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뇌가 고장난다면? 뇌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이하고 이상한 실화들을 다룬 책. 단지 실화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뇌의 기능적이고 진화론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설명들까지 너무 좋았다.뇌의 각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뇌 구역 간의 네트워크적인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함을 이야기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일상 생활을 하고 평온함을 누리는 내 상황은 모든 신체와 정신의 기능적인 이상이 없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복잡다단한 현실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여러 증후군으로 이름 붙여진 듣도 보도 못한 사례들에 혀를 내두르며 푹 빠져 읽던 며칠이었다. 외상이나 종양, 감염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에게도 생길 수 있을 이런 모호한 상황들을 상상하며 소름이 돋기도 했다. 여전히 연구 중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뇌 속에 있을 것이다.* 자신을 죽었다고 인지하는 코타르증후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발)으로 고통받는 외계인손증후군* 버리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저장강박증*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후천적서번트증후군*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공유정신병적장애* 쓸 수 있지만 읽을 수 없는 순수실독증외에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뇌의 손상을 입는 사고 이후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던 피아노를 유창하게 친다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하고 천재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애초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인 건지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후천적 서번트 증후군)또 한 가지 "공유 망상"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적잖이 놀랐다. 엄마와 딸이 윗집 소음과 밤낮 울려대는 음악 소리로 불면에 시달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도움을 요청했던 사건에 사실 소음도, 음악도 없었다는 이야기에서 소름. 응? 엄마도 딸도 들었다면서요. "공유정신병적장애"는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영향력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뇌는 사실, 가끔, 진실을 왜곡하고 옳은 판단을 뒤집기도 한다. 사회성을 따르는 뇌는 그렇게 진화가 되어 왔던 합리적인 생존 방식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밑줄 좍좍.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이었다.다 옮겨 쓰지도 못할 만큼 밑줄을 많이 그었다. 나에겐 너무 유익하고 즐거웠던 책.▪︎▪︎▪︎▪︎▪︎▪︎▪︎▪︎▪︎▪︎🔖18. 우리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사건이 나의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삶을 살아간다. 🔖129. 성도착증의 신경과학적 논의도 쉽지 않다. 소아성애와 같은 문제 있는 성적 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이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마크딩먼 #뇌의흑역사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