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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평점 :
신혼 엔딩!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 자리에서 완독을 했다. 작가가 일단 재미있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글을 이어나가서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일절 들지 않았다.
초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도 한때 나의 신혼 생활을 떠올리며 마음이 간질간질 미소가 배어 나왔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에세이구나, 라고 느낄 때쯤에 나름의 반격을 준다. 그래 결혼 생활이 누군가의 로망처럼 간지럽고 달콤하고 사랑스럽기만 하겠냐고. 물론 달달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시간들도 분명 있지만 결혼 생활은 100프로 현실이다.
신혼의 단꿈에서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어쨋든 신혼의 로망은 반드시 끝이 난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도 언급했듯이 누구에게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한테도 말 못 할 것도 없는 결혼 생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달콤함과 비극이 동시에 존재했다. 작가의 신혼이 엔딩으로 끝을 맺은 사건을 언급할 때에는 나도 함께 숨이 막혔다. 정글에 내던져진 기분.
이걸 어떻게 감당하냐 싶을 정도의 사건에 뒷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그래도 스스로에게, 그들 부부에게 건투를 빌며 희망적으로 마무리를 했다. 부부란 이런 모습 아닐까. 서로 만들어온 시간들을 단칼에 내칠 수도 없다. 절대 용납 안되는 사건들이 있다면 단칼도 받아들이겠지만 함께 겪어낼 수 있다면 서로의 노력으로, 연인 때의 설레던 마음 보다는 좀더 단단하고 강한 그 무엇으로 이겨내 보는 게 결혼 생활의 하루하루가 아닐까.
함께 기쁠 때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수고했듯이, 서로에게 다가올 내일도 희망적으로 맞이해보자는 의지로 살아간다. 현실을 마구 짓밟겠다는 소설은 아니지만 로망 만으로만 마음을 가득 채운 채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신혼 부부들에게 필독서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결혼은 현실이며, 정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혼을 추천한다. 설렘이 편안함이 되고 익숙해지며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의 소중함은 겪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다. 대신 진정성과 서로에 대한 신뢰는 아주 기본적인 밑바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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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시는데, 두둠칫 두둠칫 음악이 흥겹다. 자연스럽게 한 명이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긴다. 그러자 한 명, 또 한 명이 일어나며 원이 만들어졌다. 대단한 춤을 추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나는 지금 몹시 신이 난다'는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도 내적 댄스 본능이 폭발했다. 술 때문일 수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낯선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와 남편은 용기를 내어 그 원에 합류했다. 식당 안의 러시아 사람들이 동양에서 온 커플을 환영해주었다. 우리는 흥에 겨웠고, 신이 났고, 그 순간을 즐겼다,
🔖69. 여보, 올 한 해 고생했어. 내년에도 잘해보자.
🔖127. 문득 앞날이 격정되었다. 둘 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다.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나이다. 그래도 공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모아놓은 논과 남편의 퇴직금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잘 놀자.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156. 그는 부족함 없이 돈을 썼다고 한다. 돈이 부족하면 시엄니니에게 전화를 했고, 시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돈을 보내주셨다. 시어머니는 다른 데는 악착같이 아끼시면서 아들에게는 한없이 약하셨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고, 덕분에 남편은 대학 시절 부잣집 막내아들처럼 살았다.
🔖174. sns에서는 행복해 보였던 친구들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었다. 각자의 상처를 꺼내 놓으면서 서로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되었다. 나만 힘든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라는 것도. 나는 내게 닥친 빚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진영 #신혼엔딩 #파지트