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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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가즈키 !! 그의 소설 [Go]는 여전히 소장하고 있고 그 한 권으로도 충분히 매력 넘쳤던 작가의 1998년 소설 [레벌루션 No.3]이 문예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 낯익은 작가의 좀비 시리즈라기에 사실 다른 정보 없이 좀비물인줄 알았던 나.

소설에서의 좀비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의 별명이다. 유명하고 명문인 고등학교들만 모여 있는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꼴통 삼류 남자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밖에 안되는 평균 학력에 '살아 있는 시체'에 가까운 존재라는 의미에서 주변 명문고 똘똘이들이 그들을 '좀비'라 칭하게 된 것.

3가지 연작 소설로 '더 좀비스'의 모험담들을 풀어놓았다. 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가네시로 가즈키의 재치있고 날카로운 문체가 마음에 든다. 소소한 모험담 이야기, 그리고 변화의 이야기, 혁명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꼼짝없이 빨아들이는데 30분만 읽고 자야지 했던 시작이 새벽 3시가 되어 완독으로 끝을 맺었지 뭐냐고요. 크고 대단한 혁명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힘을 합해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행위에서 존재 자체의 반짝임이 보인다. 그 시기만의 건강하고 순수한 아름다움.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 3세이며, 재일교포로서는 처음으로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아버지 영향으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다니다가 한국 국적을 바꾼 후에는 일본의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전 친구들에게는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고, 고등학교 시절 동안은 일본인들의 차별 대우에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그의 글에는 국적, 정체성, 차별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 자신을 정의하는 건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스스로인 것!

'더 좀비스' 시리즈는 이 책 [레벌루션 No.3]을 시작으로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로 이어진다고 하니 나는 또 쟁여놓고 볼 책들이 생겼다. 정체성 혼란의 시기를 글을 쓰며 완벽히 극복해낸 듯한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와 대번역가 김난주 님의 조합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이 이모는 '더 좀비스'를 열렬히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재미있고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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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힘과 지식이 없으면 다른 인간들에게 짓밟히니까 말이지.

54. 나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은 우등생이었던 과거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몰래 입시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가려는 꿍꿍이를 숨긴 놈이었다. <시험에 나오는 영단어>니 하는 책에서 본 '오미트'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놈이었다. 아무 묘안도 없으면서 남들보다 한 단 높은 곳에서 생각한다고 우쭐해서는 다른 친구들이 심각하게 짜낸 안을 바보라서 바보 같은 생각밖에 못한다고 무시하는 그런 놈이었다. 나 같은 놈은 어른이 되어서도 뜻도 모르는 영어 단어를 슬쩍 대화에 흘리면서 자기만족에나 빠질 인간이다. 제길.

107. 재일이라는 핸디캡만 갖고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네다섯가지는 더 있어야지. 나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아무 불편 없이 컷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가 왜 차별을 받는지 몰랐지. 화가 나니까 걸리는 놈들은 모조리 두들겨 패주기로 했어. 그런데 말이야, 요즘 들어 알겠더라. 싸움에서 아무리 이겨본들,결국 니는 패배자라는 것을.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부는 언제나 다수 쪽이 이기게끔 되어 있어.

238. "어제 밤새 생각하다가, 인간을 볼신하게 될 것 같아서 그만 뒀어. 게다가 자기를 원망할 만한 사람을 어떻게 알겠어. 원망이란 아주 개인적인 감정이잖아. 타인이 나를 무슨 이유 때문에 원망하는지는 상상할 수 없고."
옳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원한이나 원망에는 집착하지만 타인의 원한에는 둔감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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