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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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살고 싶은 은동'이의 성장 소설! 은동이는 1996년에 열여섯 살이 된 소녀다. 작은 도시에서 '필성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언니 은세, 막내 은율이,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용돈을 받아 모두에게 비밀로 간직했던 소중한 꿈인 연기를 위해, 연기 학원비를 차곡차곡 모으는 과정들이 따뜻하면서도 찡하고도 재미있다. 할머니의 사투리에 정감이 가서 글을 읽다가 웃으며 울며 따수운 시간을 함께 했다.

동네에 대형 마트가 들어오게 되면서 가계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걱정하던 마음이 컸는데 특별한 해결책이 나타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진 않지만 어떻게든 간간이 삶은 이어진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상황에 맞서 전략을 짜고 머리를 굴리고 힘을 합치며 간당간당 살아진다. 누가 보기에 따라서는 빛나지 않은, 성공에 닿지 못한 실패한 삶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게 그렇다. 누구나 주인공으로 멋지게 살고 싶다지만 녹록지 않다.

은동이가 오랫동안 가슴에 품은 연기에 대한 꿈이 다른 이는 너무나 쉽게 쟁취하는 듯할 때, 모두가 알고 있는 글을 나만 몰라서 자괴감에 빠질 때, 작은 구멍 가게로 생활을 연명하는데 대형 마트가 바로 옆에 자리 잡을 때 우리는 전의를 상실한다. 하지만 모든 게 끝일 것만 같은 그 순간에도 버텨내고 이겨내다 보면 그 상황에서 얻는 성장의 순간들이 있다. 버려지는 경험은 없는 거 아닐까.

선택의 기로에서 매일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어떤 선택이든 어떤 결과가 나를 맞이하든 그저 실패만 남을 상황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모든 게 경험이고 나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겠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은동이네 가족 모두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작은 빛이 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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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그동안 내가 최상위권이 아니어서 기분 나쁜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특별하지 못한 아이들로 구분되어 앉아 있는 시간이 견디기 힘들었다.

🔖82. 나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특별하게 살고 싶어.'

🔖105. 종합해보자면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상은 이랬다. 무한 경쟁, 약육강식. 약한 놈을 봐주는 것이 더이상 덕목이 아닌 세상.

🔖165. 천장이 낮고 벽 한쪽이 허물어지는 낡은 왕국이라고 할지라도 어둠속에 빛나는 장소. 아무도 몰라줘도 내 안에서 빛나는, 많은 이야기가 살아 있는 나만의 왕국. 그것을 나는 완전히 잃어버린 걸까. 혹시 내가 버린 건 아닐까.

🔖219. 쪽수가 많아져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한 바를 얻어낸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사람 수 몇 명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었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일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 시위 시간에 나는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며 어설프게 서 있기만 했다. 그럼에도 최소한 유상렬 선생님이 덜 외로웠겠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최소한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 그를 덜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것. 쪽수의 힘이었다.

🔖243.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권여름 #작은빛을따라서 #자이언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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