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반전의 반전을 일으키는 "해설"은 본 적이 없다. 아주 얇은 책이지만 내용 절반, 해설이 또 절반이다. 해설을 대충 보고 넘기려 했던 마음은 웬 걸, 해설을 읽을수록 눈이 더 트인다. 여러 의미로 생각될 수 있는 내용에서는 글을 쓰고 난 후인 작가의 역할은 이미 떠났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으며 책을 읽는 독자 100이면 100가지의 다양한 답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는데 이 책이 그러했고,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준 해설 역시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어 정말 좋았다. 내용이 별 4.5개라면 해설까지 읽으니 별 5개로 업그레이드 된 기분.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들이 흥미진진하다.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우연히 자신의 그림자를 원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금화가 끝없이 나오는 마술 주머니를 받고 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판다. 사실 그림자 그게 뭐라고 나라도 팔지 않았을까? 마르지 않는 황금 주머니인데! (요새 금값이 얼마냐고...) 너무나 쉽게 그림자를 악마에게 넘긴 슐레밀은 어려운 사람도 도우며 자신의 부를 누리며 잠시 행복한 듯 살지만 남들과는 다른(그림자가 없다는 점) 모습에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혹독한 시련을 맞게 된다. 점점 태양 아래에서는 이동조차 못하고 밤이 드리울 때만을 기다리며 숨죽여 산다. 사랑하는 여인과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악마를 찾아 다시 그림자를 되찾기만을 고대하는데. 다시 만난 악마에게 황금 주머니를 돌려줄 테니 자신의 그림자를 달라고 하는데 악마는 다른 제안을 한다. 황금 주머니는 슐레밀이 계속 쓰는 게 맞고 그림자를 다시 돌려줄 테니 슐레밀의 사후 영혼을 자신에게 넘긴다는 서약 하나만 하라는 것. 악마는 악마다. 환상적이고 동화같은 이야기에 입혀진 슐레밀의 그림자 없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함께 했다. 그림자 없이 그냥 당당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떠올렸던 부분도 사실 어떤 면에서는 타인의 끔찍한 시선과 잣대들이 나에게도 닿았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돈으로는 교환할 수 없지만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무언가를 '그림자'에 대입해 볼 수 있겠다. 슐레밀은 그림자를 잃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 되었으니. 하지만 나와 다른 그림자 없는 사람을 내치고 거부하고 따돌리는 모습에서도 참 마음이 시렸다.책을 다 읽고도 다른 책은 잠시 멀리 두고 3일은 그림자 생각만을 했다. 짧고 복잡할 것 없는 내용에 묵직한 이야기이다. 여러 갈래로 생각을 뻗힐 수 있는 소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29. 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를 주세요.🔖41.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는 이에게 날개가 무슨 소용 있을까? 아마도 그는 더욱 끔찍하게 자포자기할 것이다.🔖92. 경박한 마음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사람은 불시에 다른 고난의 길로 적어들게 되며, 그 길은 계속 옆으로 그를 벗어나게 만들게 마련이지.#아델베르트폰샤미소 #그림자를판사나이 #열림원 @yolimwon#최문규 #세계문학 #독일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