. 하지만 이 세계에는 조시가 사랑해마지않는 친오빠 데이비드가 이미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어 영원히 볼 수 없는 상황...

3년 전 부동산 컨퍼런스에 가려던 조시는 가벼운 사고로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현재를 살아오고 있었고 평행우주의 다른 세계를 살아가던 조시는 무사히 컨퍼런스를 참석했고 거기서 지금의 남편 억만장자 '롭'을 만나게 된 것. 그 둘(?)의 (하지만 하나인) 조시가 현재 시간선이 약해진 어느 공간에서 동시에 자전거 사고가 일어나며 서로의 위치가 바뀌게 된 것. 어떤 상황에서의 선택은 얼마나 많은 모습의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낼까? 예전 티비 프로그램 <TV 인생극장>을 새롭게 만난 기분도 들었다.

수많은 가능성으로 열린 미래의 모습을 꿈꿔 보았다. 흥미진진하고 행복했다. 바뀐 조시가 끝까지 행복할지, 서로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 꼭 돌아가야만 하는지 물음표 투성의 질문들이 책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의 현실은 과거 나의 다른 선택으로 얼마든지 달라진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설레기도, 조금은 막연하기도 했다.

완벽한 세상에 떨어진 조시의 앞엔 행복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세상에 있다가 평행우주의 평범한 삶으로 떨어지게 된 그녀 '조시'의 이야기까지 시작되면서 혼란스럽고 불안해졌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속에 있든 나의 본질, 내 마음의 소리를 집중하지 않고는 진정으로 마음 편히 행복할 수도 없겠구나 싶었고.

수많았을 나의 현재의 모습 중 지금이 최고라고 믿고 싶다. 억지 해피엔딩이라 할지라도 나는 좋았다. 언제나 결말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에 앞서는 길이니 새드보단 해피가 낫잖아. 500페이지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몰려 들어오는 즐거운 경험!!! 완벽하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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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기억상실증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채우기 위해서 뇌가 꿈이나 공상 속에서 경험했거나 무의식이 만들어 낸 생각을 잡은 것 같습니다.

🔖231.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알고 보면 다른 시간선에서 온 사람들이 아닐까? 다만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306. 나무는 일반적으로 삶을 상징히리까. 나뭇가지가 갈라질 때마다 새로운 가지가 나고, 거기서 계속 가지가 갈라져 나가면서 수천 개의 가지가 생기잖아? 내가 보기에 가지가 갈라진다는 건 모두 인생의 선택이나 나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의미해. 그리고 내가 고르는 삶의 길이란 수없이 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지. 살아가면서 가지가 휘어지고 틀어지면 거기서 수백만 개의 길이 생겨. 나는 그 길을 따라 살던 롭과 내가 서로를 만난 게 정말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 다른 수많은 길이 있었으니,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327. 많은 이들이 사실은 그렇지요. 우린 다들... 스스로를 위장하며 사는 건 아닐까요? 그런 척하면 결국은 그렇게 된다, 라는 말이 미국억는 있잖습니까?

🔖343. 그건 한때의 변덕스러운 열정에 대한 노래잖아. 그런 게 최고의 사랑이라고 말이지. 일상의 사랑이나 헌신적인 사랑과 비교해서 훨씬 낫다는 거잖아.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지루하다는 식 아니야? 그게 싫었어. 같이 영화를 보고, 산책하고, 함께 늙어가는 사랑이 진짜지.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사랑이라고.

#cj코널리 #또다른세상의완벽한남자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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