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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니 팬클럽이 생겼습니다 - 오늘도 반짝이는 엄마들에게
정소령 지음 / 파지트 / 2023년 4월
평점 :
생각보다 더 많이 괜찮았던 책. 사실 시중에 널린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 잠시 착각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마땅한 일을 가지지 않은 엄마들을 위로하는 책. 단순히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이렇게 외치는 책들이 많은 요즘이지 않은가. 내 착각에도 이유는 있었다.
내 게으름을 덮어줄 어떤 핑계가 필요했다. 나도 결혼 전 나의 직업을 가진 나름 멋진 여성이라고 자부했던 시기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직업과는 거리가 멀어진 전업주부로의 삶을 벌써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결혼해서 첫 아이를 2013년에 낳았다고 했으니 나랑 같다.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되고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결혼 전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에서 육아를 위해 당당하게 퇴사를 하고서도 왜인지 작아지던 자신의 모습에 위기감도 들었겠지만 새로운 '시작'의 시작들로 변해가는 자신의 상황을 마주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육아를 선택했음에도 어느 순간 나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듯한 느낌은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알 듯. 작가는 이야기한다. 무언가 대단하고 완벽한 성공을 위해 시작을 하려고 하면 마음부터 무겁고 힘든 거라고. 대단한 성공을 위한 게 아니더라도 나만의 작고 소중한 '시작'을 다정하게 어필한다.
초반에는 우당탕쿵탕 아이들과의 육아 일상을 보게 되어 '나도 빛나던 내 아이와의 순간을 짧은 글으로나마 기록해둘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후반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또 나도 '큰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나를 흔든 에세이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아니면 육아를 잘 하기 위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어느 누구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무언가는 피해야 한다는 걸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독자 스스로 마음의 열정 씨앗 하나를 틔우게 하는 느낌이었다.
지금 나 자체로서도 빛나고 소중하다는 걸 물론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새로운 시작에 앞서 움츠러들지 않을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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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우리 아이들이 대단한 행복을 얻는다면 물론 좋겠지만, 소소한 행복 역시 중요하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 지금 손에 쥔 사탕 한 알의 행복을 잊지 않고 매일매일 그날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흠뻑 누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87. 사랑하는 마음은 상대를 향한 관심을 통해 표현된다.
120. 행복을 말하기엔 너무팍팍한 세상이었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달리는 동안 중요한 건 스피드였지 행복 따위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행복한 것인가 자문하는 순간 느려지는 게 뻔할 터. 애써 행복을 미뤄두어야 했다. 그래야만 그 세상의 기준을 맞출 수 있었다. 숨 차게 뛰는 나 역시 금방 그 세상에 편승했다.
130. 외부의 목소리에 연연할수록 내 목소리는 작아진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관없다며, 내 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아이가 부럽다. 이 아이도 어른이 되면 외부의 목소리에 마음을 빽기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웃을 바꿔 입었을 뿐이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다. 아이가 잠옷을 입었을 때, 쫄바지에짧은 티셔츠를 입었을 때, 멋진 옷을 입었을 때, 똑같이 사랑스러운 것처럼.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 울타리가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진 않았다. 위치가 달라졌다고 해서 내 가치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는 것. 예전의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나도 그렇다.
131.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뿐이라는 걸알면서도 나는 왜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을까?
132. 그러니 나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기억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다. 타인은 나만큼 나를 알 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판단하는 세상의 시선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 세상보다 먼저 내 편이 되어야 하는 건 나 자신이고 적어도 나만은 나를 인정해 줘야 한다. 세상은 울타리가 달라진 나를 조금 다르게 본다 해도 나는 잊지 않기로 했다. 빛난다고 믿었던 날에 내가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도 분명 가지고 있을 내 가치를. 나의 꿈과 가능성을. 내 안의 온기를. 지금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는 존재를.
135. 나 역시 몰라서 마음이 좁은 사람이었다. 내가 모르는 줄도 몰랐던 무지렁이였다.
145. 하루는 24시간.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 속을 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시간 활용을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빠듯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니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미루기'다.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선택받지 못한 것은 미뤄두기.
147. 아이들을 위한 시간에 충실한 것과 살림을 잘하는 건 별개의 것이다. 살림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구멍이 생겨도 괜찮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구태여 그 이상으로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169. 각자가 가진 경험과 생각은 모두 소중하다. 소중한 이야기들이 휘발되어 버리면 아깝지 않은가. 기억은 휘발되지만 기록은 남는 것. 쓰기는 여러모로 쓸모 있다. 책을 썼기 때문에 블로그에 연재를 하게 됐고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게 됐다. 시작이 시작을 부르는 마법이었다. 할 수 있을까? 해도 될까? 고민만 하다가 실행하지 못한 것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고, 실행한 일들만 여기에 남았다. 다음 계단을 여는 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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