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갈피가 필요없다. 조금 읽어볼까 하다가 끝까지 읽게 된다. 밤에 읽으려니 특별히 무서운 장면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오금이 저렸다ㅋㅋㅋ 소설 배경인 예배당과 거기서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일들의 묘사가 등꼴을 오싹하게 했다. 잔인한 장면은 일체 없으나 긴장감만으로 온몸을 사로잡는다.

권태에 빠진 결혼 10년차 부부. 이들은 최근 부부 상담을 받고 관계 회복을 위해 멀리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관계를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어밀리아. 안면실인증으로 아내의 얼굴은 물론 그 누구의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애덤. 애덤이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계속된 악몽을 꾸는 애덤의 무의식이 숨기고 있는 깊은 비밀은 또 무엇일까?! 안면실인증, 권태로운 부부, 고립된 외딴 곳, 감시하는 제 3자. 소재들부터 신선하고 몰입감을 높인다.

애덤과 어밀리아의 시선이 번갈아 나열되고 애덤의 입장은 애덤대로, 어밀리아의 입장은 어밀리아 대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경계를 넘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둘은 회복할 수 있을까 싶은 찰나에 그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눈, 로빈의 시선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무서움을 극대화시킨다! 이때부터는 책을 손에서 뗄 수도 없었다. 꺅

예상치 못한 반전과 반전에 악을 지를 힘도 없이 입이 떡 벌어진다. 소설의 결말까지 읽고 나면 완벽한 피해자도, 완벽한 가해자도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진짜 가해자였던 걸까?

각자의 상황과 이유가 있고 누구나 자기 위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나쁘고 저쪽에서 보면 이쪽이 나빠보이는 이상한 상황. 같은 공간, 같은 일상을 나누고 경험하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절대 같지 않다. 작중 화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떠올려볼 틈도 없이 작가의 필력에 휘말려 소용돌이에 빠진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고 결핍으로 많은 걸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교훈이 묵직하게 따라온다. 넷플릭스TV시리즈 영상화가 결정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영상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얼마나 스산하고 음습하게 표현이 될 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

🔖96. 야망을 불태우며 사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인생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좋은 전망을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애덤의 성공은 가끔 나를 실패자처럼 느끼게 만든다. 애덤이 쓴 시나리오가 흥행의 보증수표라면 나는 허점이 많은 습작에 불과하다.

🔖105. 수줍음과 불친절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162. 사랑은 프랑스어 같은지도 모른다.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절대로 유창해질 수 없고, 연습하지 않으면 금세 잊게 되니까.

🔖255. 내가 소설이나 인생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우리 중 누구도 완벽한 영웅이나 악당이 될 수 없다는 거야. 둘다우리 안에 있지.

🔖271.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힘껏 밀어붙여야 한다. 그게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329. 도시의 불빛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별, 산을 덮은 눈, 호수 위에 비치는 햇살처럼 반짝이지도 않으면서 사람의 눈을 쉽게 멀게 하지.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줄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이곳에 오고서야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이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어.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알고 보면 최대햐 멀리해야 하는 것들이었지.

🔖333. 가위바위보는 선택의 문제야. 난 이미 선택했고, 곧 당신 차례가 올 거야. 모든 걸 잃었을 때 한 가지 좋은 점은 더는 잃을 게 없다는 거야.

🔖365.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결혼 생활은 결코 저절로 유지되지 않아. 지접거나 슬플 때도 있지만 가치 있는 관계라면 반드시 지켜내야 해. 사람들은 불완전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을 잊어버렸어. 비록 피로 얼룩지고 살이 좀 찢어졌어도 나는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소중히 여겨. 적어도 우리가 가진 건 진짜야.

🔖370. 때로 거짓말은 남에게든 나에게든 가장 친절한 진실이다.

#앨리스피니 #가위바위보 #밝은세상
#베스트셀러 #스릴러소설 #미스터리소설 #반전소설 #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